연합정신도 선거관리규정도 없는 한교총,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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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정신도 선거관리규정도 없는 한교총, 이대로 좋은가?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2.11.30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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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정신 명분으로 내세운 ‘순번제’, 스스로 파기한 한교총

지난 28일 발전기금 마감 시한까지 예장 백석은 납부 안해
순번제는 한기총 ‘7.7정관’에 근거, 연합기관 태동마다 언급
8일 만에 정관개정 졸속 논란… 부정선거 막는 법도 없어
입후보 예상자는 당선 영향 미칠 ‘기부·금품수수’ 제한해야

한국교회총연합 정기총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표회장 인선을 둘러싼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연합정신’의 훼손. 인선과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예장 백석총회는 지난 28일 마감시한까지 발전기금 납부를 하지 않아 사실상 공동대표직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한교총 창립 당시 금권선거를 차단하고 연합정신을 지키기 위해 도입한 ‘순번제’를 대표회장이 훼손했다는 점이다. 원칙 없는 인선으로 인해 회원 교단 간 갈등이 발생한 것은 물론이고 사전 선거운동이나 금권선거 등 각종 부작용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도 짚어보아야 할 부분이다. 설립 5년 만에 균열이 생긴 한교총의 실질적 문제를 하나하나 짚어보기로 한다. 

한교총 연합정신의 핵심은 ‘순번제’
오는 12월 8일 열리는 제6회 정기총회에서 정관개정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교회총연합. 이번 개정의 핵심은 지난해 개정한 ‘1인 대표체제’를 다시 ‘공동대표체제’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정작 정관개정위원회가 설치된 것은 기하성이 제안한 ‘부회장 제도’ 때문인데 부회장 제도는 논의조차 하지 않고 공동체제 복귀에만 관심을 기울인 것. 한교총 내부 관계자들은 “공동체제야 말로 한교총의 설립정신이자 연합정신”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1년 만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정관을 뜯어 고치는 것은 한교총이 얼마나 허술한 조직인지를 증명하는 부분이다. 연합정신은 ‘공동체제’에 있는 것이 아니고 ‘순번제’에 있다. 한교총 창립까지 수많은 연합의 역사 속에 교단들이 명분으로 삼은 것이 바로 ‘순번제’였기 때문이다. 

연합기관 분열의 역사로 돌아가 보자. 원래 보수를 대표하는 연합기관은 1989년 창립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하나였다. 하지만 대표회장 선거가 과열되면서 금권선거 논란이 일었고, 자리다툼으로 내홍을 겪었다. 급기야 지난 2011년 대표회장 인준 과정에서 소송전이 시작됐고 법원이 김용호 변호사를 직무대행으로 파견했다. 김용호 변호사가 한기총에서 단행한 개혁안이 그 유명한 ‘7.7정관’이다. 이 정관의 핵심은 대표회장 ‘순번제’다. 당시 한기총은 ‘대표회장 후보는 교단에서 추천한 1인’으로 했으며, 교단 규모별 가-나-다 군으로 나눠 6년 동안 가군에서 3번, 나군에서 2번, 다군에서 1번씩 돌아가며 순번제로 대표회장을 맡도록 했다. 군별로 교단 순번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선거과정이 필요 없고, 금권선거 논란을 피할 수 있는 묘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불법 요소를 막기 위해 선거관리규정을 강화한 것도 개혁안의 핵심이었다. ‘입후보 의도자는 후보 추천 및 당선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총회 대의원 또는 차년도 대의원 예상자를 시무교회나 대표로 있는 단체의 행사 등에 강사 또는 순서자로 초청할 수 없고, 응할 수도 없다’는 선거관리 조항을 확정했다. 후보자는 기부, 금품 수수, 비방, 유인물 제작, 언론의 광고 등이 모두 금지되며, 금권 선거 신고시 확인 금액의 50배 이하의 포상금을 지급토록 했다.

한국교회총연합 상임회장회의가 지난 22일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상임위는 정관개정안을 확정했다.
한국교회총연합 상임회장회의가 지난 22일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상임위는 정관개정안을 확정했다.

순번제 파기 이유로 한기총 탈퇴한 통합
당시 한기총은 임시총회에서 개혁안을 통과시키며 안정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길자연 대표회장이 총대들의 인준을 받아 업무를 시작한 직후 개혁안은 보란 듯이 폐기됐다. 불과 3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다. 한기총이 소위 개혁안으로 불리는 7.7정관을 개정하고 원안으로 복귀시키자 가장 먼저 반기를 든 교단은 예장 통합이다. 통합은 2012년 9월 총회에서 ‘한기총 탈퇴’를 결의했다. 당시 통합총회는 한기총 개혁안의 핵심인 1년 단임제와 대표회장 순번제 폐기를 탈퇴의 명분으로 삼았다. 

개혁안이 탈퇴 명분이 되다보니 교계에서는 새로운 연합기관이 태동하거나 통합을 모색할 때마다 ‘7.7정관’을 언급한다. 한기총 탈퇴를 주도한 일부 교단들이 모여 2012년 3월 창립한 한국교회연합은 창립총회 직후 “빠른 시일 내 임시총회를 열어 7.7정관을 기반으로 하는 정관규약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한교연 가군에는 예장 통합만 들어가 있었다. 사실상 가군에서는 통합만 대표회장을 하는 그림이었다. 이러한 모순을 없애기 위해 한교연은 가군의 기준을 5,000교회에서 3,500교회로 완화하면서 가군에 백석을 포함시켰다. 그 이후 통합은 한교연을 탈퇴했다. 

2017년 창립된 한국교회총연합은 어떨까. 이 역시 가군에 ‘통합과 합동’만 들어가 있었다. 가군 교단이 창립부터 지금까지 5년 동안 사실상 대표를 번갈아 맡으면서 주도권을 잡아왔다. 그리고 지난해 정관개정을 통해 올해 처음으로 백석총회가 가군에 들어갔다. 통합과 합동에 편중된 가군의 기득권을 분산시키기 위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소위 장자교단이라고 자칭하는 통합과 합동 두 교단의 담합으로 백석총회는 올해 약속된 순번에서 배제됐다. 문제는 연합정신을 수호하고 원칙을 강조해야할 예장 통합 출신 류영모 대표회장이 백석을 배제시키는 데 앞장섰다는 점이다. 순번제를 어떤 기준으로 적용했는지 원칙적인 설명이 정확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번 인선은 무효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법과 원칙에 위배된 인선에 대해 예장 백석을 비롯해 아예 추천 기회조차 얻지 못한 ‘라군’에서도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위 순번제를 강조했다면 한교총은 가군에 적용한 ‘정관개정’ 시점으로 순번을 시작할 것인지, 나군과 다군에 적용한 ‘창립총회’ 시점으로 순번을 시작할 것인지 원칙을 설명해야 한다. 만약 가군에 적용한 정관개정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면 합동 순서고, 나군은 기감이다. 나군과 다군을 추천한 창립총회 시점으로 기준으로 적용한다면 가군은 백석이다. 무엇을 선택하든지 한교총은 이번 정기총회에서 하나의 원칙을 발표하고 총대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한교총의 허술한 정관과 규약
순번제를 골자로 한 ‘7.7정관’은 한국교회 연합운동에서 연합정신이 담긴 모범정관처럼 언급되지만 사실상 이 정관을 계승하거나 실천하는 단체는 없다. 그러다보니 대표회장 선거 때마다 잡음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교총의 선거는 인선에 대한 기본적인 규정만 있지 선거관리 법안이 전무하다. 금권, 불법, 부정 선거가 일어나도 이를 제재할 법적 기준이 없다. 

올해 인선을 바라보는 일부 총대들은 “사전 선거운동에 대한 제재가 없다보니 당선에 영향을 끼칠 만한 일들이 너무 많이 벌어졌다”고 말한다. 인선위원 5명이 최종 후보 확정까지 누구를 만났는지, 대략 후보자로 추천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어떠한 행사에 참여했는지 하나하나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표회장이 되고 싶은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사전 선거운동이 충분히 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교총 임원선거규정을 살펴보자. 임원의 인선을 위해서 상임회장회의는 임원인선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임원인선위원회는 총회 개회 20일 전까지 차기 대표회장과 공동대표회장, 임원, 감사, 법인이사 후보 명단을 작성하여 상임회장회의에 제출한다. 상임회장회의는 임원인선위원장이 제출한 후보 명단을 심의하여 총회에 제출한다. 상임회장회의가 최종 선임의 권한을 갖는 것이 아니라 ‘추천’ 받아 ‘제출’하는 권한만을 가지고 있다. 

한교총 정관과 내규에는 이러한 임원선임규정만 있고 선거관리규정은 없다. 선거관리규정이 없는 교단과 연합기관은 한교총이 유일하다. 선거관리규정을 두는 이유는 ‘선거부정’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한교총은 선거부정을 막을 방법이 없다. 

상임회장회의 권한이 “임원 후보의 명단을 총회에 제출”하는 것으로 제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 집행부는 지난 18일 인선위원회 발표로 사실상 회장단이 확정된 듯이 행동했다. 불과 4일 뒤 열린 22일 상임회장회의에서는 인선위원회가 추천한 한교총 총무를 임의로 교체했다. 기하성 소속 인사는 “차기 공동대표회장 교단에 합동과 백석이 있으니 중복을 피하기 위해 한교총 총무를 교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후 합동과 백석에서 통합과 개혁으로 총무가 바뀌었다. 그리고 상임회장단이 이를 승인했다. 후보자 등록 기간인 11월 28일까지 지켜볼 것도 없다는 듯이 총무를 교체한 것이다. 총대들의 결정도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한교총 정관개정위원회가 ‘공동체제’에 집착한 사이 한교총은 연합기관 파행의 원인이 된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정관개정의 핵심은 공동체제 복귀가 아니라 선거부정을 막기 위한 선거관리규정을 새롭게 신설하는 데 있다. 

과거 예장 통합이 그토록 칭송했던 한기총 7.7정관을 마련한 직무대행 김용호 변호사는 선거법 중에서도 선거관리규정을 정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기관이 되려면 영성과 윤리성에서 최고의 모범을 모여야 하므로 철저히 발본색원하여 영원히 추방할 수 있는 가장 엄격하고 실효적인 선거관리 제재 조항을 신설하고 각 교단의 선거, 추천 절차에도 이를 적용토록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선거뿐만 아니라 추천 절차에서도 선거관리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공직선거법을 비롯한 대다수 선거관리규정에서 “입후보자는 기부, 금품 수수, 비방, 유인물 제작, 언론의 광고 등이 모두 금지”된다. 선거관리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하지만 대표회장 추천을 받은 기하성 이영훈 목사는 인선을 앞두고 한교총에 10억을 기부했다. 

‘누더기 정관’ 오명 벗을 수 있을까?
정관개정 역시 몇몇 총무와 직원의 머리에서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법률 전문가가 참여하는 개정위원회를 통해 체계화 되어야 한다. 현재 한교총 정관과 내규는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관의 법이라고 하기엔 부끄러운 수준이다. 

심지어 이 정관은 2012년 한국교회연합 창립총회에서 제정된 법을 기준으로 2017년 한국기독교연합 통합 창립총회에서 전면 개정됐으며, 2017년 한국교회총연합 제1회 총회에서 또 개정되었고, 2018년 사단법인 설립총회에서 다시 전면 개정됐으며 이어 2020년 한교총 제4회 총회에서 개정된 후 2021년 제5회 총회까지 연속으로 개정됐다. 그리고 올해 또다시 정관개정안이 올라갈 예정이다. 

이번에 올라가는 정관개정안은 총회를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지난 11월 14일 개정에 대한 큰 틀을 잡은 후 22일 상임회장회의 상정까지 불과 8일 만에 완성됐다. 한교총 정관은 대표회장회의와 상임회장회의만 작정하면 매년 입맛에 맞게 뜯어 고칠 수 있는 ‘누더기’가 되어 가고 있다. 

정관개정안은 총회에서 재적 대의원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가결된다. 한교총에 침투하고 있는 부정선거 열기를 차단하고 정확한 선거관리규정을 명시한 정관의 개정은 전적으로 총대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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