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문제에 국가의 존폐 달려…돌봄공백 메워야”
상태바
“저출생 문제에 국가의 존폐 달려…돌봄공백 메워야”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2.11.23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BS 출산돌봄 포럼 개최, ‘정부와 한국교회의 역할은?’

장헌일 목사, “돌봄 공백 메울 서비스 총량 늘려야”
김은혜 교수, “아이 낳기 행복한 사회 만들기” 우선

대한민국에 아기 울음소리가 사라져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합계출산율이 0.81명으로 OECD 국가 중 최저 출생율을 기록했다. 세계 유일 ‘합계출산율 1명 미만 국가’로 2000년대 초 40만 명대였던 출생아 수가 21년 기준 출생아 26.1만 명으로 급락했다.

지금이 인구 정책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시각이 나오는 가운데, CBS(사장:김진오)는 지난 23일 오후 여의도 CCMM빌딩에서 포럼을 열고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와 한국교회 역할을 모색했다.

CBS는 지난 23일 오후 여의도 CCMM빌딩에서 CBS출산돌봄포럼을 열었다.
CBS는 지난 23일 오후 여의도 CCMM빌딩에서 CBS출산돌봄 포럼을 열었다.

주제발제에서 장헌일 목사(한국공공정책개발원 연구원장)는 인구 절벽시대, 기독교와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저출생 문제는 국가의 존폐문제가 달려있는 만큼 국가 정책 중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진단을 내렸다.

특히 장 목사는 돌봄 현장에서 학부모와 아동, 돌봄 종사자들이 체감하고 있는 주요 한계로 △돌봄서비스의 절대적인 양 부족 △서비스의 질적 향상 △아동 연령별 돌봄서비스의 불균형 △돌봄서비스 전달체계의 분절과 비효율성 △돌봄 노동가치에 대한 저평가 등을 지적했다.

아동 돌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먼저 공급하는 서비스의 총량을 늘릴 필요가 있다. 장 목사는 “현재 우리나라 초등학교의 정규 수업 시간은 연간 655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804시간을 크게 밑돌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듯 공교육 시간이 짧다 보니 돌봄 공백을 부모가 메우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초등생 교육시간 및 온종일 돌봄서비스를 확대함으로 정규 수업시간 외에 자유놀이, 기초학력 보정, 방과후 예술‧체육 등을 추가해 최대 6교시인 수업시간을 더 늘리겠다고 밝혔다. 여성에게 출산 및 육아 부담이 집중되면서 경력 단절과 저출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의 정책이 돌봄서비스를 통해 어린 아이를 늦게까지 봐주는 것에 집중돼 있다는 한계를 지적했다. 장 목사는 “이보다는 초등학교 저학년의 어린 자녀를 둔 부모가 일찍 퇴근할 수 있는 방안이 더욱 절실하다”면서 “부모가 제대로 보육을 할 수 있도록 조직문화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초등생 방과 후 돌봄을 위해 주중 유휴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교회가 가진 역할도 있다. 돌봄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사회가 결합해 유휴 종교시설을 활용한 아동돌봄센터를 확충할 수도 있다.

그는 “가장 지역과 밀착돼 접근성이 좋은 교회가 공교회성을 바탕으로 ‘아동돌봄센터’로 전환해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제안하며 “교회를 통해 국민에게 출생의 고귀한 기쁨을 알리는 초저출산 극복 범국민운동이 확산되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현 가임기의 혼인 가구와 가장 밀접한 세대인 MZ세대 관점에서 출산을 거부하는 이유를 분석하고 MZ세대가 공감하는 출산 돌봄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어진 발표에서 김은혜 교수(장신대)는 “MZ세대는 경제적 풍요와 개인의 행복이라는 이기심을 비롯해 ‘비혼’과 ‘딩크족’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여겨왔다. 그러나 출산을 포기한 여성들이 말하는 가장 궁극적 원인은 경제적 문제보다는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 힘든 사회’에 있다는 답이 많았다”고 전했다.

단순히 이들에게 출생률 저하로 인해 국가가 위기에 놓였다고 설득하는 것으로 출생률이 증가하기 어렵다는 것. 따라서 출산과 자녀양육이라는 일련의 과정이 개인의 삶과 미래의 행복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으로 여길 수 있는 사회적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자녀 돌봄이 ‘여성의 일’이라는 인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여성에게 육아가 두려운 이유는 경제적 문제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와닿는 문제는 ‘독박육아’에 대한 두려움이다. 김 교수는 “한국의 남성 육아휴직이 정착되며 독박육아라는 사각지대가 사라지기까지 갈 길이 멀다. 자녀 돌봄이 여성만의 일이 되는 한 출생률은 지속적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를 위해 제안되는 것은 육아의 부담을 가족과 여성만이 아니라 기업과 남성이 함께 나누고, 남녀 육아휴직의 의무사용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여성의 출산이 곧 ‘경력 단절’로 이어지는 사회적 구조에도 반성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한국교회는 솔선수범해 생명문화를 증진시키는 일에 앞장서 출산과 양육을 선택할 수 있는 돌봄의 가치를 확산시키고 부모가 되는 일이 얼마나 귀하고 가치 있는 일인지를 경험할 수 있도록 크고 작은 환경을 개선하는데 힘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앞서 이날 포럼에서는 나경원 의원(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초저출산 극복을 위한 정부 때책과 실현방안’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펼쳤다.

인사말을 전한 김진오 사장은 “출산 돌봄은 우리의 의무이자 사명이다. CBS는 한국 사회와 교회를 지키고 우리의 다음세대를 위해 출산돌봄캠페인1273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 이 자리가 하나님을 기쁘게 하고 모두에게 뜻깊은 시간이 되기 바란다”고 이번 포럼의 취지를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