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회장 추천됐지만 한교총에 ‘미세한 균열’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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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회장 추천됐지만 한교총에 ‘미세한 균열’이 시작됐다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2.11.2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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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교총 인선 어떻게 됐나

가군에서 합동과 백석 공동대표회장에 추천, 차기는 다시 통합 몫
공동체제 복귀하는 이유에 “대표회장 하고 싶은 사람 너무 많아”
임원선임규정 있지만 관리감독하는 법은 없어 ‘불법선거’ 우려도


몸집이 커진 한국교회총연합에 정치가 개입되기 시작했다. 순번과 관례를 어기고 ‘배제의 정치’로 판을 흔든 것. 지난 18일 열린 상임회장회의는 잘 짜인 각본처럼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오랜 시간 준비한 듯 몇몇 교단의 담합이 확인됐고, 연합에 미세한 균열을  남겼다. 

한국교회총연합은 지난 18일 정관개정위원회와 인선위원회, 상임회장회의를 잇달아 열었다. 당장 12월 8일 열리는 제6회 정기총회에서 정관을 변경하고 ‘공동체제’로 복귀를 모색하던 한교총은 “주무관청의 승인 없는 개정안 시행은 불법”이라는 일부의 반대에 막혀 현 1인 대표체제로 인선을 발표했다. 인선위원회 서기 김기남 목사는 “가군에 합동, 나군에 기하성, 다군에 대신이며, 라군은 신청자가 없다”고 결과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대표회장에는 기하성 이영훈 대표총회장, 공동대표회장에는 합동 권순웅 총회장과 대신 송홍도 총회장을 내정했다. 인선 발표 직후 이영훈 목사는 “교계 여러 사업과 한국교회 연합을 위해 가군의 백석을 공동대표회장에 추가해달라”고 긴급제안을 했다. 이에 따라 공동대표회장에 예장 백석이 추가되면서 가군 2명, 다군 1명의 기형적 조직이 완성됐다. 

이에 대해 예장 백석 사무총장 김종명 목사는 인선 과정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혔다. 한교총 창립 후 지금까지 강조해온 순번제를 지키지 않고 ‘가군’의 경우 표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교총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회의 과정을 다시 정리해보았다. 

한국교회총연합 상임회장회의가 지난 18일 종로5가 사무실에서 열렸다. 이날 상임위는 임원 후보를 확정했다.
한국교회총연합 상임회장회의가 지난 18일 종로5가 사무실에서 열렸다. 이날 상임위는 임원 후보를 확정했다.

가군은 순번 배제, 라군은 아예 ‘패싱’

한교총은 지난 10월 회의에서 인선위원 5인을 구성하고 위원장에 감리교 이철 감독회장을 선임했다. 지난 18일 열린 상임회장회의에서 류영모 대표회장은 인선위의 발표에 앞서 군별 모임을 제안했다. 

류 목사는 “인선을 보고하기 전에 우리 법에 의하면 7천 교회 이상 1군, 2500교회 이상 2군, 1000교회 이상 3군, 1000교회 이하가 4군인데 4군은 우리 상임회장 교회가 한 군데도 없다. 유명무실하다”며 1000교회 이하 교단은 피선거권 자체를 박탈했다. 이어 “(군별로) 그동안 해왔던 순서를 쭉 따져보면 누가 이번 차례인지 그림처럼 선명하게 나온다”며 군별로 모여서 후보를 추천할 것을 요청하며 정회했다. 

한교총 임원선임규정 제5조(대표회장 후보군) 3항에 보면 “임원인선위원장이 주관하여 각 군별 순서에 따라 각 군에서 공동대표회장 후보를 1명씩 선정하여 상임회장회의에 천거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규정대로라면 임원인선위원장이 각 군별 회의를 주관해야 한다. 류영모 대표회장은 제5조 3항에 근거하여 군별 모임을 갖도록 했다. 

나군은 창립 당시부터 순서에 따라 1회 때 대표회장을 역임한 기하성 총회장을 추천했다. 다군도 순서에 따라 예장 대신 총회장을 추천했다. 하지만 가군은 순번에 따르지 않았다. 순번에 따를 경우 예장 백석의 차례. 하지만 백석을 배제하기 위해 총대를 멘 건 예장 통합 소속 류영모 대표회장이다. 

류 대표회장은 군별 모임 직전 “그동안 해왔던 순서를 쭉 따져보면 누구 차례인지 선명하다”고 말했다. 창립부터 지금까지 순서를 언급한 것이다. 나군 관계자도 “우린 고민할 것도 없다. 1회부터 순서를 계산해보면 차례가 나온다”고 했다. 

하지만 가군 회의에 들어가자 류영모 통합 총회장은 말을 바꿨다. 그는 “정관이 지난 2월 주무관청의 승인을 얻었으니 그때를 시작으로 하면 예장 합동 차례다. 합동이 양보할 의사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예장 합동 권순웅 총회장은 “나는 개인 자격이 아닌 교단 대표로 나왔는데 내가 안 한다 할 수 없다”며 가군 대표를 맡겠다는 뜻을 밝혔다. 

예장 백석 대표로 참석한 김종명 사무총장은 “순번대로 하면 백석 차례다. 백석에 의견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고 류영모 목사는 표결에 들어가자고 했다. 백석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3명 중 2명이 찬성표를 던져 예장 합동을 가군 대표로 추천했다. 통합과 합동 양 교단의 사전 교감이 추측되는 대목이다. 

류영모 대표회장이 가군에서 주장한 방식(주무관청의 정관 승인 후 새롭게 순서를 리셋)을 적용하면 가군이 합동이라는 논리가 수용된다. 하지만 그렇게 될 경우 나군은 감리교, 다군은 고신으로 추천해야 한다. 그러나 류 대표회장은 나군과 다군은 창립부터 순번을 계산하게 하고 가군에서만 정관개정 시점을 언급한 것이다. 

군별 모임 후 인선위 서기 김기남 목사는 “라군은 신청자가 없어서 가나다 군에서 선임했다”며 인선결과를 보고했다. 이어 “군별 소모임 결과와 인선위 결과가 동일하게 나왔다”고 밝혔다. 가군은 예장 합동, 나군은 기하성, 다군은 대신이라는 것. 

인선위에서 이미 합동과 기하성, 대신을 확정지어놓고 왜 굳이 군별 모임을 진행했을까? 그것은 명분 때문이다. 가군의 순번은 누가 봐도 백석이다. 지난해 정관이 개정되면서 9000교회 기준이 7000교회 이상으로 완화됐고, 예장 백석이 가군에 새롭게 편입됐다. 1회부터 지금까지 사실상 대표회장 격인 법인 이사장은 ‘통합-합동-통합-합동-통합’이 번갈아 맡아왔다. 순번에 의하면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가군의 백석의 차례지만 예장 통합은 ‘표결’이라는 방식을 통해 예장 합동을 추천했다. 

역리 선택한 합동 ‘뒤통수’ 맞았나?

합동측 관계자는 “통합과 합동 순서가 깨진 적이 없다. 기회가 없다면 모를까 우리 차례라면 당연히 대표회장은 합동이 맡아야 한다. 굳이 양보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순리 대신 역리를 택한 합동은 사실상 백석보다 더 크게 뒤통수를 맞았다. 인선위가 이미 기하성 이영훈 목사를 대표회장으로 선임한 상태에서 군별 후보를 확정했기 때문이다.

가군 대표가 되면 통합 다음으로 합동이 대표를 맡을 것이라는 예상은 산산이 부서졌다. 합동은 대표회장 자리만 놓친 것이 아니다. 이영훈 목사가 갑자기 예장 백석을 공동대표회장으로 추천함에 따라 내년 가군 대표는 다시 ‘통합’의 순서가 된 것. 통합의 입장에서는 한 마디로 기가 막힌 정치적 묘수가 아닐 수 없다. 

합동 권순웅 총회장은 22일 열린 상임회장회의에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권 총회장은 “한교총이 처음 설립될 때 교단 연합 통해서 한국교회에 바른 정신을 가지고 섬기고자 했던 목적이 있다. 그런데 최근 한교총 리더십에 대한 분위기가 달라졌다. 연합정신을 넘어 대표 개인의 리더십 각축장이 된 것”이라며 인선위 구성 후 치열했던 선거열기를 지목했다. 

권 총회장은 “리더십 각축장에서 합동은 소외됐다. 왕따가 됐다. 한교총에 대한 합동의 내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대해 기하성 이영훈 총회장은 “합동의 반성이 먼저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발끈했다. 이영훈 목사를 비롯한 나군에서는 한교총 설립 이후 통합과 합동의 지배적 구조가 반복된 것에 대한 불만을 품고 있었다.

지난 19일 CTS 주최의 성탄트리 점등식에서 만난 인선위원장 감리교 이철 감독회장은 “이영훈 목사는 창립멤버고 가군만 하라는 법이 있냐. 연합정신에 따라 이영훈 목사를 추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리다툼 벌어진 한교총, 법위에 정치

지난해 한교총 정관이 1인 대표체제로 변경된 것은 한국교회를 대표할 단일 리더십을 세우자는 데 목적이 있었다. 대표 자리를 놓고 3~4명이 3~4개월씩 돌아가며 의장을 맡는 한교총의 리더십 구조는 좋게 말하면 ‘연합정신’으로 포장할 수 있지만 사실상 ‘포기할 수 없는 명예욕’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적절하다. 3~4개월씩 대표가 바뀌는 것은 연합정신이 아니다.

한 사람을 추대할 예의와 배려가 없다는 뜻이다. 올해 정관개정위원회가 1인 대표제체 운영 1년 만에 다시 공동체제로 전환을 연구한 이유도 자리 때문이다. 인선위원회에 속한 복수의 관계자는 “하고 싶은 사람이 너무 많다. 자리가 모자라다”고 표현했다. 한교총 몸집이 커지고, 대표회장의 권위가 높아지니 서로 하고 싶어 한다는 것. 한 사람에게 집중된 대표권을 나누면 가군뿐만 아니라 나군과 다군에서도 대표회장 명함을 팔 수 있다는 뜻이다. 

일단 정관개정위가 내놓은 개정안을 보면 명칭은 공동대표회장이지만 실제로는 법인 이사장이 대표회장을 맡는 변칙적 공동체제다. 3명 모두 공동대표회장이라는 명함을 갖게 되지만, 법적 대표가 실질적 대표권을 갖는다. 회의 주재를 번갈아 하는 것도 아니다. 1인 대표회장과 법인 이사장의 대표권 차이는 명칭만 다를 뿐이다. 분명한 것은 한교총 대표회장 자리가 주는 명예가 크고 이 자리를 얻기 위한 치열한 물밑 작업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류영모 대표회장은 군별 모임을 통해 정당성을 확보했지만 인선위는 이미 대표 1인과 공동 2인을 낙점해놓고 있었다. 잘 짜인 각본 이외의 변수는 없었다. 문제는 이런 조각이 이미 오래 전에 마무리됐다는 것. 

인선위원회가 구성되기 전부터 사무총장 신평식 목사는 “차기 대표회장 열쇠는 이영훈 목사가 쥐고 있다”고 말했다. 법인 사무총장 정찬수 목사 역시 한 언론 기자에게 “차기 대표회장으로 3명이 거론된다. 그 중 기하성 이영훈 목사가 있다. 이왕 하실 거면 대표를 하시라고 말씀드렸다”고 귀띔한 바 있다. 사무처 직원들이 대표회장 인선에 상당히 깊게 개입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여러 총무들이 “54년생이 결정할 것”이라는 발언을 수시로 해왔다는 점에서 이미 오랜 시간 몇몇 인사들이 한교총을 주도해왔음을 유추할 수 있다. 

인선에 대한 권한이 몇 명에게 주어지고, 모든 결정을 대표회장회의와 상임회장회의에서 내는 밀폐된 구조다보니 인선과정에 불법이 개입해도 이를 확인하거나 처벌할 수 없는 것도 문제다. 

대표회장으로 추천된 기하성 이영훈 목사는 이태원 유가족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밝힌 여의도순복음교회 헌금 10억원을 지난 16일 한교총에 지정 기부했다. 이 헌금이 한교총으로 간 것은 대표회장 류영모 목사의 요청에 의해서다. 

18일 회의에서 류 대표회장은 “트라우마치유센터를 위해서 여의도순복음교회가 10억, 그리고 그 제자교회들이 플러스 알파로 시드머니를 만들겠다고 제안했다. 이런 일은 미룰 것이 아니다. 이영훈 목사님에게 제가 전화를 해서 그러면 한교총이 이 자금을 주관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과감하게 위탁하겠느냐고 물었더니 ‘위탁하겠다’고 답을 했고, 기금을 만들어서 한교총에 보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인선위원회를 불과 이틀 앞두고 차기 대표회장 유력 후보자가 해당 단체에 10억원을 기부한 것과 관련, 한 교단 총무는 “입후보 등록과 선거과정이 없는 한교총이라고 하더라도 큰 틀에서 ‘선거법 위반’이라는 의혹을 피해가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우려를 표했다. 

이미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한교총. 몇몇 사람에 의해 수시로 정관을 바꿀 수 있는 허술한 구조이며, 임원선임규정은 있지만 이를 관리 감독할 법안도 없다. 말로는 순번을 얘기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표결로 순서를 바꿀 수 있다. 몇몇 교단이 힘을 모으면 정치적 담함도 가능하다. 총회 당일까지 정관개정안도 받아보지 못하는 한교총 총대들은 사원총회가 최고 권위를 갖는 사단법인에서도 결국 허수아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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