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사랑으로 수용자 자녀를 당당히 일으켜 세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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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사랑으로 수용자 자녀를 당당히 일으켜 세웁니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2.11.21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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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기획 – 한국교회, 미래를 품다(34) 수용자 자녀 지원하는 아동복지실천회 ‘세움’

연좌제로 고통받는 수용자 자녀들, 관심의 사각지대
물리적 지원부터 인식개선 활동 및 조사연구도 활발
세상에 떳떳한 발걸음 내딛는 아이들 볼 때 큰 보람
세움은 현재 전국 54개 교도소에 아동 친화적인 분위기의 ‘가족 접견실’을 만드는 결실을 거뒀다.
세움은 현재 전국 54개 교도소에 아동 친화적인 분위기의 ‘가족 접견실’을 만드는 결실을 거뒀다.

영화 ‘7번 방의 선물을 기억할 것이다. 아빠가 교도소에 수감 되면서 하루아침에 홀로 남겨질 딸 예승이를 맡길 데가 없어 교도소에 몰래 데리고 들어가는 모습을 코믹하게 그린 작품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예승이와 같은 처지의 19세 미만 아동은 54천여명, 전체 아동의 약 0.5% 규모로 추산된다.

아동복지실천회 세움’(대표:이경림)은 이처럼 지극히 작은 자들을 예수님의 사랑으로 품는 곳이다. 부모의 죄로 인해 마음의 감옥에 갇힌 아이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온 세움의 꿈은 수용자 자녀가 당당하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 그렇게 지난 7년간 사회에서 철저히 외면당한 아이들을 위해 비밀친구를 자처한 세움에는 하나님의 특별한 일하심이 있었다.

숨은 피해자들을 안아주다

헌법 제13조에는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해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모든 아동은 부모의 잘못과 상관없이 건강하게 보호받고 성장할 권리를 가진다는 뜻이죠. 수용자 자녀에게는 죄가 없어요. 하지만 아직도 국내 재소자 자녀들은 23차 피해를 입는 실정입니다. 이들을 지원할 전문 기관도 턱없이 부족하고요.” 유장미 선임간사는 2015년 세움이 설립된 배경을 이같이 밝혔다.

단체명이 세움인 것도 이 때문이다. 마가복음 936~37절에서 예수님은 당시 사람 취급도 못 받던 존재인 어린아이를 제자들 가운데 세우시고 안으시면서 누구든지 내 이름으로 어린아이 하나를 영접하면 곧 나를 영접함이요라고 말씀하셨다. 세움이란 이름은 성경 말씀처럼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상처받고 아파하는 수용자 자녀들을 안아 세우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일각에서는 가해자의 가족을 돕는 데 대해 부정적 시선을 내비치기도 한다. 유 간사는 얼마 전 한 기관이 아동을 의뢰하는데 부모의 범죄를 물어봤다수용자 자녀들까지 예비범죄자로 여기지 말아달라. 연좌제로 고통받는 아이들의 무너진 일상을 조금만 들여본다면 생각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려움 속에서도 건강하게 자신의 상황을 극복하는 자녀들도 많지만 대개 수용자 자녀는 가정해체와 경제적 빈곤, 사회적 낙인과 차별, 아동학대 및 방임, 범죄위협 등 다양한 위험에 노출돼 힘겨운 삶을 살아간다. 그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존중받아야 할 친구들이다. 이들의 필요와 안전을 걱정하는 게 우선이라고 소신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세움은 수용자 자녀와 가족에 대한 지원체계 구축 사회적 인식 개선활동 연구조사 등 세 가지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우선 세움은 매달 120여명의 수용자 자녀에게 성장지원비(용돈·교통비), 긴급생활지원비(의료비·주거비), 가족면회비 등을 지원한다. 이와 함께 세움 온() 상담소를 열고 미술치료 등을 실시하기도 한다.

유 간사는 아이들은 부모의 수감 사실만으로도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낄뿐더러 부모의 체포장면을 목격했을 시 심각한 트라우마를 입지만 보호자의 부재와 금전적 문제로 제대로 된 심리상담을 받기 어렵다부모의 수감 사실이 비밀일 경우 다른 양육자가 받을 수 있는 공적자원을 신청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연유로 세움은 우리 사회에 수용자 자녀의 실태를 알리고 관련 법을 제정하는 일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각종 포스터를 제작하고 캘리그라피 공모전, 서명운동 등을 활발히 펼친 결과 2019년에는 수용자 자녀가 수감 된 부모와 면회할 때 차단시설이 없는 곳에서 면회할 수 있어야 한다는 법 조항이 만들어지는 쾌거를 거뒀다.

여주교도소를 시작으로 전국 54개 교도소에 아동 친화적인 가족 접견실이 마련되고, 수감자가 미성년 자녀와 접견할 때는 죄수복이 아닌 사복을 입도록 바뀐 것도 세움이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닌 결과다. 지난해부터 서울·대구·대전·광주의 4개 지방교정청이 위기 수용자 자녀지원팀을 신설해 운영하는 것 역시 괄목할만한 결실이다.

세움은 국내에서 수용자 자녀들만을 위한 유일한 기관인 만큼, 관련 연구조사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2017년 재소자 자녀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때 세움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수탁을 받아 전국 교도소 수용자들을 전수조사해 실태 파악에 나서 유의미한 통계지표를 도출해냈다.

세움은 수용자 자녀들을 위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활발히 펼친다.
세움 유장미 선임간사가 수용자 자녀들을 위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한 영혼이 살아나는 기적
세움이 지금의 열매를 얻기 까지는 그간 눈물로 씨를 뿌린 직원들의 노고가 있었다. 사역 초반에는 재소자 자녀를 발굴하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유 간사는 수용자 자녀에 대한 의뢰가 들어와도 가정방문 과정에서 분노할만한 사연이 많다아이들이 학교나 사회에서 손가락질을 받는 건 물론 성학대를 당하는 등의 일을 목격할 때 가슴이 아팠다고 털어놨다.

그는 열악한 처지의 아이들을 볼 때마다 거룩한 부담과 사명을 느낀다실질적인 지원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상처입은 아이들의 영혼을 살려낼 길은 뜨거운 기도라면서 카카오톡에 개설된 중보기도 방을 통해, 매주 60여명의 세움 관계자 및 후원자들이 아이들의 기도제목을 공유하고 주님 앞에 무릎을 꿇는다. 주님이 우리에게 맡기신 아이들을 최선을 다해 섬기고 싶다고 전했다.

이 같은 진심이 닿아서 재소자 자녀 한 명 한 명이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나고 세상에 떳떳한 발걸음을 내딛을 때 13명의 세움 직원들은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세움의 도움을 입은 아동은 500명을 훌쩍 넘는다. 유 간사는 광야의 시간을 통해 성숙해진 아이들을 볼 때 뿌듯하다세움과 함께 건강하게 성장한 대학생, 청년들은 이제 청년자문단으로 활약하며 어엿한 동역의 관계로 발전했다고 귀띔했다.

이들의 이야기는 세움이 올해 7월 발간한 <어둠 속에서 살아남다: 7명의 수용자 자녀 이야기>란 제목의 책에 고스란히 담겼다. 책에서 한빛(가명)이란 청년은 세움에서 생전 처음 응원과 칭찬의 말을 들었다. 이제 나는 타인에게 먼저 다가갈 수도 있고 눈물이 날 만큼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됐다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 폭력을 당해 온몸에 멍 자국이 가득했던 꼬맹이가 이렇게 달라졌다면 여러분은 믿겠는가라며 가슴 뭉클한 고백을 들려준다.

유 간사는 처음에는 수용자 자녀임을 밝히기조차 꺼리던 아이들이 차차 마음을 열고 자신의 이야기를 터놓을 때 감사하다하루는 한 친구의 졸업식을 축하해주러 갔더니 가족도 못 오는데 세움의 선생님들이 와주셔서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감동이 밀려오면서 하나님이 이들을 너무 사랑하셔서 우리를 붙여주셨다는 걸 깨달았다고 회상했다.

한편, 세움은 더 많은 사람에게 수용자 자녀들의 건강한 성장 스토리를 전할 수 있도록 유튜브 채널 세움TV’도 개설했다. 영상에서는 수용자 자녀를 둘러싼 환경의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이 처한 현실을 알리고 지원과 관심을 촉구한다.

유 간사는 아이들이 넘어지고 다치고 다시 일어나는 성장의 과정에 세움이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하다힘들 때나 기쁠 때나 제일 먼저 이곳을 찾아오는 아이들에게 세움은 앞으로도 든든히 기댈 수 있는 어깨가 되어줄 것이라고 웃어 보였다

세움은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인 수용자 자녀들의 현실을 알리고 지원과 관심을 촉구하고자 유튜브 채널 ‘세움TV’를 운영하고 있다.
세움은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인 수용자 자녀들의 현실을 알리고 지원과 관심을 촉구하고자 유튜브 채널 ‘세움TV’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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