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타스의 뜻은 “알파요 오메가이신 하나님 우리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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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타스의 뜻은 “알파요 오메가이신 하나님 우리 아버지”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2.11.1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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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 카타콤과 기독교 신앙의 상징(7)

어떤 이들은, 로타스(ROTAS)는 수레바퀴, 오페라(OPERA)는 조심하여, 테넷(TENET)은 붙들다, 아레포(AREPO)는 지명, 사토르(SATOR)는 씨 뿌리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보아 “씨 뿌리는 아레포는 수레를 조심스럽게 잡는다”라고 번역하지만 전혀 사리에 맞지 않는다. 그런가하면 이 25개 글자의 자모를 재배열하여 “아버지께 기도드립니다, 아버지, 나를 깨끗하게 하여 주옵소서(Oro Te Pater, Oro Te Pater, Sanas)”로 읽을 수 있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이 해석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이 석판에 대한 오랜 연구 끝에 학자들은 로타스 비문 속에 숨어있는 엄청난 비밀을 발견하게 되었다. 초기 그리스도인이 이 단어를 암호로 은밀하게 신앙을 고백한 것임을 알게 된 것이다. 비문을 자세히 보면 한가운데 ‘N’자를 중심으로 상하 좌우로 십자가 형상을 그릴 수 있다. 그 바로 위와 아랫줄 양끝에 ‘A’자와 ‘O’자가 있다. A자와 O자는 알파(Alpha)와 오메가(Omega)로서 처음과 끝을 상징한다(계 1:8, 21:6, 22:13). 여기서 학자들은 중요한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다. 즉 비문 속의 글자들을 십자가 형상으로 배열하고, 십자가 끄트머리에 A자와 O자를 우선적으로 배치한 후 나머지 글자로 재배열하여 문장을 해석하게 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옆의 그림이다.

이렇게 보면 가로로 읽던 세로로 읽던 PATER NOSTER, 곧 ‘우리들의 아버지 Our father’라는 뜻이 된다. “알파요 오메가이신 전능하신 하나님 우리 아버지”라는 말이 십자가 속에 숨어있었던 것이다. 박해와 시련 가운데서도 하나님이 우리들의 아버지가 된다는 신앙고백은 로마시대 기독교도들이 서로를 확인하고 격려하기 위해 은밀한 암호를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이 로타스 석판이 폼페이에서 발견되었다는 점은 적어도 79년 이전에 폼페이, 곧 로마와 밀라노에 이은 이탈리아 제3의 도시이자 이탈리아 캄파니아의 주도(州都)에까지 기독교가 소개되어 있었음을 보여준다. 타키투스가 확인한 바처럼 60년대에 로마에 커다란 기독교 공동체가 형성되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크게 놀랄 일은 못된다. Stevenson ed., A New Eusebius (London: SPCK: 1960), 7-8.

폼페이 외의 다른 지역에서도 동일한 내용의 로타스 석판이 발견되었다는 점은 기독교권에서 동일한 신앙고백이 상징으로 회자되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초기 기독교인 가운데 무지한 하층민만이 아니라 문학이나 기하학 혹은 예술적 감각을 지닌 엘리트 집단이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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