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아플수록 더 힘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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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아플수록 더 힘을 내야 한다
  • 김학중 목사
  • 승인 2022.11.08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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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중 목사 / 꿈의교회 담임
김학중 목사 / 꿈의교회 담임
김학중 목사 / 꿈의교회 담임

얼마 전 한 장례식에 예배를 인도하러 갔다. 빈소에 들어가니까, 불의의 사고로 우리 곁을 떠난 젊은이가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 앞에서 아버지는 주저앉아서 하염없이 눈물을 훔치고 있었고, 어머니는 통곡하다 결국 실신해서 링거를 맞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젊은이의 형제들은 눈물을 흘리며, 넋을 놓고 멍하게 사진만 바라보고 있었다. 

예배를 인도하고 축도를 마친 뒤에, 가족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이런 부탁을 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마음이 아픈 것도 안다.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 안 그러면 더 큰 사고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특별히 고인의 형제들에게 “끼니때마다 조금이라도 밥을 먹고 힘을 내서, 너무나 힘들 부모님을 잘 도와드리라”고 부탁드렸다.

그후 필자는 주일을 앞두고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다. 우연히 스마트폰을 봤다가 알게 된 이태원동에서의 참사! 긴급하게 TV를 켜고 밤새 재난방송을 보면서, 속히 상황이 정리되고 단 한 사람도 불행한 일을 겪지 않기를 기도했다. 그러나 곧 드러난 결과는 모두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현재 150명이 넘는 사람이 우리의 곁을 떠났고, 200명에 가까운 사람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모두가 큰 슬픔에 잠겨 있는 지금,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어떤 모습과 시선으로 이 상황을 마주해야 할까? 소중한 생명을 먼저 보내야 하는 가슴 아픈 상황에 있지만, 앞에서 말한 것처럼 최소한 누군가는 정신을 차려야 하고, 그 누군가가 제일 먼저 우리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두 가지를 제언하고 싶다.

첫째로 슬퍼하는 이들 옆에서, 함께 슬퍼해야 한다. 지금도 일부 ‘친구’들이 소위 ‘정의의 사도’를 자처하며, SNS에 이태원에 갔던 이들을 정죄하는 영상을 공유한다. 누구도 정죄하지 않았던 예수님의 정신을 볼 때 전혀 동의할 수 없지만, 백 번 천 번 양보해서 그렇게 주장할 수 있더라도, 그 정죄가 가족에까지 번져서는 안된다. 왜 그럴까? 에스겔 18장 20절에서 언급하신 대로, 하나님은 각자를 보시고 인생을 평가하시지, 연좌제로 구원과 심판을 결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슬퍼하는 가족에게 필요한 것은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아픈 마음을 위로하는 것이다.

둘째로 먼저 ‘내 탓이오’를 외칠 수 있어야 한다. 몇몇은 지금도 “그 시간에 이태원에 가서 ‘할로윈’을 즐기려고 했던 그 문화 자체가 이미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이들에게, 진지하게 묻고 싶다. 그런 문화를 누가 만든 것일까? 무슨 말을 하더라도, 그 잘못은 결국 우리 그리스도인의 몫이다. 왜 그럴까? 그들이 말한 대로 그런 문화를 즐긴 것이 문제라면, 그 시작은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참된 기쁨을 누리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문화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싶다면, 비판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가슴을 치며 회개하는 게 먼저일 것이다.

물론 언젠가는 참사의 과정을 냉정하게 바라보며, 우리가 고쳐야 할 점도 언급할 때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모든 조사가 끝나고, 책임의 문제가 정리된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더 먼저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다. 그 일을 위해 힘을 낼 때이다. 우리가 먼저 힘을 내서 우리 사회 안에 다시 힘을 불어넣을 때, 우리 사회도 다시 힘을 얻을 것이다. 다시 한번 주님의 위로가 이 땅 위에, 특별히 이번 참사로 몸과 마음이 아픈 모든 이들에게 임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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