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에서 돌이키지 못하고 악으로 선을 갚으려는 백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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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에서 돌이키지 못하고 악으로 선을 갚으려는 백성들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2.11.0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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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57) - “진흙이 토기장이의 손에 있음같이 너희가 내 손에 있느니라” (렘 18:6)

예레미야의 예언이 선포되던 때, 근동의 패권국 바벨론은 계속해서 영토를 확장하고 있었습니다. 침략의지를 읽은 유다 백성들은 불안에 떨면서도 자신들이 하나님의 특별한 사랑을 입은 백성이기에 외적의 손에 나라가 망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일찍이 당대의 최강대국 이집트의 손에서 그들을 건져내셨던 하나님께서 바벨론 역시 격퇴하시리라고 스스로 다짐했고, 예언자의 직위에 있던 사람들조차 하나님의 뜻을 구하지 않고 사람들의 비위에 맞춰 애국적이고 고무적인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습니다. 하나님 말씀에 귀를 막은 세대에게 바벨론의 침공이 하나님의 심판이라는 예언은 성가시고 무익한 헛소리를 넘어 국가의 안위를 해치는 불순한 사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거짓 예언자들은 진실을 전하는 예레미야의 입을 막으려 했습니다. 유다 백성들도 예레미야의 예언을 혐오했습니다. 결국 그들은 예레미야를 죽이려 달려듭니다. 하나님을 향한 예레미야의 호소에서 그 위태로운 상황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들이 말하기를 오라 우리가 꾀를 내어 예레미야를 치자 제사장에게서 율법이, 지혜로운 자에게서 책략이 선지자에게서 말씀이 끊어지지 아니할 것이니 오라 우리가 혀로 그를 치고 그의 어떤 말에도 주의하지 말자 하나이다 여호와여 나를 돌아보사 나와 더불어 다투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 보옵소서 어찌 악으로 선을 갚으리이까마는 그들이 나의 생명을 해하려고 구덩이를 팠나이다 내가 주의 분노를 그들에게서 돌이키려 하고 주의 앞에 서서 그들을 위하여 유익한 말을 한 것을 기억하옵소서”(18:18~20)


“어찌 악으로 선을 갚으리이까마는…” 우리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호소입니다. 하나님이 보내신 예언자의 말씀에 가슴을 치고 회개하지는 못할망정 그 예언자를 비웃고 박해하는 사람들! 하나님의 진노를 거둘 수 있을까 그들을 위해 ‘유익한 말’을 다했건만 그들은 악행으로 보답하고 있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기억해주시라고 호소하는 예레미야를 향해 하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토기장이에게서 옹기를 사 들고 백성들과 제사장 우두머리들을 대동해 힌놈 골짜기로 가서 예언하라는 명령이었습니다(19:1~2). 유다 백성들이 저지른 배교와 불신앙의 죄로 인해 재앙이 임하고 백성들이 살육당하고 도성이 불타 그 곳을 ‘죽음의 골짜기’라 부르게 되리라는 무서운 선언입니다. 예루살렘은 사람들의 놀람과 조롱거리가 되고 거주민들은 굶주림에 지쳐 자식들의 살을 먹고 이웃의 살을 먹는 지옥도가 펼쳐질 것입니다(3~9절). 


하나님께서는 예레미야에게 가져간 옹기를 동행한 지도자들 눈앞에서 깨뜨리라 명령하셨습니다. 이 무서운 예언이 예언자의 폭언이나 겁박이 아니라 하나님의 확고한 결정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습니다. “너는 함께 가는 자의 목전에서 그 옹기를 깨뜨리고 그들에게 이르기를 만군의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되 사람이 토기장이의 그릇을 한 번 깨뜨리면 다시 완전하게 할 수 없나니 이와 같이 내가 이 백성과 이 성읍을 무너뜨리리니 도벳에 매장할 자리가 없을 만큼 매장하리라”(10~11절) 하나님의 진노가 거두어지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그런 순간이 있습니다. 은혜와 자비, 사랑과 용서의 하나님께서 당신 백성을 향해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고 말씀하신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입니까. 우리는 압니다. 예레미야의 예언대로 심판이 이루어지리라는 것을. 예루살렘은 짓밟히고 성전은 불태워지며 왕족과 지도층들이 포로로 끌려가리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묻게 됩니다. 유다 왕국이 그렇게 종말을 고하면 다윗의 왕조가 영속하리라는 약속은 어떻게 될 것인지(삼하 7:16). 다행하게도 예레미야의 예언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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