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마트’ 활짝 열고 소외된 이웃과 동행합니다”
상태바
“‘행복마트’ 활짝 열고 소외된 이웃과 동행합니다”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2.11.07 10: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니어//나눔으로 인생 2막 시작, 인천제2교회 이건영 원로목사

“은퇴를 하고 보니 ‘행복마트’를 운영하는 것이 진짜 쉼입니다. 행복마트에서 만난 이웃과 인사하며 교제를 나눌 때 지친 마음이 회복되곤 합니다. 오랫동안 대형목회를 하며 달려오다 보니 큰 보람도 있었지만, 간혹 중노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이제는 이곳이 쉼터가 되고 새 일터가 된다는 생각에 그저 뿌듯한 마음입니다.”

인천 중구 용현동에 ‘행복마트’를 오픈해 나눔으로 인생의 2막을 연 이건영 원로목사(69·인천제2교회)를 지난달 26일 만났다. 그는 지난해 12월 인천제2교회를 은퇴하고 35년 동안 섬겼던 목회 사역을 내려놓았다. 대형교회 목회를 하면서 감사한 마음도 있었지만 때로는 많은 사역으로 인해 몸이 고되기도 했다. 때로는 성도 한 명 한 명과 인격적 교제를 나누고 싶지만, 여력이 되지 않아 가슴 한쪽에는 늘 안타까운 마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건영 원로목사(69·인천제2교회)는 은퇴 후에도 ‘행복마트’를 오픈해 지역사회에 나눔의 손길을 펼치고 있다.
이건영 원로목사(69·인천제2교회)는 은퇴 후에도 ‘행복마트’를 오픈해 지역사회에 나눔의 손길을 펼치고 있다.

당장의 쉼보다 ‘나눔과 섬김’을

오랫동안 쉼 없이 달려왔기에 은퇴 후에는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법도 했다. 그러나 그는 은퇴 후 하반기의 삶을 당장의 편안함과 안식을 누리기보다 소외된 이웃을 향해 손을 내미는 것을 택했다. 은퇴 이후 삶을 위해 기도하면서 ‘건강이나 재정이 허락하는 한’에서 이 땅의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기로 다짐했다. 그렇게 은퇴 후 3개월, 그의 꿈은 현실이 됐다.

이 목사는 “코로나 시기 정부의 지침으로 인해 교회의 모든 지역사회 섬김 사역이 중단됐다. 무료급식 및 저소득층을 위한 목욕탕 운영도 어렵게 됐다. 답답한 상황에서 저소득층 주민을 섬기기 위해 마트를 열어야겠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됐다”며, “그러니 민원도 없었고 관공서에서도 막지 않아 1년 동안 운영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인천제2교회는 코로나 이전부터 20가지가 넘는 나눔 사역을 펼치면서 지역사회에 사랑을 나누는 교회로 자리매김 해왔다. 그러나 갑작스런 팬데믹으로 이 모든 사역이 중단되자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이 목사는 교회 내 마트를 제안했고, 지역 주민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이러한 경험이 행복마트를 여는 계기가 됐다. “아내 사모와 함께 은퇴 이후의 삶을 놓고 기도하면서, 나눔사역을 해보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사실 은퇴 후 재정적으로 열악해지니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이 계속 이 일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도우셨고 제게 건강과 재정을 허락하시는 한까지 어려운 이웃을 섬겨야겠다는 결단을 하게 됐습니다.”

80명의 이웃에게 전하는 ‘행복’

그렇게 그는 인천제2교회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용현동에 8평(80㎡) 정도의 작은 상가를 월세로 얻었다. 이곳에 지난 3월 11일 ‘행복마트’를 연 그는 쌀과 휴지, 라면, 통조림 등의 식품과 생필품을 배열해 진열했다. 행정복지센터로부터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이웃 80명의 명단을 확보해 회원제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회원들은 한 달에 한번, 매주 금요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행복마트를 이용할 수 있다. 이들은 작은 슈퍼마켓이라 할 수 있는 행복마트에서 원하는 물건 6가지 종류를 묶음 형태로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다. 소매가로 계산하면 매월 회원 1인당 6만원 어치의 생필품을 무상으로 지원받는 셈이다.

이곳에서는 이건영 목사와 김영주 사모와 함께 자원봉사자로 조권식 권사와 송난희 전도사, 원승룡 안수집사, 이미자 집사 등이 섬기고 있다. 행복마트를 운영하기 위한 월세와 생필품 구매 비용은 매월 300만원 정도가 든다. 운영비용도 인천제2교회 당회에서 지원하는 월 20만원과 일부 후원비용을 제외한 대부분의 재정을 이 목사 부부가 자비로 부담하고 있다.

이 목사는 “은퇴를 했지만 가끔 생기는 교회 집회나 세미나의 강사료, 원로목사 사례비 등을 운영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사실 계속 재정을 충당해야 하므로 부담은 되지만, 매월 하나님이 필요한 재정을 기가 막히게 채워주시고 있다”며 감사를 고백했다.

은퇴 이후에도 행복마트를 지원하는 인천제2교회에도 고마운 마음이다. 그는 “이미 저는 은퇴를 하면서 충분한 예우를 받았다. 사실 은퇴는 교회의 재정에서도 떠나는 것이므로, 더 이상의 재정을 요구하고 싶은 마음은 일체 없지만 이웃을 섬기고자 하는 교회의 마음을 감사히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은퇴비 대부분을 나눔사역을 위해 사용하면서도 혹여 자신의 사역이 다른 은퇴 목회자들에게 부담을 주진 않을까 조심스런 마음을 전했다. 그는 “은퇴 이후 재정이 없고 삶을 꾸려나가기도 힘든 목회자들이 다반사다. ‘행복마트’가 이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건영 원로목사는 은퇴 후에도 ‘행복마트’를 오픈해 지역사회에 나눔의 손길을 펼치고 있다.
이건영 원로목사는 은퇴 후에도 ‘행복마트’를 오픈해 지역사회에 나눔의 손길을 펼치고 있다.

그는 ‘행복마트’의 이름처럼, 행복마트가 오가는 이들에게 말 그대로 ‘행복’을 주는 마트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행복마트의 대부분 회원이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이기 때문에 마트를 방문하는 이들의 안부와 형편을 묻고 필요를 살핀다. 이들과 인격적 교제를 경험하고 있는 그는 목회 인생의 제2막을 써내려가고 있는 기분이다.

궁극적으로 그가 바라는 것은 마트의 공간이 단순히 물품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회원들과 함께 ‘예배’하는 ‘행복마트교회’가 되는 것이다. 이 목사는 “사실 행복마트가 육신의 도움을 넘어 영적인 도움을 주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이제 마트를 운영한 지 8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쌓은 신뢰와 정을 바탕으로 5~6명 정도가 같이 예배를 드리기로 약속했다”며 소탈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마트 공간이 비좁기에 더 많은 인원이 와도 수용할 수 없을 터. 다만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말씀을 붙잡고 소수의 인원이라도 함께 모여 예배 하는 마트교회가 되기를 꿈꾸고 있다. “교회의 존재 목적은 틀림없는 복음과 구원에 있습니다. 이곳에서 예배가 시작된다면 ‘행복마트교회’는 아마도 우리나라 최초의 마트교회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과도하게 이 일을 확장할 생각은 없다. 은퇴 목회자로서 소신을 밝힌 그는 “어떤 사역을 점점 크게 하는 것은 우매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과욕을 부리면 현재의 사역도 힘들게 될 것”이라며, “은퇴자로서 제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나누고 섬길 수 있음이 큰 행복”이라고 전했다. 이건영 목사의 행복마트가 지역사회의 많은 이웃에게 따뜻한 마음과 위로를 전하는 ‘진짜’ 행복마트가 되길 바라본다.  

‘행복마트’는 회원제로 운영되며 80명의 회원에게 한 달에 한 번, 6가지 품목의 생활용품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행복마트’는 회원제로 운영되며 80명의 회원에게 한 달에 한 번, 6가지 품목의 생활용품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