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의 착용, 이슬람 메시지 전파라는 ‘종교적 기능’ 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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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의 착용, 이슬람 메시지 전파라는 ‘종교적 기능’ 강해
  • 이정순 박사
  • 승인 2022.10.18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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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기고 - 최근 이란 시위로 본 무슬림 여성과 베일(하)

베일 문화, 세계 곳곳에서 오래 전부터 있어
이슬람이 베일 체계화 시키며 ‘상징’으로 발전
현 이란시위, 여성인권 넘어선 사회경제 문제
베일은 나라와 문화에 따라 머리만 착용하는 것과 온몸을 덮는 것 등 다양하게 활용되며 이슬람 문화 형성 이전부터 베일은 남녀 의복 가운데 하나였다
베일은 나라와 문화에 따라 머리만 착용하는 것과 온몸을 덮는 것 등 다양하게 활용되며 이슬람 문화 형성 이전부터 베일은 남녀 의복 가운데 하나였다

베일의 기원과 확산

베일 문화의 기원은 이슬람 발생 이전으로 소급된다. 여성들이 베일로 얼굴을 가리는 풍습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과거부터 현재까지 존재하고 있다. 베일은 고대 셈 부족에서도 이미 사용되었으며, 이슬람 사회로 그대로 전승되었다. 머리 베일과 긴 가운의 옷은 이슬람에 의해서 새롭게 소개된 것이 아니고 이미 오래전부터 입던 옷이다.

베일(히잡Hijab)은 히브(hib)에 뿌리를 두며, 동사는 하자바(hajaba)이다. 동사를 번역하면 베일을 쓰기 위하여(to veil), 격리하기 위하여(to seclude), 감추기 위하여(to conceal)등으로 어떤 것 자체를 시야로부터 감추거나 분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에 와서는 히잡이 스카프(scarf)라는 영어단어로 종종 번역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꾸란이나 하디스의 의미를 완전하게 전달하지 못하며 한 단어의 아랍어로 표현하기는 단순하지 않다. 

아랍 국가 외에 무슬림들이 착용하는 대표적인 베일의 명칭은 이란에서는 차도르(chador), 파키스탄에서는 두파타(dupatta), 터키에서는 챠르샤프(çarşaf) 또는 바소르투(basortu), 위구르족은 야글릭, 키르기스스탄에서는 졸로꾸라고 부른다. 

베일의 착용은 중동과 지중해 연안 사산왕조(Sassanian 226~641)와 기독교 공동체에서도 일반적이었다. 팔레스타인과 시리아의 상류층 여인들이 베일을 착용했으나 노예들에게는 금지되었다. 고대와 현대의 역사적 자료에 의하면 이슬람이 베일을 소개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슬람은 약 천년동안 무시되고 있던 베일의 존재를 체제화시키고 고정된 것으로 만들었다. 그 후에 베일은 이슬람을 나타내는 상징이 되었다. 

베일 착용에 대하여 꾸란에서 ‘베일(veil, Hijab 히잡)’은 일곱(꾸란 구절 7:46 33:53 38:32 41:5 42:51 17:45 19:17)번 언급되지만, 여성의 옷에 관계되어 베일을 언급한 구절은 오직 한 구절(꾸란 33:53 믿는 자들이여…너희는 선지자의 부인으로부터 무엇을 요구할 때 가림새(veil)를 사이에 두고 하라…)뿐이다.

이슬람 율법 샤리아(Shariah)에서 남자와 여자 신체의 개인적인 부분은 베일로 가리도록 요구하고 있다.  

 

무슬림 여성의 베일 종류

고대 셈족부터 사용된 베일은 이슬람교 발생 전부터 존재한 중동 지역의 옷차림이다. 사막 지대에서 뜨거운 햇볕과 강한 모래바람을 피하기 위한 토착 의상이 이슬람 사회로 그대로 전승됐다. 무슬림 여성의 베일은 사회, 문화, 관습과 종교에 따라 상황화 된 옷의 한 부분이며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베일 착용 관습은 예속이 아닌 여성을 사회에서 보호하는 것과 밀접한 상관성을 갖고 있다. 이슬람 전통주의자들은 ‘베일’은 남성들로부터의 보호이자 방패이며, 남성의 입장에서는 여성의 유혹을 차단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현재 이슬람권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베일은 나라와 지역에 따라 종교적 성향, 집안 전통, 계층, 취향별로 그 명칭과 모양이 상이하다. 베일의 섬유와 디자인도 지역과 문화에 따라 크게 다르다. 베일의 명칭과 종류는 다음과 같다. 

•아바야(Abaya)는 몸 전체를 덮지만 헐렁하고 대부분 검은색이지만 북부 아프리카에서는 베이지색과 흰색이다.

•부르카(Burqa)는 얼굴을 포함한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체를 가리는 것으로 눈에는 보통 면사포 같은 천을 사용하고 손에는 장갑을 끼기도 한다. 아프가니스탄과 사우디에서 일반적이다.

•니캅(Niqab)은 얼굴을 가리는 베일인데 눈은 보이도록 한다. 다른 옷과 조화를 이루어 입도록 분리된 옷이라는 점에서 부르카와 구별되며 색상이 다양하다. 

•히잡(Hijab)은 두건 모양으로 얼굴만 내놓고 상체를 가리며 입고 벗기가 쉽다. 

•차도르(Chador)는 머리부터 몸 전체를 감싸는 망토형 외투이며 작은 머리 스카프를 그 밑에 쓰기도 한다. 차도르는 부르카와 비슷하지만 모양과 착용 방식이 다르며, 히잡과 비슷하다.

•샤일라(Shayla)는 직사각형의 긴 스카프로 머리를 감싸고, 어깨 부분은 걷어 올려서 두른다.

•키마르(Khimar)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망토 형태로 머리카락, 목, 어깨는 완전히 감추지만 얼굴은 드러낸다.

2022년 9월 현재 이슬람협력기구(OIC) 산하 이슬람 57개국 중 여성에게 베일 착용을 강요하며 어길 시 법으로 처벌하는 나라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란이다.

 

베일의 상징성 

이슬람 역사를 통하여 무슬림 여성의 베일 착용은 지역에 따라 유사점과 차이점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 국가에서 베일 착용이 상징하는 바는 한 가지 이상이 될 수 있다.

첫째, 베일의 착용은 다른 문화와 사회적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실재를 바라보게 한다. 무슬림들은 베일이 일종의 방어 수단으로 자신들에게 안전감을 준다고 생각한다. 여성의 베일은 간음과 간통죄가 발생하지 못하도록 하는 예방 수단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베일은 분리된 공간에서 남성과 여성 사이의 접촉을 조정하는 형식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베일은 유혹을 방지하고 건강한 사회를 보존한다는 명분으로 여성에게 강요되고 있다. 베일은 남성에 의해 지배되는 공적인 공간에 들어가서 활동할 수 있는 가능성과 대중들 앞에 여성만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주는 기능도 한다. 베일은 신분 및 권위의 상징으로 정체성을 나타낸다. 여성의 베일은 명예를 존중하는 이슬람권에서 여성과 그 가족의 명예를 상징한다. 

둘째, 무슬림 여성들의 베일은 서구로부터 분리된 문화적 상징성을 가진다. 여성이 베일로 얼굴 또는 온몸을 가리는 것은 신체의 물리적 보호를 위한 것이다. 특히 베일 착용의 역사가 가장 긴 서아시아는 일부 오아시스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사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기후는 고온저습하다. 이러한 자연환경에서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머리와 얼굴을 가리는 베일과 전신을 가리는 의복은 뜨거운 햇볕과 직사광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며 신체의 과도한 수분 증발을 막고 강한 모래바람과 밤의 한기도 막을 수 있는 적절한 의복이다.

셋째, 베일의 착용으로 무슬림들은 유행에 민감할 필요가 없기에 경제적으로도 유익하다. 베일은 대량 생산이 가능하므로 낮은 가격대를 유지할 수 있다. 이는 중·하류층의 사람들에게 경제적 도움을 준다.

넷째, 특정한 옷은 종교단체의 상징일 수 있다. 옷은 신과의 친밀함과 헌신을 상징하는 역할을 한다. 이슬람 발생 전부터 베일 착용이 존재했다 하더라도 오늘날 이슬람권 국가에서 베일을 착용하는 것은 이슬람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역할을 한다.

다섯째, 남녀 분리의 관습이 엄격한 이슬람 문화권에서 베일 착용은 정숙성의 표현이다. 무슬림 여성들은 베일로 얼굴을 가린 상류층 여인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그들의 권위를 선망한다. 그래서 그들의 베일을 모방하며 미적 욕망을 표출하기도 한다. 베일을 착용하는 것은 성적으로 문란한 여성과 예의 바르고 고상한 무슬림 여성을 구별하기 위한 의도도 깔려 있다. 

여섯째, 베일의 형태는 종교에 기인하지만, 정치적 헌신의 양상을 나타내며 정치적 상징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베일은 지역 안에서 식민지 세력에 반대하는 국가적 운동, 일반적으로 서구문화에 반대하는 운동이 일어날 때 전통과 정체성을 재차 다짐하게 하는 저항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오늘날 무슬림 여성의 베일은 다양해지고 있다. 젊은 무슬림 여성들은 청바지와 같은 캐주얼 복장에 베일만 착용하고 다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베일의 소매 끝에는 베일과 같은 색상의 꽃무늬의 수가 아름답게 놓여있기도 하다. 지역에 따라 검정, 흰색 등 단조로운 색상에서 다양하고 화려한 무늬를 가진 패션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란 시위는 사회적 문제

무슬림 여성의 베일 착용 관습은 서구적 시각과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남녀차별의 잘못된 관행’ 혹은 ‘여성 인권 탄압’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이슬람 여성의 베일은 그들의 신분, 민족, 종교 등을 나타내는 정체성의 상징과 커뮤니케이션의 한 도구로서 복합적인 의미를 갖는다. 

무슬림 여성들이 베일을 착용하는 이유는 어느 지역에서는 반외세에 대한 저항이며 또 다른 지역에서는 여성인권운동을 의미하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특히 이란에서는 이슬람 혁명 이후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정체성을 보호하려는 전통적 상징이다. 

최근 이란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를 단순히 여성인권의 탄압으로 바라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란 역사에서 무슬림 여성의 베일은 억압의 관점으로도 볼 수 있지만 동시에 왕조를 무너뜨리는 저항의 도구로 사용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현재 이란에서 발생하는 시위의 핵심은 ‘베일을 착용하느냐 착용하지 않느냐’가 아니다. 그 시위 뒤에는 1979년 이슬람 혁명이후에 이란에 누적된 인플레이션, 높은 실업율, 침체된 경제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누적된 것이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다. 이란 젊은이들이 인터넷을 통하여 세상의 움직임을 보면서 이란 사회도 변화하고 있다. 무슬림 여성의 베일은 사회와 문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언어이다. 따라서 베일의 정확한 의미는 그 사회 전체에서 찾아야 한다. 

이정순 박사(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중동연구원)
이정순 박사(아신대학교 중동연구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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