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뒤면 초고령 사회, "치매도 '하나님의 형상'임을 인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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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뒤면 초고령 사회, "치매도 '하나님의 형상'임을 인식해야"
  • 손동준
  • 승인 2022.10.0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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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보다 고령화 속도 가파른 교회, '치매 친화적인 공간'으로 거듭나야
'치매지만 하나님께 사랑받고 있습니다' 강현숙 작가가 말하는 '치매와 신앙'

2025년, 그러니까 3년 뒤면 대한민국은 전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다. 이런 변화가 가져올 문제 가운데 고령자에게 주로 나타나는 ‘치매’의 문제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특히 교회는 일반사회 대비 고령화가 심각한 집단 가운데 하나다.

대학생과 중년들을 대상으로 심리학과 노인 상담, 인간관계론 등을 강의해 온 강현숙 작가가 최근 펴낸 ‘치매지만 하나님께 사랑받고 있습니다’는 이런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 강 작가는 “대부분의 중년·노년들이 치매에 대한 극도의 두려움을 갖고 있다. 명확한 치료제가 나오지 않은데다 원인조차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누구에게나 무작위로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라며 “치매에 대한 두려움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치매에 대한 인식을 바꿔 나가는 것 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강 작가는 특히 “교인들조차 ‘치매는 환자의 잘못에 대한 나쁜 선입견을 가진 이들이 많다”며 “치매 환자도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았고, 그분께 사랑 받는 존재임을 알리기 위해 책을 썼다”고 밝혔다. 

 

몰라서 발생하는 사고

치매 초기인 A집사가 오랜만에 교회에 나왔다. 교인들은 반가운 마음에 A집사 앞으로 몰려 왔다. 한 권사가 그에게 물었다. 

“집사님 내가 누구야? 응? 누구냐니까?”

안타까운 마음에 한 질문이지만, 재촉하는 물음에 A집사는 당황하고 말았다. 강현숙 작가는 “치매이신 집사님을 배려한다면 ‘집사님 우리 오랫동안 못 만났네요. 그래도 저 00권사, 잊지 않으셨죠? 보고 싶었어요. 이렇게 뵈니까 너무 반가워요’라고 인사하는 것이 더 좋다”며 “이렇게 했다면 A집사가 그토록 당황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치매는 정상적으로 생활해 오던 사람이 후천적인 다양한 원인으로 기억, 언어, 판단력 등 여러 영역의 인지기능을 상실하는 상태를 말한다. 그로 인해 일상생활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심지어 평생 신앙생활을 해온 신자일지라도 “예수님이 누구예요?” 하고 말할 수도 있다. 이럴때도 “아니, 다른 건 그렇다 쳐도 예수님까지 잊으면 어떡해요?”가 아닌 “그럴수도 있어요”, 혹은 “그럼 제가 알려드릴까요?”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이 좋다. 강 작가는 “그렇게 해야 치매 환자가 위축되거나 불안해하지 않고, 편안하게 교회에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작가는 “목회에도 치매에 대한 지식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농촌지역에서 목회를 하는 한 목사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 목회자는 교인 B권사를 심방했다. 갑자기 교회도 잘 나오지 않고 안부 전화도 받지 않아서 걱정되는 마음에 찾아갔지만, 뜻밖의 반응에 마음이 상했다. B권사가 “저, 그 교회 다닌 적 없는데요”라고 했기 때문. 목사는 B권사가 자신을 싫어하는 마음을 이런식으로 표현한다고 오해했지만, 사실 B권사에겐 치매가 있었다. 나중에야 B권사에게 치매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도울 방법을 찾았지만 그해 겨울 B권사는 영하의 날씨에 얇은 옷을 입고 외출했다가 그만 들판에서 동사하고 말았다.

강 작가는 “치매의 가장 두드러진 증상이 기억력과 판단력이 감퇴하는 것”이라며 “치매 어르신은 현재의 날씨에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지 잘 모른다. 때문에 교회나 주변에서 날씨에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어르신을 보면 혹시 치매가 아닐지 살펴봐야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회에서 파악할 수 있는 치매 의심 증상으로 △잘 알고 지내던 교인들의 이름과 얼굴을 연결시키지 못하거나 이름은 알아도 집사인지 전도사인지 분별을 못하는 경우 △헌금하는 것을 잊어버려서 평상시에 늘 하던 십일조와 각종 헌금을 멈추거나 혹은 여러 번 내는 경우 △교회를 찾지 못해 예배 시간에 늦거나, 각종 모임 시간에 지각 또는 결석하는 경우 혹은 예배를 드리러 두세 번 오는 경우 △심방 약속을 했는데 약속 시간이나 날짜를 전혀 다르게 기억하고 있거나 하지 않은 약속을 했다고 생각하는 경우 △교회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값을 치르지 않고는 돈을 줬다고 우기거나 혹은 매번 똑같은 물건이나 잘못된 물건을 사는 경우 △이전과 달리 교회의 다른 성도를 향해 모함이나 비난을 하는 경우 △갑자기 말수가 줄어들고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제시했다. 

 

 

치매도 하나님의 형상

모친의 치매 발병은 강 작가가 책을 쓰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 

“오랜 기간 노인 분들을 만나 강의도 하고 상담도 해왔습니다. 치매 노인의 가정들도 많이 만났죠. 이론적으로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저희 어머니가 치매를 앓고나서야 이론으로 아는 것과 직접 경험하는 것의 차이를 실감했습니다.”

특히 치매 환자를 바라보는 일부 교인들의 선입견들을 깨고 싶다고 했다. 

“어떤 사람이 치매에 걸렸는데, 이걸 보면서 심지어 교인인데도 , ‘남들이 모르는 죄 때문일 것’이라는 식의 말을 듣은 적이 있어요. 결코 그렇지 않거든요. 심지어 치매에 걸려서 자기 신앙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그는 여전히 하나님의 형상입니다. 우리가 예수를 믿다가 치매로 예수님의 이름을 잊어버린다고 해도, 예수님은 우리를 기억하십니다. 교회와 가족은 치매를 너무 두려워 하지 말고, 관심과 사랑으로 그가 신앙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치매 환자도 ‘잔존기능’을 통해 제한적이긴 하지만 얼마든지 하나님이 주신 은혜를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축적된 의미 있는 기억들은 치매 말기가 되기 전까지, 계속 떠올릴 수 있도록 도와주면 꽤 오랫동안 유지된다. 하나님과 맺어온 사랑의 기억들을 꺼내서 함께 나눈다면, 치매 상태에서도 하나님의 이름과 하나님의 은혜를 떠올릴 수 있다.

강 작가는 “책의 제목처럼 치매환자도 하나님께 사랑 받는 존재이며, 성령께서 늘 엄마 안에서 함께 하심을 느낀다”고 했다. 어머니와 함께 있을 때 그는 주로 ‘찬양’을 함께 부른다. 어머니가 치매를 앓기 전에 찬양을 즐겨 불렀기 때문이다. 찬송을 부를 때면 어머니의 기분이 한층 밝아진다. 어떤 곡은 어머니가 자신보다 가사를 잘 알고 있어 놀라기도 한다고.

그는 의식적으로도 어머니에게 기도 부탁을 한다. 그럴때면 평생 새벽기도에서 해오던 내용을 마치 ‘녹음기를 틀어놓은듯’ 기도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최근의 일들에 대해서도 두고 두고 말씀을 드리면 어느순간 기도로 승화되기도 한다. 

 

의미를 부여하라

강 작가에게는  10살 터울의 남동생이 있다. 나이 차이가 있다보니, 청년 시절에 네 가족이 모두 함께 모여 즐거운 시간을 가진 기억이 많지 않다. 그런데 어머니의 치매 발병 후 돌봄을 위해 함께 모이는 시간이 많아졌다. 

“원가족과 함께 새로운 추억들을 쌓을 기회가 생긴 거예요. 네 가족이 함께 식사하고 간식을 먹다보면 부모님이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엄마의 치매가 없었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감정이죠.”

이렇듯 치매 환자의 가족에게는 의식적으로라도 긍정적인 측면을 찾고 의미를 발견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치매가 가져다 준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강 작가는 빅터 프랭클의 ‘의미치료’를 언급하면서 “어머니가 평생 고생만 하고 스스로에게 쉼을 준 적이 없는데, 하늘나라에 가기 전에 ‘치매를 통해 쉼’이라는 정거장이 주어진 셈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치매 환자를 대할때는 최대한, 지금까지의 삶을 인정하고 칭찬해주는 것이 좋다. 당사자가 스스로의 삶을 좋게 받아들이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제 경우에는 엄마가 그동안 전도했던 이들의 이름을 열거하거나, 열심히 봉사했던 것들을 상기시키려고 하는편”이라고 소개했다.

강 작가는 끝으로 “아무쪼록 이 책을 통해  치매 환자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제한적이긴 하지만 치매 환자도 여전히 하나님을 기억하고 하나님의 은혜 안에 머무를 수 있음을 알게 되기를 바란다. 그들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강현숙 작가(사진 제일 오른쪽)와 부모님.
강현숙 작가(사진 제일 오른쪽)와 부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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