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우환(識字憂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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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자우환(識字憂患)
  • 송용현 목사
  • 승인 2022.10.05 15: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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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현 목사 / 안성중앙교회
송용현 목사
송용현 목사

영국의 철학자 Francis Bacon의 명언 가운데 “Knowledge is power”(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이 있다. 정보화시대를 예견한 말 같기도 하다. 그러나 논어 학이편에는 “君子不重則不威 學則不固(군자부중즉불위 학측불고) 군자가 진중하지 않으면 위엄이 없고, 배워도 단단하지 않다” 즉 지식이 협소한 사람은 자칫 자신의 좁은 생각에 사로잡혀 완고한 사람이 되기 쉬운 법이며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과 진리만 고집하다 보면 아집에 사로잡히게 되고 다른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뜻이다. 요즘 우리 시대의 모습이라 여겨진다.

반면에 “모르는 것이 약이다”라는 뜻으로 인용되는 식자우환(識字憂患)은 삼국지(三國志)에 나오는 고사이다. 식(識)은 말씀 언(言)과 진흙 시(戠)를 합친 글자로서, 전해져 내려오는 말을 진흙으로 된 담이나 토기에 새겨 누구나 알 수 있도록 기록한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환(患)은 꼬챙이 곶(串)에 마음 심(心)을 받쳐 놓은 글자로서, 꼬챙이로 심장을 쑤시듯이 고통스럽다는 데서, ‘근심’ ‘병’ 등을 나타내게 되었다.

유비가 제갈량을 군사로 얻기 전에는 서서라는 인물이 참모로서 조조를 괴롭혔다. 조조는 서서가 효자라는 것을 알고 어머니를 통해 그를 불러들이고자 했다. 그러나 어머니인 위부인은 학식이 높은 여장부로서, 오히려 한 임금을 섬기라고 누누이 일렀다. 할 수 없이 조조는 위부인의 편지를 위조하여 서서가 돌아오도록 했다. 어머니의 서찰을 받고 돌아온 아들을 보자 어머니는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잠시 후 자신의 글씨를 모방한 편지 때문이란 것을 알고는 “여자가 글자를 안다는 것 자체가 근심을 낳는 근본 원인이구나(女子識字憂患)” 하고 한탄을 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식자우환은 ‘서투른 지식이 도리어 일을 망친다’는 뜻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아는 것이 힘이 될 때도 있지만 오히려 모르는 것이 약이 될 때도 있다. 성경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고 있다. “선 줄로 생각하는 자마다 넘어질까 조심하라” (고전 10:12) 권면하고 있다. 
특별히 목회자들은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독서와 인테넷을 통해 많은 정보(data)를 접한다. 그러나 이것이 정보(infomation)화 되기 위해서는 영적 통찰력으로 시대의 행간을 읽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지난주 필자가 소속되어 있는 교단의 국내선교위원회에서 2023년 새로운 목회를 위한 워크숍을 개최하였다. 한정된 30명의 인원으로 서로를 알아가며 목회정보를 공유하고 강의를 통해서 새로운 목회지평을 열고자 하였다. 

강사로 오신 분 가운데 한 분이 말씀하시길 소형 교회들이 어떻게 한계를 극복해 낼 수 있는가? 라는 문제제기에 다음과 같은 솔루션을 주었다. 장사가 잘 안되는 식당에 가보면 온갖 메뉴판이 있는데 딱히 맛있는 음식이 없다. 그러나 작은 식당이긴 하지만 장사가 잘되는 곳은 딱 하나, 된장찌개 혹은 김치찌개처럼 하나에 집중하는 것을 보게 된다. 

작은 교회일수록 목회자들이 시간과 역량을 한 군데로 집중하는 일품요리를 하라고 주문하였다. 크고 많은 것보다 작고 소중한 것을 사랑할 줄 하는 삶의 자세가 결국은 곁눈질 하지 않는 삶이며 오직 십자가만을 바라보고 의지하는 참된 식자(識者)가 되리라 생각된다.

한 주간의 삶속에서 나 자신을 낮추고 오직 주님의 능력만을 앙망하며 주님과 동행하는 삶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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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hj 2022-10-05 16:29:17
목사님 은혜롭고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