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봉사에 지친 청년들이 불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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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봉사에 지친 청년들이 불타고 있습니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2.10.04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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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단체 올포워십 커버 곡 ‘청년이 불타는 교회’ MV 발표
청년 고갈 메시지 담아…그들이 원하는 것은 ‘들어주는 마음’

“청년이 불타는 교회 청년이 쓰러져 가네 시키는 일만 하다 조용히 떠나네 하얗게 불탄 청년들 가나안 성도 되겠네 이제는 달라져야 해 누굴 위한 청년이 불타는 교회”

예배를 예배 되도록 돕기 위한 단체 ‘올포워십’(대표:채윤성 목사)이 최근 유튜브에 공개한 커버 곡 ‘청년이 불타는 교회’의 한 대목이다. 이 곡은 힐송의 유명 CCM, ‘성령의 불타는 교회’를 개사한 것으로 정식으로 발표한 음원은 아니지만, 뮤직비디오 공개 후 온라인 상에서 많은 청년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올포워십은 ‘청년이 불타는 교회’ 작사 공모전을 사전에 실시했으며 제출된 내용을 적극 반영해, 노래 가사와 랩 가사를 붙였다. 올포워십은 뮤직비디오를 공개하면서 “성령으로 뜨겁게 불타올라야 할 청년의 때에 과도한 헌신으로 몸도 마음도 하얗게 불타버린 청년들을 응원하는 청년힐링프로젝트”라고 소개했다. 곡의 가사가 재기발랄하다.

“주일 되면 교회에는 청년이 나타나 모든 일을 이뤄낼 수 있게 되죠 참 곤란한 일 곤한 일이 여기 일어나네 믿음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단 목사님과 어른들의 말씀 따라 일 하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순삭되네”

 

고갈되는 청년들 이야기 담아

기독교연구기관 ARCC(대표:윤은성 목사)는 지난 봄 온라인 포럼을 열고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현상’을 분석했다. 이 자리에서 아신대 전병철 교수는 “교회에 출석하는 청년을 대상으로 교회를 옮길 의향이 있는지, 혹은 교회를 떠날 생각을 한 적이 있는가를 물었더니 30% 이상이 ‘그렇다’고 답했다”며 “교회를 떠났던 청년들의 61%가 헌신 강요, 헌금 강요에 지쳤다는 표현을 하더라. 또 공동체에서 받는 상처를 토로하는 청년들도 많았다”고 밝혔다. 해당 포럼은 지난해 1월 13일~2월 4일 ARCC가 청년 1,01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소개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커버 곡 ‘청년이 불타는 교회’도 같은 맥락에서 기획됐다. 올포워십 길서라 간사는 곡의 가사가 남의 일 같지 않다고 토로했다.

“10대 시절부터 교회 반주자로 섬겨왔습니다. 성인이 되었을 무렵, 교회의 모든 예배에 제가 반주자로 들어가 있더라고요. 주중에도 교역자분들과 똑같은 날에 출근하고 똑같은 날에 쉬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저도 사람이다 보니 지치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그런데 저의 이런 상태에 관심을 두는 분들은 많지 않았어요. 저의 수고가 그냥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 같고, 사람이 아니라 반주하는 ‘기능’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 속이 상하더군요. 성가대에는 예산을 지원하고 전공자들을 돈 주고 모셔 오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뭔가’ 하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거예요.”

그는 당시 자신의 상태를 표현하는 단어로 ‘고갈’과 ‘자책’을 골랐다.

“교회 어른들은 ‘하늘의 상급’, ‘하늘 아버지가 주실 것’이라고 이야기하셨지만 당장 제 상태가 좋아지지 않는 거예요. 끝없이 고갈됐어요. 그러더니 그 감정은 자책으로 이어졌습니다. 신앙인으로서 반주자로서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하나님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 문제로 길 간사는 교회를 떠나 잠시 방황하기도 했다. 다시 교회로 돌아왔을 때는 “바보같은 짓”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마음에 문제가 생겼을 때 곧장 담당 교역자를 찾아가 솔직한 자신의 심경을 털어놓았다. 그랬더니 이전과 달리 문제를 이겨낼 수 있었다고 했다. 길 간사는 ‘청년이 불타는 교회’의 가사 한 대목을 소개하면서, 그 안에 답이 있는 것 같다고 소개했다.

“수고하는 그들에게 뭐가 필요할까 기프티콘 문상(문화상품권)보다 중요한 것 들어주는 마음 들어주는 맘이 필요하네 일에 지쳐 못 본 주님 바라보네 위로 안에 처음 사랑 회복되네 주 사랑으로 주님 사랑으로 일어나네”

커버 곡의 보컬로 참여한 최예나 간사도 “청년들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내용으로 시작하는 곡이지만, 핵심은 ‘회복’”이라며 “청년들이 원하는 건 ‘들어주는 마음’이다. 교회가 이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예배를 위한 단체 ‘올포워십’의 맴버들. 왼쪽부터 최예나 간사, 채윤성 대표, 길서라 간사.
예배를 위한 단체 ‘올포워십’의 맴버들. 왼쪽부터 최예나 간사, 채윤성 대표, 길서라 간사.

 

형태에 청년을 맞추지 말라

올포워십 대표 채윤성 목사는 “규모와 관계없이 교회마다 할 일이 지나치게 많다”면서 “청년들에게 지나친 사명감을 주려고 하다 보니 문제가 생긴다. 특히 찬양팀의 경우 모든 교회가 대형교회와 같은 구성을 갖출 필요는 없다. 본질적인 부분이 아니라면 과감하게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가령 10명이 모이는 교회라면 가사 PPT를 만드는 대신 악보를 나눠주거나 주보에 가사를 담을 수도 있다. 악기 구성에서도 피아노 하나, 기타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고 했다.

“뭔가 갖춰야 한다는 강박을 버릴 필요가 있습니다. 구색을 갖추려 할 때 필요한 게 결국 다 사람이거든요. 우리의 예배가 화려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이 서지 않아도 중심이 하나님을 향한다면 충분합니다. 그 부분에 대한 용기가 필요합니다.”

한 명의 청년 사역자가 소진될 때까지 사역에 묶이는 대다수 교회의 시스템도 재고해볼 여지가 있다. 채 목사는 부산 동래중앙교회(담임:정성훈 목사)의 ‘예람워십’를 바람직한 모델로 소개했다. 예람워십의 경우 찬양팀원을 월마다 새로 모집한다. 모집 인원이 몇 명이 됐든 모인 규모에 따라 팀의 구성이 유연하게 바뀐다. 지향하는 ‘형태’에 청년들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청년들이 형태를 만들어 간다는 것.

채 목사는 “그동안 어른들이 청년들에게 일방적으로 ‘이게 좋다’ 하면서 방향을 제시하고 따라오게 했다면 이제는 청년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사역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어 “곡에서 나타나듯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들어주는 것’· ‘맡겨주는 것’”이라며 “올포워십은 청년들이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 올포워십에서는 매월 둘째 주와 넷째 주 목요일 저녁 당산동 몸된교회와 압구정 G스퀘어처치에서 인사이트 미팅(특강)과 공감예배를 진행하고 있다. 모임과 예배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진행되며, 자세한 안내는 올포워십 홈페이지를 통해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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