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로 오면 노년이 즐겁고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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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회로 오면 노년이 즐겁고 행복합니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2.09.2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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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을 위한 교회는 있다


10월 2일 ‘세계 노인의 날’…다양한 노인교회들 눈길
시니어를 신앙의 주체로 세운 사역부터 복지목회까지

102일은 UN이 정한 세계 노인의 날이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는 1997년부터 10월을 경로의 달로 지정하고, 이 기간 만큼은 노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높여주길 촉구해왔다. 그러나 취지가 무색하게도 한국의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 등의 지표는 OECD 국가 중 여전히 선두를 달리고 있다. 과연, 대한민국은 노인을 위한 나라가 될 수 없는 것일까?

이 같은 책임에선 교회도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교회 역시 고령화 사회에서 시니어 세대들이 인생의 후반기를 행복하게 보내도록 목회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 일찌감치 브라보 시니어!”를 외치며 날마다 노인의 날을 만들어가는 교회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이들은 교회 내 노년부의 활성화를 너머 진정한 시니어 교회로서 지역사회에 일익을 감당하고 있다

오랜 신앙의 연륜으로 부흥 꿈꿔
10년 전, 65세 이상 시니어 세대만을 위해 선한목자교회(담임:유기성 목사)에서 분리개척한 갈렙교회는 시니어를 신앙의 주체로 끌어올려 박수를 받는다. 그도 그럴 것이 갈렙교회의 재정운용과 의사결정은 본 교회인 선한목자교회으로부터 독립돼 있다. 성도들이 낸 헌금은 모두 갈렙교회로 편입되며 그만큼 자체적인 사역 진행이 가능하다. 교회 내 교회인 셈이다

현재 갈렙교회의 사역은 소그룹 활동인 목양 사역과 더불어 예배·선교·제자양육·복지 등 위원회 사역두 축으로 나뉜다. 또한 매주 목요일마다 예배를 따로 주관해 시니어들을 위한 맞춤 설교를 전하고 영적 성숙을 돕는다. 교회가 먼저 시니어 성도들의 능력을 인정하고, 이를 발휘할 수 있는 장을 조성한 것이다

갈렙교회 심우인 담임목사는 노인은 무조건 섬김을 받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했다노년세대의 특성과 필요에 따른 맞춤 사역을 통해 각자가 은사를 토대로 다양한 사명을 감당하고, 이로써 행복하고 활기찬 신앙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엔 반발도 심했다. 직장에서도 직분에서도 은퇴한 노인을 홀대하고 세대 간 단절을 야기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던 것이다. 심 목사는 갈렙교회가 태동한 취지와 목적은 오히려 그 반대였다성도들과 수차례 공청회를 열고, 갈렙교회는 은퇴한 시니어들이 사역의 최전선에서 다시 새롭게 활동할 수 있는 기틀이 될 거라고 끊임없이 설득했다고 했다.  

실제로 갈렙교회는 장학금 전달, 장례지원, 선교사 파송 등 시니어들의 강점을 십분 살린 사역들로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켰다. 특히 민족분단의 아픔을 경험한 세대로서 휴전선을 찾아 남북 통일을 염원하는 민족기도회는 젊은이들에게도 믿음의 도전을 주기에 충분했다.  

심 목사는 시니어 성도는 그동안 교회를 통해 일하시는 성령의 역사를 지나오면서 신앙의 연륜을 축적한 세대라며 교회는 이들이 하나님 나라를 위해 어떻게 쓰임받을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시니어 성도를 사명으로 일깨울 때 한국교회는 또 다른 부흥을 경험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최고의 노인복지는 영혼구원
한편, 교회 밖 노인들을 향한 돌봄 사역으로 복음을 전하는 군포제일교회(담임:권태진 목사)복지목회로 지역사회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아비목회 어미복지를 기치로 내건 군포제일교회는 24년 전 사단법인 성민원을 세우고, 정부의 지원을 받아 지역 내 소외된 어르신들을 적극 도와왔다. 2007년부터는 군포시로부터 시니어클럽을 수탁받아 취업 교육을 진행하고 연간 2천명 이상 노인에게 일자리를 연계해준다.

이 밖에도 군포제일교회는 치매나 중풍 등 각종 노인성 질환으로 수발이 필요한 어르신들에게 치료 및 재활 훈련을 제공하는 성민노인복지센터도 운영 중이다. 재가노인복지센터를 통해선 경제적·신체적·정서적으로 일상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들을 직접 방문해 케어한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 과정에서 교회가 인적·물적 자원을 아낌없이 베푼다는 사실이다. 군포제일교회는 건물 한 층 전체가 복지관으로 사용될 수 있게 허락했다. 교인들은 자발적으로 복지헌금을 작정하고 자원봉사자로 나서 일손을 메웠다. 덕분에 몸이 불편한 어르신은 물론 비그리스도인들도 교회의 문턱을 넘나들며 자연스레 복음을 듣게 됐다.  

수년간 노인복지 일선에 몸 담군 군포제일교회 박용구 시무장로는 우리 교회는 성도와 이웃을 천국에서도 함께 할 신령한 가족으로 여긴다특히 어르신들은 그 누구보다 천국에 가까운 분들이기 때문에 당장의 영혼 구원이 무척 갈급하다. 교회의 복지는 궁극적으로 영혼을 책임진다는 점에서 세상의 복지와 다르다고 전했다.

박 장로는 또 군포제일교회는 개척·미자립교회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복지목회자 세미나를 개최하고 그간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멘토링을 실시하고 있다마음만 먹으면 지역의 작은 교회들도 연합하거나 혹은 각자의 형편에 따라 노인목회에 뛰어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사회에 기독교이미지 개선
교회 밖 노인들에게 눈을 돌린 곳은 또 있다. 20년째 인천에서 노인대학을 운영해오고 있는 논현교회(담임:권영규 목사)가 그 주인공이다. 논현교회는 특히 노후에도 소비와 여가를 즐기며 사회활동에 활발히 참여하는 액티브 시니어들을 교회로 인도해 이목을 집중시킨다.

2년 과정의 노인대학은 한글·영어·미술·음악·컴퓨터·체육·공예 등 다채롭고 유익한 과목들로 이뤄졌다. 가을마다는 어르신들을 모시고 나들이도 떠난다. 이로써 노인대학은 고령자들이 사회 부적응 문제를 해소하고 타인과 올바른 대인관계를 형성하는데 일조한다. 어르신들의 미안한 마음을 없애주고 자존감을 세워주고자 등록금은 1만 원만 받는다

관심을 끄는 건 성도들의 열정적인 재능기부다. 교인들은 노인대학 교사로 선뜻 나섰고, 여선교회 회원들은 노인대학이 열리는 매주 목요일마다 열심히 점심을 섬겼다. 성도들은 수업 이외에도 어르신들의 고민이나 문제를 조기에 발견해 상담을 진행하기도 한다

논현교회 권영규 담임목사는 노인대학은 종교와 상관없이 지역사회 봉사를 표방한다. 그래서 종교색을 빼고 운영하는 만큼 비기독교인 참여율이 50%를 넘는다대신, 노인대학이 끝난 뒤 3일간 노인여름성경학교를 열어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고 있다. 불신자들에게 전도의 문을 활짝 열어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은 영혼 구원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해마다 여름성경학교에서 전도된 어르신들은 이제 논현교회 노년부서에서 제각기 소명을 감당하고 있다. 권 목사는 흔히 노인들은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며 교회에서도 기도만 하는 사람이라는 편견을 갖는다그러나 이들도 인생의 후반부 기적처럼 하나님을 만나 누구보다 뜨거운 믿음을 보인다고 부연했다.

덕분에 지역사회에선 논현(노년)교회에 가면 노년이 즐겁다는 소문이 돈다. 월요일부터 주일까지 노인대학을 비롯해 전도의 날, 속회모임, 찬양단 연습 등 일정이 빼곡하다. 그야말로 매일매일이 노인의 날인 셈이다. 지역 내 기독교의 이미지도 개선됐다. 논현교회가 구청의 부탁으로 매주 3일간 노인들을 위한 무료급식소를 여는 건 이 같은 사실을 방증한다.

권 목사는 예전에는 어르신들부터가 교회에 돈 갖다 바친다, 교회는 자기밖에 모른다며 색안경을 끼고 봤지만 수십 년째 노인목회를 펼치다 보니 동네에서 교회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했다무엇보다 노인대학은 지역 노인들과의 접촉점이란 점에서 선교의 장이 됐다. 마음만 먹으면 지자체와 손을 잡고서라도 얼마든지 길을 모색할 수 있다. 앞으로도 문제의식을 갖고 시대에 응답하는 교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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