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끼리만 통하는 교회 사투리는 이제 그만 씁시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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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끼리만 통하는 교회 사투리는 이제 그만 씁시다!”(1)
  • 이의용 교수
  • 승인 2022.09.2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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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용의 감사행전 (17)

요즘 신문, 방송, 유튜브, SNS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말은 단연 ‘날리면’이 아닐까 싶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은 말, 그리고 문자라고 생각한다. 말과 글을 통해 인류는 자기 생각, 감정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게 됐다. 말을 통해 가까이 있는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었고, 글을 통해 멀리 있는 사람과도 소통할 수 있게 됐다. 나아가 후대에게도 생각과 감정을 전할 수 있게 됐다. 오늘날 우리가 복음을 접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언어(言語)’ 덕분이다. 이 언어가 이제는 동영상을 통해 말, 글, 상황을 함께 주고 받는 시대가 되었다.   

어쨌든 언어가 문화를 형성하고, 문화가 언어를 만들어낸다. 언어는 문화의 씨앗으로서 한 사회문화를 형성하는 기초가 된다. 그래서 존 듀이는 문화는 언어의 조건이며, 동시에 그 산물이라고 했다.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에게 고유한 말과 문자를 주신 것은 아주 특별한 문화적 은총이다. 한국인보다 한국어를 잘하는 외국인들을 볼 때마다 그걸 느낀다. 물론 외국인보다 한국어를 못하는 한국인들도 적지 않다.   

인류의 문화는 언제나 종교의 영향을 많이 받아왔다. 그래서 틸리히는 문화의 본질은 종교이며, 종교의 형태는 곧 문화라고 했다. 우리 문화도 역사적으로 여러 종교의 영향을 받아 왔다. 신도 수가 가장 많다는 한국의 기독교도 그래서 건강한 문화적 영향력, 특히 언어문화를 잘 다듬고 가꾸어나갈 책임을 느껴야 한다. 바른 언어는 건강한 문화를 창조하지만, 잘못된 언어는 잘못된 문화를 낳기 때문이다.

바른 언어문화는 건강한 교회문화에 중요하다. 그리스도인이 어떤 언어를 사용하느냐가 그의 신앙관을 결정하고, 나아가 교회의 문화, 기독교 문화를 결정하는 씨앗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이 사용하는 신앙적인 용어 중에는 잘못된 신조어, 잘못 번역된 말, 비복음적인 말, 무례한 말들이 적지 않다. 이런 용어들은 국어를 훼손하고 복음과 진리를 왜곡시킨다.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바른 용어를 사용해야 복음과 진리의 정체성을 지키고, 비신자나 미래 세대와 소통할 수 있다. 

베스 데이(Beth Day, 1855)는 그의 시 ‘세 황금문(Three gates of gold)’에서 우리가 말을 할 때 세 개의 문을 통과하여야 한다고 했다. 첫 번째 문은 “그것은 참말인가?(Is it truth?)” 두 번째 문은 “그것은 필요한 말인가?(Is it necessary?)” 그리고 가장 좁은 세 번째 문은 “그것은 친절한 말인가?(Is it kind?)“이다. 진실을 말해야 하고, 필요한 말을 해야 하고, 친절하게 말해야 함을 가리킨다.

 

우리말을 구원하자! 

어느 유교인이 이웃의 권유로 교회 예배에 참석하고는 크게 흉을 봤다고 한다. 교회에 가보니 교주의 ‘존함’을 ‘이름’이라 하고, 심지어 ‘예수, 예수’라며 ‘님’자도 안 붙이고, 부모도 자식도 다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르니 촌수가 엉망이더라는...  하나님께서 친히 사람들의 언어를 통해 복음을 주신 것은 또 하나의 성육신 사건이다. 예수님께서는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메시지를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게 쉽고도 정확한 어휘와 비유를 통해 설명해 주셨다. 

언어는 약속이다. 외국인과 소통이 어려운 것은 문화와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언어가 통해야 그 시대 사람들끼리 소통이 가능해진다. 진시황은 통일을 이루자마자 가장 먼저 지역마다 다른 언어(사투리)를 통일했다. 우리도 일제 치하에서 우리말을 구원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고초를 겪었는지 모른다. 그걸 영화 ‘말모이’가 잘 보여주고 있다. 그 덕분에 오늘 우리가 표준어를 갖게 됐다. 그 덕분에 남북한 정상이 통역 없이 정상회담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렇지만 지금 남한과 북한 사이에는 언어가 달라지고 있다. 예를 들어 북한말 ‘문어’는 남한말 ‘낙지’로 바꿔 쓰이고 있다. 이처럼 사투리가 심해지면 ‘통역’이 필요해진다. 언어를 통일(統一)해야 문화도 통일(通一)된다.

교회의 언어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소통이 가능해야 한다. 가장 많은 사람들과 가장 소통이 잘 되는 말이 표준어다. 예수님께서 한국에 오신다면 분명히 한국의 표준어를 쓰실 것이다. 오늘 우리 교회가 사용하는 언어는 사투리가 아닌지, 통역이 필요한 상황은 아닌지 성찰해봐야 한다. 잘못된 언어문화는 복음 전파를 막고 잘못된 신앙문화를 낳는다. 언어도 사람의 인격처럼 계속 다듬어지고 가꾸어져야 한다. 

우리끼리만 통하는 ‘교회 사투리’는 이제 그만 쓰자. 비신자들과도 잘 통하는 언어 문화를 이루자. 성경부터 비신자, 어린이, 청소년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그들의 언어’로 번역하자! 
다음회에 교회가 시급히 바로잡아야 할 구체적인 신앙용어들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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