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이자·무담보, 교회가 하는 최고의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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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이자·무담보, 교회가 하는 최고의 나눔”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2.09.1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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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가정을 돕는 교회들의 SOS 긴급구호뱅크

다시 반복된 ‘세 모녀’ 비극, 복지사각지대 여전
씨앗돈 모아 위기가정 돕는 교회, 상환은 원칙

지난달 경기도 수원시 한 다세대주택에서 어머니와 40대 두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극심한 생활고와 질병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평범했던 한 가정이 무너져내리는 데는 2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아버지와 오빠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둘째 딸은 난소암에 걸린 어머니와 희귀병을 앓는 언니를 홀로 책임져야 했다. 경제적으로 힘겨워 도저히 버틸 수 없었다는 안타까운 메시지를 남기고 그들은 세상을 등졌다. 

누군가 이들의 손을 잡아주었다면 어땠을까 안타까움이 크다. 특별히 교회들이 운영하는 SOS 긴급구호뱅크를 알고 있었다면 목숨을 끊는 선택은 피했을지 모른다. 숨 한번 크게 쉬고 용기를 냈을 것 같다. 경제적 위기를 겪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교회 SOS 긴급구호뱅크를 사례들을 소개한다.

“생활비조차 없는 이웃 손잡아”
교회 개척 10년 차를 맞은 울산 신정교회는 김보성 담임목사가 새로 부임하면서 긴급구호 사역에 대한 비전을 수립했다. 그리고 작년 11월 ‘신정SOS뱅크’의 문을 열었다. 김 목사는 먼저 관련 사역을 하고 있던 용인 향상교회를 모델로 삼아 교인들에게 이웃돕기 사역을 도전했고 교인들은 크게 호응했다. 

신정SOS뱅크 팀장을 맡고 있는 홍광표 장로는 “우리 성도들이 십시일반 씨앗 돈을 모아 우선 5천만원을 마련해 지금까지 5명 이웃들에게 대출해주었다. 엄연히 대출이기 때문에 자금을 상환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절대 독촉은 하지 않는다. 이자도 없고 상환기한도 정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신정교회 SOS팀은 추천이 들어오면 적격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실사를 진행해 지원 여부를 확정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경제적 곤란에 처한 이웃들을 보면서 긴급구호뱅크를 설립한 교회도 있다. 서울 금천구 신일교회는 지난해 2월 이 사역을 시작했다. 직장을 잃고 생활비가 부족한 가운데 대출조차 쉽지 않은 주민의 손을 붙잡은 것이다. 

신일교회 긴급구호뱅크의 경우는 주택이자 대납이나 생활비 이자 대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물론 지원대상은 교인 여부와 관계없다. 

이권희 담임목사는 “교회에서 제자훈련을 실시하고 수료생들에게 삶 속에서 나눔을 실천하자고 제안했다. 성도들의 정성까지 모아 우선 3천만원 기금으로 시작했다”며 “코로나를 계기로 교회 공공성이 중요해지고 있다. 말이 아니라 진실하게 사랑을 실천하는 교회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취지를 전했다. 

긴급구호뱅크는 도시 교회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지난 5월 본지에 소개된 전남 순천시 덕정교회가 대표적 예이다. 농촌에 자리한 덕정교회는 코로나 여파로 교회 예산 집행을 못하게 되면서, 약 2년간 1억원 재정을 모아 긴급구호뱅크를 시작했다. 

덕정교회는 지역 주민센터와 인근 교회들과 함께하는 긴급구호뱅크를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를 겪으면 위기를 겪고 있는 주민들을 추천받아 50~100만원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삼현 목사는 “어린 소년이 보리떡 5개와 물고기 2마리를 예수님께 드렸을 때 5천명을 먹이시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우리 교회의 섬김이 기적처럼 확산될 수 있도록 지역 교회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 면사무소와도 협력해 선한 영향을 미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기금 운영은 기도와 동참으로
내년도 복지예산만 108조원이 넘는 우리나라에서 민간 차원의 긴급구호뱅크가 필요할까 싶은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관심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복지 사각지대는 어디든지 존재한다. 8년 전 생활고에 공과금을 체납하다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세상을 등진 송파 세 모녀 사건은 이번 수원 세 모녀 비극과 판박이다. 정부와 지자체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그래서 교회들이 참여하고 있는 긴급구호뱅크 사역이 중요하고 의미가 크다. 긴급구호뱅크를 운영하고 있는 교회들은 대부분 무이자, 무독촉, 무담보 원칙으로 소액을 지원하고 있다. 수익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반드시 상환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은 위기 극복에 대한 의지를 북돋기 위해서다. 

2005년 노점을 운영하던 한 장애인이 벌금 70만원이 없어 사망한 사연을 계기로 SOS 사역을 시작한 서울광염교회, 송파 세 모녀 사건을 겪으면서 긴급구호뱅크 사역을 시작한 분당우리교회, 비슷한 시기 6천2백만원 기금을 조성해 매월 평균 3.7명을 돕고 있는 향상교회 등 모두 비슷한 원칙으로 우리 이웃들의 손을 붙잡아주고 있다. 

경제적 위기를 당장 넘어서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사실 상환율은 아주 저조한 편이다. 어차피 상환을 목표로 한 사역이 아니다. 그래서 긴급구호뱅크 기금이 바닥나지 않도록 교회의 지속적인 후원과 기도가 중요하다. 

실업, 장애, 노령, 질병으로 인해 힘겨워하는 이웃을 발견한다면 24시간 운영되는 보건복지콜센터 129번으로 전화부터 연결해 보건과 복지 관련 정보와 상담을 받도록 도울 수 있다. 취약계층일수록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도움은 필수다.

2012년부터 사랑의 쌀독을 운영하며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서울 원천교회 문강원 목사는 “쌀이 없어 밥을 굶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그런 이웃들이 있다”며 “한국교회 성도들이 우리 주변 이웃들을 관심어린 시선으로 지켜보며 도울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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