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사역 최우선 과제? “청년과 교회 간극 좁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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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사역 최우선 과제? “청년과 교회 간극 좁혀라”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2.09.0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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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MA·학복협·선교한국, 지난 5~7일 ‘청년, 미래, 선교 써밋’ 개최
선교단체·교회 청년부·청년 초청해 ‘청년 사역’ 놓고 라운드 테이블

캠퍼스에서 크리스천임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아요.” 20대 초반 기독 대학생이 어렵사리 고민을 털어놓는다. 여느 목사님, 장로님들이 들으면 믿음이 없다며 덜컥 역정을 낼지도 모를 발언이다. 하지만 조금만 진정하고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시라. 코로나 사태를 지나며 한국교회의 이미지는 바닥을 쳤고 세상과의 간극은 더 벌어졌다. 좁아진 취업시장과 불확실한 미래는 청년들의 숨통을 옥죈다. 믿음 지키며 살기 어려운 청년들의 솔직한 고백을 이제는 투정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될 일이다.

한국교회 청년사역, 해법은 있을까. 교회와 민족의 미래인 청년을 살리기 위해 한국세계선교협의회(사무총장:강대흥 선교사·KWMA)와 학원복음화협의회(상임대표:장근성 목사), 선교한국(대표:최욥 선교사)이 머리를 맞댔다. 지난 5~7일 평창 켄싱턴호텔에서 개최된 청년, 미래, 선교 써밋에서는 캠퍼스 선교단체들과 교회 청년부 담당 목회자, 그리고 단체와 교회에서 추천한 청년들이 각 15명씩 참가해 서로의 울타리를 허물고 기탄없이 대화를 나눴다.

 

청년은 무엇으로 사는가

한마디로 말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 기성세대들의 뼈를 때리는 청년의 팩트 폭행이다. 써밋에 참여한 이가경 청년(CCC)취업과 진로의 문제, 청년들이 느끼는 상실감, 교회에 대한 실망, 코인에 열광하는 이유들을 우리는 배우지 않아도 알고 있다. 피부로 겪고 있는 문제여서다. 그런데 기성세대는 청년들이 이런 문제로 고민하는 이유를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계셔서 놀랐다고 털어놨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했다. 청년 사역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선 우리 시대 청년들이 어떤 모습인지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래서 써밋 첫째 날은 청년 사역 진단을 통해 청년들의 현실을 파고드는 것에 집중했다.

지용근 대표(목회데이터연구소)는 통계에서 나타난 빅데이터로 우리 시대 청년들의 모습을 점검했다. 우선 눈에 띄는 키워드는 탈종교화. 2021년 통계에서 무종교 비율이 60%로 사실상 우리나라 제1종교를 차지했는데 청년 세대에선 그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 20대의 종교인 비율은 22%로 무종교 비율이 78%에 달했다.

개신교 신뢰 감소도 무시 못 할 수준이다. 무종교 대학생 중 종교를 가질 의향이 있는 학생들에게 어떤 종교를 선호하는지 묻자 201730%를 차지했던 개신교가 2022년엔 20%로 하락했다. 현재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청년들의 36%‘10년 후 교회에 안 나갈 것 같다고 답했다. 비종교적 영성을 뜻하는 SNBR(Spiritual But Not Religious)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지용근 대표가 생각하는 이 시대의 청년들은 상실 세대. 지 대표는 “2030 세대의 72%는 스스로를 50대 기성세대보다 능력 있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우리 세대는 기성세대의 20~30대보다 불행하다는 문항에 69%나 동의했다. ‘노력을 해도 상류층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없다는 응답은 62%에 달했다. 능력이 있음에도 성공할 수 없다는 상실감이 청년들을 덮고 있다. 이들에게는 위로가 필요하다면서 “2030 남녀는 모두 자신의 성이 더 불평등하다고 대답하는 등 젠더 갈등 문제도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청년 사역 현황을 진단한 목회데이터연구소 지용근 대표.
청년 사역 현황을 진단한 목회데이터연구소 지용근 대표.

 

장근성 목사(학복협)는 개신교의 가족종교화 현상을 지적했다. 장 목사는 가족종교의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내가 신앙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부모님이 교회에 가기 때문에 따라간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럴 때 나타나는 현상은 명목상 그리스도인의 증가다. 대학교에 가고 독립하면 교회에 나가지 않는 이들이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학생 크리스천이 약 14%로 집계된다. 그 중 열정적인 크리스천과 명목상 크리스천의 비율은 거의 반반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 시대 청년 사역의 과제를 확인할 수 있다. 명목상 그리스도인 7%를 어떻게 활력 있는 크리스천으로 변화시킬 것인가, 그리고 무종교 인구 86%에게 어떻게 기독교 신앙을 소개할 것인가가 바로 그것이라면서 지금까지 한국교회는 7%의 열정적인 청년에게 투자를 집중해왔다. 이제는 명목상 크리스천 7%, 그리고 무종교인 86%에게도 관심을 쏟을 때라고 강조했다.

김태구 목사(CMI)는 청년 사역의 위기를 숫자의 위기가 아닌 자발성의 위기라고 지목해 눈길을 끌었다. 김 목사는 캠퍼스 사역의 동력은 학생들의 자발성에서 기인한다. 캠퍼스 사역에는 헌신이 필요한데 이는 절대 강요로 될 수 없다. 복음에 감동해 아무도 말릴 수 없는 학생이 나올 때 캠퍼스 사역은 불이 붙는다면서 예로부터 학생 복음운동은 학생들의 자발적 운동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급감했다. 지금의 위기는 숫자의 감소가 아니라 자발성의 감소에 있다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이에 대한 원인으로 역설적인 대답을 내놨다. 캠퍼스에 좋은 간사가 너무 많아서라는 것. 그는 “MZ세대는 자기 주도성이 높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사역에서는 자발성이 낮다. 큰 이유는 선교단체에서는 간사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섬겨주어서다. 사역의 방향과 내용을 간사들이 다 결정하고 학생들은 객체로 뒤따르기만 한다. 캠퍼스 사역은 학생이 선수, 간사가 코치가 돼야 하는데 간사가 선수로 뛰고 스타가 된다. 그러다보니 학생들도 캠퍼스 사역을 자기 일이 아닌 간사들의 일로 여긴다면서 훌륭한 간사가 많은 것은 좋지만 캠퍼스 사역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역할을 주고 스스로 사역을 주도할 수 있게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써밋에서는 선교단체 사역자, 교회 청년부 목회자, 청년이 한 조로 편성돼 세대와 단체의 벽을 뛰어넘는 대화를 나눴다.
이번 써밋에서는 선교단체 사역자, 교회 청년부 목회자, 청년이 한 조로 편성돼 세대와 단체의 벽을 뛰어넘는 대화를 나눴다.

 

삼겹줄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청년 사역 활성화를 위해 캠퍼스 선교단체와 지역교회의 유기적인 연합도 과제로 제시됐다. 선교단체와 교회가 선을 긋고 각개전투를 지속하는 것으로는 이 시대의 청년들을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 날 발제자로 나선 김장생 간사(CCC)는 선교단체와 지역교회가 연합해 지역사회를 위해 기도했던 블레싱 원주를 모델로 소개했다.

블레싱 원주는 선교단체와 지역교회가 힘을 모아 원주의 읍··동별로 리서치해 기도제목을 정리하고 지역 학교와 교회, 선교단체의 기도제목도 함께 모아 매년 80여 페이지의 책으로 발간했던 지역 기도 운동이다.

김 간사는 블레싱 원주를 통해 선교단체와 선교단체, 선교단체와 교회의 연합이 일어났다. 일반 성도들의 선교단체에 대한 오해도 개선할 수 있었다. 기도운동의 촉매 역할을 했고 블레싱 안양, 블레싱 광주, 블레싱 청주 등 다른 도시로도 확산됐다면서 교회와 선교단체가 연합해야 할 이유, 연합의 유익에 대해서는 수백 가지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연합 그 자체만으로도 기쁨이고 하나님께 영광이다. 함께 지역 공동체를 품고 선교단체와 교회가 손을 잡는 사례가 많아졌으면 한다. 교회가 세상의 걱정거리가 아니라 세상을 축복하는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성복중앙교회는 교회가 지역의 캠퍼스 선교단체를 섬기며 아름다운 연합을 이끈 사례다. 성복중앙교회는 2016년부터 캠퍼스 협력예배를 드렸다. 교회 주변 캠퍼스에서 사역하는 선교단체 간사들을 초청해 후원하고 기도제목을 나누는 행사다. 예배를 드리고 나면 협약서를 작성해 매년 갱신하고 교인들이 결연을 맺어 각 선교단체를 후원하며 기도한다.

청년부 담당 김문진 목사는 교회 주변에 캠퍼스가 많다. 우리가 이 지역에 있는 사명도 거기에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선교단체와 교회는 가깝지만 먼 사이다. 목사님들은 선교단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선교단체 학생들도 교회의 눈치를 본다. 하지만 연합하면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청년을 빼놓고 청년을 논하는 그들만의 잔치에서 끝나지 않고 직접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점은 긍정적인 변화다. 이번 써밋에서는 선교단체 간사와 청년부 목회자, 그리고 청년들을 한 조로 엮어 각 집단의 생각을 자유롭게 나누게 했다. 청년들은 청년답게 자신들의 생각을 거리낌 없이 나눴다. 특히 교회와 선교단체가 개선할 점을 냉정하게 지적하는 청년들의 목소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송주안 청년은 외부적으로 교회에 대한 시선이 좋지 못하고 반발감이 심하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과 진리를 말하는 교회 사이에서 간극이 점차 커진다고 지적했다. 허성욱 청년은 각자의 신앙이 다른 부분이 있는데 이를 교회에서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이가경 청년은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청년들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특히 예체능계의 자유로움을 품을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권위적인 분위기는 청년의 입장에서 무언가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게 만든다면서 예수님은 그 시대에 열려 있는 분이셨는데 지금의 교회는 그 모습을 닮지 못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했다. 이가경 청년은 청년들의 얘기를 듣고 싶어 하고 청년의 고민을 성숙하게 접근하시려는 모습이 인상깊었다면서 캠퍼스로 돌아가면 다른 선교단체, 지역교회와 더불어 캠퍼스와 지역 공동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볼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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