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명령에 순종하며 땅끝을 향해 나아가는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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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명령에 순종하며 땅끝을 향해 나아가는 교회”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2.08.31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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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문화사역으로 다음세대 세우는 참사랑교회

문화 무기로 복음 전하기 위해 ‘엔터’ 회사 설립
코로나로 예배 못 드리는 중국인 유학생들 섬겨

지난 2월 유튜브에 색다른 음원 하나가 공개됐다. 제목은 ‘Please(플리즈)’. 오로지 중국인 유학생들의 목소리와 연주로 이뤄진 이 곡 아래엔 ‘KCCM(한국의 기독교 음악)’이라는 간단한 설명이 적혀 있다. 가사만 들어선 연인 간의 사랑을 노래하는 대중가요인지 기독교 음악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멜로디나 뮤직비디오의 형태도 전형적인 ‘요즘 한국 대중가요’ 그 자체다. 그런데 들을수록 묘한 감동이 있다. 

곡을 제작한 곳은 군포에 위치한 참사랑교회(담임:강신조 목사)다. 교회는 ‘문화사역’으로 ‘다음세대’ 살리기에 힘써왔다. 이 교회 담임 강신조 목사는 기독 NGO들이 ‘구제’를 무기로 복음을 전하듯. ‘문화’로 포장한 복음을 선교지에 전하기 위해 일찌감치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세웠다. 그런 그의 눈에 세계로 뻗어가는 한류가 들어오지 않았을 리 만무하다. 특히 중국은 ‘한류’라는 깃발만 꽂아도 무조건 된다는 말이 나오던 땅이다. 2016년 싸드 여파로 한한령이 발령된 이후에도 강 목사가 진행해 온 대규모 한류 공연은 성사 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최종 단계에서 번번이 무산됐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까지 유행하면서 사실상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참사랑교회와 강신조 목사가 뿌려놓은 씨앗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아하기 시작했다. 코로나로 오갈 데 없는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베푼 작은 섬김이 교회의 체질까지 변화시킬 줄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문화사역은 하나님 나라 운동

문화사역에 대한 강신조 목사의 비전은 일찍부터 시작됐다. 고향인 충남 예산 시골 마을의 구세군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한 그의 꿈은 ‘가수’였다. 기타를 치며 찬송가를 부르고 싶었지만, 당시 찬송가 악보에는 코드가 적혀 있지 않았다. 대신 유행가 악보를 구해 즐겨 불렀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신조야 유행가 그만 부르고 찬송가를 부르거라”하는 알 수 없는 음성이 들렸다. 

“시골에 기타 배울 곳이 없잖아요. 동네 형한테 코드 몇 개 배운 게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음성’을 들은 후부터는 이상하게 찬송을 부르려고 하면 코드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겁니다. 목사가 된 지금 돌아봐도 그 음성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성령께서는 저를 문화사역으로 이끄시고 계십니다.”

찬송 부르기를 좋아했던 청소년은 자연스럽게 찬양 인도자가 됐다. 청년이 된 후에는 5~6천명의 교인들 앞에서도 마음껏 하나님을 찬양하는 사역자가 됐다. 서른 살이 넘어 담임목사의 권유로 뒤늦게 백석신학원에서 신학을 시작했다. 출석하던 대형교회에서 사역하게 될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마음속에 자꾸 ‘개척’에 대한 부담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2005년 안양에서 참사랑교회를 시작했다. 상가교회로 10년을 보내고 2015년에 지금의 군포 성전으로 이전했다. 

‘문화’와 ‘다음세대’는 참사랑교회를 개척하면서부터 강 목사가 줄기차게 관심을 쏟아 온 분야였다. 백석에서 학사와 석사, 박사까지 마치면서 ‘개혁주의생명신학’에 푹 젖어든 것도 강 목사의 목회 방향에 큰 영향을 끼쳤다. 

“개혁주의생명신학의 실천운동 가운데 ‘하나님나라 운동’이 있죠. 모든 영역에서 성령의 도우심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주 되심을 실현하는 운동입니다. 성경적인 기준, 기독교세계관. 하나님이 만왕의 왕이시고 만주의 주이시기에 하나님을 믿는 우리는 세상의 모든 것을 바라볼 때 하나님의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정신이 담겨 있습니다. 참사랑교회는 문화의 영역을 하나님의 세계관으로 물들이고 싶습니다. 문화의 도구를 통해 이 땅의 많은 사람이 죽기 전에, 살아 있을 때 복음을 듣고 회개할 수 있도록 인도하고자 합니다. 그들이 천국에 갈 수 있도록 복음을 전하는 것이 백석인의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

엔터테인먼트 회사 ‘넥스트유’를 설립한 것도 다음세대를 복음으로 물들인다는 당찬 각오에서 비롯됐다. 사명에 ‘넥스트’가 들어간 것도 다음세대를 겨냥하겠다는 노골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수많은 나라 중에 중국을 택한 것도 우연이 아니었다. 선교사들의 대거 추방을 바라보면서 ‘문화’를 도구로 삼으면 뚫고 들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 그에겐 보였다. 

“앞으론 선교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뀔 것으로 생각합니다. 기존에는 한국 사람이 가서 하는 선교 일변도였다면 지금은 현지인을 키우지 못하면 선교길은 막힙니다. 특히 공산국가는 한국 사람이 선교사로 일하기 매우 어려운 땅입니다. 이미 중국에서 사역하던 선교사님들이 추방을 당해야만 했죠. 하지만 문화콘텐츠는 다릅니다. 수많은 NGO가 구제를 무기로 복음을 전하듯 우리는 문화로 포장된 복음을 전하고자 합니다.”

국내의 다음세대를 겨냥하기에도 이미 수많은 강자가 포진하고 있는 국내로 곧장 진출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고 판단했다. 대신 우회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중국에서 먼저 문화콘텐츠로서 인정을 받고 ‘역수입’ 하는 방법이라면 훨씬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이었다. 

그런데 정성껏 준비했던 중국 내 한류 콘서트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끝내 무산되고 실의에 빠져있을 즈음 예상치 못한 변화가 참사랑교회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코로나 발생 초기, 중국인 유학생인 장계위 전도사(당시 백석대 신학과)를 만나게 된 것. 선교사의 소개로 만난 장 전도사는 백석대 안에 예수를 믿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주일에 예배도 드리지 못하고 힘들어한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교회는 장 전도사를 청빙하면서 중국인 유학생들을 섬기는 일을 시작했다.
 

참사랑교회 담임 강신조 목사와 중국인 장계위 전도사.
참사랑교회 담임 강신조 목사와 중국인 장계위 전도사.

주일 아침마다 천안과 군포를 오가며 중국인 유학생 동아리 ‘중국인기독모임’ 학생들을 교회로 데려왔다. 주말마다 250㎞가 넘는 거리를 달려야 하는 고된 여정이었지만 장 전도사는 기쁜 마음으로 이 일을 감당했다.

중국 하난성에서 한국인 선교사를 통해 2016년 세례를 받은 장 전도사는 가정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다 선교사의 권유로 신학공부까지 하게 됐다. 한국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잘 나가는’ 외제차 딜러였다. 안정된 생활을 접고 목회자의 길을 택하기까지 인간적인 고뇌도 적지 않았다.

“처음 선교사님이 제게 ‘하나님이 너를 쓸 것’이라고, ‘감동을 받았다’면서 ‘기도해보라’고 하셨을 때는 믿지 못했어요. 그때 이미 제 나이가 35살이었으니까요. 한국에 유학을 간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죠. 처음엔 거절했지만 계속 기도를 하면서 한국에 대해 알아보는데 제 마음에 한국에 가고 싶은 마음이 계속 커졌습니다. 하나님의 뜻이구나 인정하면서 유학을 택했죠.”

청운의 꿈을 안고 한국에 왔지만 이내 코로나19가 닥쳤다. 의기소침해질 법도 했지만, 장 전도사는 오히려 힘을 냈다. 선교사를 통해 강신조 목사를 소개받았고, 중국인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복음을 전하고 함께 교회에 가자고 권하기 시작했다. 천안과 군포를 오가던 승용차가 봉고차가 됐고, 이제는 버스가 됐다. 교인들은 기꺼이 차량을 구매해 유학생들을 섬겼다. 

“처음 참사랑교회에 모인 유학생들끼리도 어색했어요. 코로나 때문에 비대면으로만 만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참사랑교회 교인들이 사랑으로 저희를 대해주셨고, 예수를 잘 모르던 친구들도 뜨겁게 찬양하고 예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교회 곳곳에서 저희 중국인 유학생들이 봉사자로 섬기며 한국인 성도님들과 하나가 됐습니다. 이 모습을 보면서 제 안에 행복함과 뿌듯함이 넘칩니다. 너무 자랑스럽게 느끼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일하심을 기대하며

강신조 목사는 교회가 중국인 유학생들을 섬긴다고 하지만 오히려 이들을 통해 도전을 받는다고 했다. 

“찬양시간이 되면 중국인 친구들의 열기가 어마어마합니다. 중국에서는 찬양을 부르고 싶어도 부를 수 없는데, 한국에서는 마음껏 부를 수 있어서 그 기쁨이 더 크다더군요.”

처음부터 중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사역 목표나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면 모를까 짧은 시간 안에 하나님께서 교회와 유학생들을 통해서 하시는 일들을 그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강 목사는 가슴 벅찰 때가 많다고 했다. 이제는 이 믿음의 용사들을 본국으로 귀국시킬 ‘그날’을 생각하고 있다. 강 목사는 이들에게 ‘문화’라는 도구를 쥐여주고 싶다고 했다.

참사랑교회에 모이는 중국인 유학생들. 유학생들은 교회의 섬김을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교회의 여러 사역에 봉사로 참여하고 있다.
참사랑교회에 모이는 중국인 유학생들. 유학생들은 교회의 섬김을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교회의 여러 사역에 봉사로 참여하고 있다.

“마침 우리 교회에는 문화사역을 위한 자원들이 많이 있습니다. 마침 유학생들 가운데 음악에 재능이 있는 학생들이 많아서, 그 아이들을 필두로 음악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시작 단계지만 아이들이 문화콘텐츠에 복음을 입히는 노하우를 배우고 있습니다. 언젠가 이런 시도들이 예상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꽃피울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코로나로 무산됐던 한중문화교류기념 공연도 최근 다시 추진되기 시작했다. 전문성을 더하기 위해 백석학원에 속한 문화대, 예술대 등 여러 기관과도 협약을 맺었다. 강 목사는 “하나님께서는 항상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일을 진행하신다”며 “하나님의 일하심을 기대하며 나아간다. 이 일이 문화교류나 사업으로 그치지 않도록 많은 분들께서 기도로 협력해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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