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지 않은 건강한 노년, 교회가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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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 않은 건강한 노년, 교회가 만들어야”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2.08.25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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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기윤실 좋은사회포럼 ‘함께 만들어가는 노년의 삶’

OECD국가 중 한국, 노인 빈곤·자살률 1위
‘능동적 노화’ 위해 교회의 자원 활용 기대

리어카에 신문지와 종이상자, 책과 같은 폐지를 한가득 실어나르는 노인을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들이 새벽부터 해질녘까지 하루 10시간을 꼬박 일하며 버는 돈은 고작 만 오천 원에 불과하다.

자신의 노후와는 먼 일로 들릴지 모르지만, 한국제지연합회 등에 따르면 폐지를 줍는 일로 하루를 연명하는 노인은 25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2021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수가 812만 명인 것을 감안해 보면, 노인 중 3.2%가 넘는 수가 폐지를 줍는 일을 하며 생활을 해 나가고 있는 셈이다.

2022년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는 노인 빈곤율 1위인 동시에, 노인 자살률 1위 국가라는 불명예스러운 2관왕을 차지했다. 고령화 사회의 급격한 흐름 속에서 노인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절실한 가운데 행복한 노년의 삶에 대해 논의하는 포럼이 마련됐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은 사회포럼을 ‘함께 이해하고 만들어가는 노년의 삶’을 주제로 지난 10일 실시간 온라인 줌과 유튜브를 통해 열었다.

활기차고 행복한 노년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의 연계와 지원이 요청된다.
활기차고 행복한 노년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의 연계와 지원이 요청된다.

노년의 행복지수, 세계 최하위

최근 5년간 연령별 자살률은 80세 이상이 가장 높았으며, 2017~2018년에는 50대의 자살률이 60대보다 약간 높은 양상을 보였다. 2019년에는 60대의 자살률이 증가하면서 연령대가 높을수록 자살률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조흥식 회장(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기윤실 이사)는 “우리나라는 30대, 40대, 60대, 70대 이상에서 OECD 회원국 중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로 노인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1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독거노인이 늘고 노후빈곤 문제까지 겹치면서 65세 이상 노인의 고독사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16년부터 2020년 6월까지의 고독사 중 약 43%가 65세 이상 노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과거와 달리 가족 및 사회적 관계망의 변화로 노인 단독가구 증가가 고착화되면서 노인 혼자 살아간다든지 부부끼리 생활하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주요 관계망 규모는 자녀 수가 2008년 4명에서 2020년 3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동년배 관계로 친구(이웃) 규모가 2011년 2.6명에서 2020년 3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접촉방법도 점점 변화하고 있다. 왕래해 직접 만나기보다 연락을 중심으로 교류를 하고 있으며, 접촉빈도 역시 점차 감소하고 있는 것. 조 회장은 “최근 시점에 나타난 교류빈도의 감소는 코로나19의 영향도 고려할 필요가 있지만, 하나의 경향성으로 자리 잡을지는 추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노년의 삶의 실태에 있어서도 한국 노인은 외국 노인보다 행복지수가 낮은 편에 속한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에 따르면, 한국의 2018∼2020년 평균 국가 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5.85점이었다. 이는 전체 조사 대상 149개국 중 62위에 해당하는 점수다.

이에 대한 분석으로 “노후에 직면하는 네 가지 고통 즉, 병고, 빈고, 고독고, 무위고 등을 완화해주는 노인복지 수준이 낮기 때문”이라며, “고령화 시대 속 노인의 규모가 커지고 코로나19로 노년의 삶의 특성도 변화했기에 이러한 변화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인 홀로 생활하거나 배우자와만 생활하는 노인단독가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도 정책 마련이 요구된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의 대부분이 자녀와의 동거를 희망하지 않고 있어 기존의 독거노인 정책뿐만 아니라 취약한 노인부부 가구를 위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조 회장은 “건강한 노년기를 위해 부부 가구를 위한 활기차고 역동적 노화를 지원하는 데 초점을 두고 비공식적 지지체계와의 협력을 통한 상호보완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건강과 방역 등 필수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다양한 여가문화 활동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보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90세 이상 고령 노인을 비롯해 인지장애 노인 등을 위한 정책도 함께 요구된다.

끝으로 노인복지 향상을 위해 공공과 민간의 양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다양화되고 욕구가 점차 커지고 있는 노인복지 과제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 개입과 더불어 시민사회와 기업의 관심과 협업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밝혔다.

노인들 위한 ‘느슨한 공동체’ 제안

영국에서는 2002년부터 12년간 2년마다 1만여 명의 5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사회적 고립과 기억력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사회적 고립이 길어지고 깊어질수록 기억력이 감소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사회적 고립은 인지기능을 저하시키고 치매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동거인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상황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기윤실 최주리 간사는“가장 외로운 사람은 마음이 통하지 않는 가족과 함께 사는 고령자이며, 고령자의 자살률은 독거 고령자보다 동거 고령자가 더 높다”고 밝혔다. 특히 1인 가구가 빠르게 늘어가고,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보편화되면서 코로나19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혈연 중심의 끈끈한 관계구조가 해체되는 추세다.

함께 사는 사람들과 만남의 횟수는 늘리되 그 시간을 짧게 하는 주거공간, 코리빙 하우스 ‘맹그로브’가 1인 가구 청년들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는 ‘완벽하게 사생활이 보호되었으면 하면서도 혼자 고립되기는 싫다’는 요구가 담겼다. 개인 생활공간은 독립적으로 구분돼 있지만 공용 공간과 소셜 프로그램에서 자유롭게 서로의 삶을 오픈하고 나눌 수 있는 공유 주택이다.

최 간사는 “행복한 삶에 운명의 배우자나 영혼의 단짝이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듯, 인생의 황혼기를 헛된 시간으로 여기지 않기 위해서는 청년의 때부터 느슨한 공동체를 통해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고 이어가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능동적 노화’, 교회가 지원해야

급격한 고령화 시대의 흐름 속에 ‘능동적 노화’를 이루를 노인의 삶을 위한 교회의 역할이 강조됐다. 김규찬 교수(강릉원주대 다문화학)는 “‘능동적 노화’란 인간의 삶의 질을 위해 생애 후반기까지 최대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기능을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최대한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도록 하자는 것이 능동적 노화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노인이 최대한의 의존상태를 지연시키거나 완화해서 삶의 마무리 단계까지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하도록 접근하는 것이다. 그는 노인이 이러한 능동적 노화를 이루기 위해 교회가 가진 자원을 지역사회와 공유할 것을 요청했다.

김 교수는 “교회는 물리적 공간으로 건물을 갖췄을 뿐 아니라 풍부한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교육과 관련된 충분한 활동이 가능하다. 지역사회의 접근성이 좋은 교회가 비용이 없이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2021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노인의 40.2%는 종교가 없으며, 종교가 있는 노인 중 10.9%는 종교활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그는 “교회가 교육과 문화 자원봉사 같은 기회를 제공한다면, 교회가 직접적으로 선교적 목적을 드러내지 않더라도 교회가 본래 가져야 할 선교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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