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과 후방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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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과 후방이 바뀌었다!
  • 이의용 교수
  • 승인 2022.08.0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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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용의 감사행전-13

코로나 팬데믹이 어느 정도 가라앉아 감에도 예배 참석 인원이 2년 반 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현장 예배가 비대면으로 대체되면서 교인들의 공동체 의식은 적잖이 와해된 것 같다. 교회학교나 찬양대, 소그룹 활동도 종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교회 위기’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위기는 또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삶의 의미와 자신감을 잃은 교우들,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통받는 교우들의 아픔도 큰 위기다.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교회 문을 닫고 이직을 하는 작은 교회 목회자들의 생활고도 큰 위기다. 교회 성장의 풀뿌리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교회에 대한 사회의 호감도와 신뢰도의 추락까지. 경제용어로 설명하자면 한국교회는 호황이 끝나고 불황의 터널에 깊숙이 들어간 느낌이다.

‘위기(危機)’라는 말은 ‘위험’과 ‘기회’라는 뜻을 함께 담고 있다. 잘못하면 위험해지는 것이고, 잘하면 기회(찬스)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번 위기는 과연 위험일까, 기회일까? 130년 동안 ‘중단 없이 달려온 한국교회’가, 장거리를 달려온 자동차처럼 잠시 멈추고 나사도 조이고 기름도 치면서 제대로 점검을 한다면 이번 위기는 하나님께서 한국교회에 주시는 큰 은혜가 될 것이다.

높은 교회 종탑에 올라가면 정작 교회는 볼 수가 없다. 교회 지도자들이 교회 종탑에서 내려와 비신자들의 관점에서 교회를 바라봐야 위기 극복 대책이 보인다. “과연 우리 교회는 비신자들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가?”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여전히 높은 교회 종탑 위에 올라가 사회를 내려다 본다. 문제의식이 부족하다.

기독교의 정체성은 “예수는 그리스도”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한다”로 요약할 수 있다. 신자들과 달리 비신자들은 이웃 사랑을 기독교의 정체성으로 인식한다. 그럼에도 그동안 한국교회는 이웃 사랑보다는 자기 몸집 키우기에 주력해왔다고 비판한다. 오죽하면 ‘(株)예수’라는 말이 나왔을까. 뼈 아픈 지적이다.

기독교의 정체성은 신자들의 삶을 통해 형성되고 유지된다. 그러나 신자들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모습을 삶으로 구현해오지 못했다. 주일성수, 금주금연, 십일조 헌금을 하나님 사랑으로 여겼지 가정, 일터, 사회에서 언행과 물질로 이웃을 사랑하지 못했다. 이는 한국교회가 ‘모인 교회’에 주력해왔기 때문이다.

 

‘모인 교회’가 얼마나 더 커져야 ‘흩어진 교회’를 생각할까?

‘모인 교회’는 주로 주일에, 예배당에서, 신자들끼리 모여, 목회자를 중심으로 수동적으로 활동하는 구심력 교회다. ‘흩어진 교회’는 평일에, 가정과 일터와 사회의 일상생활에서, 비신자들과, 내가 능동적으로 활동을 하는 원심력 교회다. 주유소나 정비소의 자동차를 ‘모인 교회’라 한다면,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는 ‘흩어진 교회’라 할 수 있다.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이루려면 ‘모인 교회’와 ‘흩어진 교회’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 한국교회가 당면한 위기의 원인은 코로나 팬데믹이 아니라 ‘흩어진 교회’의 포기에 있다. 운전자는 주유를 마쳤으면 자동차를 몰고 도로로 나가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리스도인도 ‘모인 교회’에서 충전을 했으면 가정, 일터, 사회에 나가 ‘흩어진 교회’로서 거기에 ‘작은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는 데 힘써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한국교회는 지나치게 ‘모인 교회’ 중심의 신앙생활을 강요해왔다. 그러다 보니 일상에서 ‘흩어진 교회’로 살아갈 시간, 열정, 재정에 여유가 부족해졌다. 무엇보다 ‘흩어진 교회‘로 살아가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비신자와 삶에 별 차이가 없게 됐다.

생각해보자! ‘흩어진 교회’와 ‘모인 교회’ 중 어디가 전방이고 어디가 후방인가? ‘흩어진 교회’가 전방이고, ‘모인 교회’가 후방 아닌가? 그런데 한국교회는 전방과 후방이 바뀌었다. 후방이 전방을 지원해야 하는데, 전방이 전선을 포기하고 후방 지원에만 올인하고 있다. 전선이 무너지니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교회가 당면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려면 ‘모인 교회’ 예배 인원 회복에만 매달리지 말고 전방과 후방의 역할을 바꿔야 한다. 가정, 일터, 사회라는 삶의 현장이 전방이다. 거기서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이 신앙생활이다. 도대체 ‘모인 교회’ 규모가 얼마나 더 커져야 ‘흩어진 교회’를 생각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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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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