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진 다음세대와 교회, 이제 게임으로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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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진 다음세대와 교회, 이제 게임으로 잇는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2.08.0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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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다음세대 문화의 중심… 교회로 부르는 연결고리
‘중독·폭력성’ 색안경 벗고 건전한 게임문화 선도해야
부정적 시선으로 비춰졌던 게임이 이제는 교회와 다음세대를 잇는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 

‘Faker(페이커)’를 보고 사기꾼이 떠오른다면 당신은 다음세대와 대화에서 벽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페이커는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에서 활동하는 프로게이머 이상혁 선수의 아이디(ID)다. ‘롤은 못해도 페이커는 안다’고 할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프로게이머로 손꼽힌다. 

아직도 게임을 ‘중독’과 ‘폭력성’이라는 안경을 끼고 바라보고 있는가. e스포츠는 아시안게임 종목으로 채택될 정도로 주류 문화로 자리 잡았다. 특히 다음세대들과는 게임을 빼놓고는 대화를 이어가기 힘들 정도다. 교회학교가 무너지고 다음세대가 사라지고 있는 교회도 이젠 게임을 주목할 때다. 게임을 통로로 아이들과 만나는 교회들의 사례를 통해 다음세대 부흥의 가능성을 살펴봤다. 

게임으로 달라진 시선
의정부 하늘샘교회(담임:전웅제 목사)의 풍경은 남다르다. 문을 열면 가장 먼저 컴퓨터와 게임기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심지어 코인 노래방과 만화책도 구비돼 있다. 간판이 없었다면 교회임을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색다른 모습이다. 

처음부터 이런 모습은 아니었다. 개척교회를 맡아 다음세대와 어떻게 소통할까 고민하던 전웅제 목사는 문방구나 분식집 앞 게임기에 몰려 열중하는 아이들을 보게 됐다. 거기서 힌트를 얻어 교회 안에 컴퓨터와 게임기를 가져다놨다. 무료로 게임할 수 있는 신기한 곳이란 소문이 퍼지며 아이들이 다른 친구들을 데려오기 시작했다. 우선 아이들이 교회로 발을 들이자 변화도 뒤따라왔다. 

전 목사는 “처음엔 아이들이 게임만 하러 교회에 오는 줄 알았다. 하지만 교회를 통해 아이들이 변화되기 시작했다. 이젠 게임으로 연결된 아이들이 모여 연탄봉사도 하고 필리핀 선교도 간다. 교회가 이사를 갈 땐 아이들이 와서 공사를 돕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특히 다른 어른들이나 교회가 낯선 교회의 모습을 보며 경계어린 눈빛을 보냈다. ‘가뜩이나 게임 중독인 애들이 많은데 왜 이런 걸 해서 애들을 빼가냐’고 따지는 이들도 있었다. 아이들이 폭력적으로 변할 거라 비판했고 심지어는 이단이라는 오해까지 받았다. 게임을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부정적 시선이 하늘샘교회에 그대로 투영됐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교회에서 게임을 하면서 오히려 건전한 게임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 전 목사의 설명이다. 

그는 “아이들은 어차피 기본적으로 1~2시간은 피시방에서 게임을 하며 보낸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피시방 대신 교회에서 게임을 한다고 상황이 나빠진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 “교회에서는 시간을 정해놔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른 아이들에게 양보하게 한다. 시간이 되면 게임을 하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그만둔다. 그래서 게임을 절제하고 건강하게 즐기는 법을 배우게 된다”고 전했다. 

다소 거칠게 느껴질 수 있는 게임 문화도 교회에서라면 달라진다. 전 목사는 “아이들이 피시방에 가면 욕도 많이 하고 소위 ‘패드립’도 한다. 그런데 교회에서는 목사가 있으니 욕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건전하게 게임할 수 있게 된다”면서 “처음엔 그걸 잘 모르시는 어른들이 ‘목사가 이런 짓을 하면 어떡하느냐’고 따지셨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 교회의 의도와 방침을 아시고 오히려 아이들에게 피시방 가지 말고 하늘샘교회에 가서 게임하고 학원 시간 맞춰 가라며 밀어주신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교회에 컴퓨터와 게임기를 설치하기만 하면 저절로 다음세대 부흥이 되는 걸까. 아쉽게도 사역에 왕도는 없다. 하늘샘교회의 사례가 전해지면서 비슷한 시도를 하려던 교회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하늘샘교회처럼 성공적으로 안착한 사례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전 목사는 “다음세대에 대한 이해 부족이 원인이라 본다. 목사님, 전도사님들은 게임기만 가져다 놓으면 될 거라 생각하신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깨진 가정, 소위 노는 아이들이 찾아와 예의 없이 행동하기 시작한다. 착한 아이들만 봐왔던 목사님들이 당황하고 무너지고 못 견뎌하시는 것을 많이 봤다”고 털어놨다. 

규모가 있는 교회의 경우 성도들의 반대가 넘어야 할 산이다. 사역자는 원한다고 해도 성도들의 공감대가 없으면 시작할 수 없다. 그는 “어떤 큰 교회에서 저희 교회 사역을 적용하려고 자세히 이야기 하고 재정 담당 장로님까지 왔다 가셨다. 그런데 결국 시행하지 못했다. 학부모들은 ‘굳이 그런 걸 해야 하느냐며 차라리 북카페를 하자’고들 하신다. 성도들을 다 설득해야 하는데 게임에 대한 기성세대의 인식으론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 목사는 “게임기를 가져다 놓으면 매일같이 붙어서 봐줘야 하니 개척교회로서도 쉬운 일은 아니다. 사역자들의 열의와 헌신이 필요하다. 또 아이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교회가 생활권 가까이 위치해야 한다”면서 “우리 교회에 적절한 사역인지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예 교회 공간을 개방해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한 곳도 있다. 과천교회(담임:주현신 목사)는 지난달 18일 ‘과천e스타’ 시즌2를 열고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와 카트라이더 대회를 진행했다. 작년 처음 시도에 이어 두 번째 대회다. 우승자들에는 총 400만 원의 장학금을 수여했다. 

과천교회 교회학교 총괄 김기동 목사는 “‘과천e스타’는 마을과 교회의 연결, 세대와 세대의 연결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위해 기획됐다”면서 “게임은 청소년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게임을 통해 교회와 다음세대가 연결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로 인해 다소 멀어졌던 교회의 이미지를 친근하게 바꿔놨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다. 과천교회 한 사역자는 “주변 학교에 방문하게 되면 아이들이 ‘게임대회 열었던 교회’로 과천교회를 먼저 알아본다. 교회 문턱도 넘어보지 못한 아이들이 교회에 와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주일예배에 대거 참석하기도 했다”면서 “다음세대가 와서 즐기고 교회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달라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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