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대법원 “대학예배 참석 학칙이 종교의 자유”
한교총·사학미션 공동성명, “인권위 권고는 철회돼야”
국가인권위원회가 다시 한번 기독교 대학에서 진행하고 있는 채플 수업에 대해 딴지를 걸고 나섰다.
인권위는 지난 21일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채플 수업이수를 의무화 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모 (기독교 사립대학) 총장에게 대체과목을 추가 개설하거나 대체과제를 부여하는 방안 마련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기독교 사립대학에 재학 중인 비기독교학과 학생이 낸 진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인권위 발표에 따르면, 해당 대학생은 “기독교 신자가 아닌 모든 학과 학생에게 강제로 채플을 수강하게 하고, 미수강시 졸업이 불가능하도록 한 것은 학생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며 인권위에 민원을 제기했다.
대학측은 이같은 주장에 대해 “다른 종립대학과 마찬가지로 채플을 교양필수 과목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강의 내용은 문화공연, 인성교육 등 다양하게 구성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운영방식도 예배 형식을 취하지 않는 등 종교를 강요하는 요소가 전혀 없었다”며 “학교를 선택할 때 채플 이수가 의무임을 알 수 있도록 사전안내도 충분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는 민원을 제기한 학생 입장에만 무게를 실어 주는 결정을 내렸다. 안건을 심의한 인권위 아동권리위원회는 “채플 수업개요 및 목표에 ‘기독교정신 함양’, ‘기독교 진리를 가르침’ 등을 명시하고 있는 점, 특히 채플의 13주차 주제가 ‘기독교 찬양예배’, 기독교의 예배와 문화를 온전히 경험해 보는 시간‘으로 구성되어 있는 점, 채플 강사가 외부에서 초빙된 목사 등으로 이루어진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채플이 예배 형식을 취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기독교 전파를 목적으로 하는 종파적 종교교육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또 “채플 이수가 의무사항임을 알고 있더라도 사립대학의 30%가 종립대학이고, 종립 여부가 학교 선택에 유의미한 조건이 아닌 점 등을 고려하면, 학생들이 어떤 종교교육이라도 받아들이겠다는 의사 표시라고 추정할 수 없다”면서 “종교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지 않을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결정했다.
국가인권위가 종립대학 채플 수업에 대해 비판적 결정을 한 게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채플 수업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경우 대체과목을 개설하지 않으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판단한 바 있다.
당시에도 국가인권위는 “보건의료 양성을 위해 설립된 종립대학이 채플 과목을 교양필수 교과목으로 지정해 1학년 학생 모두에게 수강하도록 하고, 이수하지 못할 경우 졸업할 수 없도록 학내 규정을 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대체과목 개설을 권고했다.
하지만 반복되는 국가인권위의 결정은 종립학교의 종교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침해할 뿐 아니라 대법원 판례를 정면으로 뒤집는 결정이라는 점에서 논란을 낳고 있다.
기숭실대 채플과 관련한 소송에서 1998년 대법원은 “기독교 재단이 설립한 사립대학에서 일정 학기 동안 대학예배에 참석할 것을 졸업요건으로 하는 학칙을 정한 경우, 헌법상 종교의 자유에 반하는 위헌 무효 학칙이 아니다”고 판결했다(대법원 1998. 11. 10. 선고 96다37268).
대법원은 “사립대학은 종교교육 내지 종교선전을 위하여 학생들의 신앙을 가지지 않을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종교교육을 받을 것을 졸업요건으로 하는 학칙을 제정할 수 있다”며 “학생들에게 종교교육을 함으로써 진리·사랑에 기초한 보편적 교양인을 양성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사학미션네트워크 상임이사 박장신 교수(장신대)는 “대학생의 경우 학교 선택권이 보장되어 있고, 초중등학교와 달리 대학은 전문교육을 하는 고등교육기관이라는 점에서 사립대학의 종교교육은 법적으로 폭넓게 포장되어야 한다. 대법원 판례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의 대법원 판례를 가져와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국가인권위 판단에 강하게 문제 제기했다.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류영모 목사)와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이사장:이재훈 목사)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고 “국가권위는 기독교대학 채플 관련 권고는 철회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공동성명에서 양 단체는 “인권위 권고는 종교교육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20조 제1항 및 제31조 제3항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종교계 사립학교의 헌법적 권리를 명백히 침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교총 류영모 대표회장은 “인권위 주장대로 기독교 대학의 비중이 크다는 점은 오히려 기독교학교가 교육의 공공성에 어떻게 이바지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국공립 대학을 세워 공교육을 강화하는 정책 대신, 사립대학의 자율성을 제안해 기독교 대학을 공영화 하려는 것이야말로 부당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사학미션 이사장 이재훈 목사(한동대학교 이사장)는 “해방 이후 국가 역량만으로 교육적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때 개인과 교회가 나서 재산을 헌납해 기독교 학교를 설립해 국가 역할을 대신했다. 인권위와 교육당국은 사립학교 자율성을 보장해 교육의 공공성을 지속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발전적 정책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