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와 감독 대신 지지와 지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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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와 감독 대신 지지와 지원을
  • 김종생 목사
  • 승인 2022.07.19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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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생 목사 / 소금의집 상임이사

교회법이나 교회 관련 단체의 회칙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지도, 감독이다. 사전적 의미를 보면 지도(指導)는 ”남을 어떤 목적이나 방향으로 가르치어 이끎”, 감독(監督)은 “어떤 일을 잘못이 없도록 보살펴 단속함”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이 두 단어 <지도 감독>을 같이 사용할 때는 “사회복지 기관의 종사자가 업무를 수행하는데에 지식과 기능을 최대로 활용하고 그 능력을 향상해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원조와 지도를 행하는 일”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더불어 익숙하게 들어왔던 단어가 지도·감독권, 집중 지도, 불시 감독 등이었다.

지도와 감독이란 단어가 어색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사용되던 시대가 있었다. 

대한민국은 후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경제 개발 시대에 허리띠 졸라매며 산업화를 이루어냈다. 산업화로 유보된 민주의 가치를 우리 교회와 많은 젊은이의 피 흘림과 옥고를 제물로 절차적 민주주의를 어느 정도 이루게 되었다. 경제적 발전을 바탕으로 민주화를 축적해 온 대한민국은 미디어의 비약적 발전과 참여 민주주의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 지도와 감독이란 용어는 그 유통기한을 넘기고 말았다. 요즘 말로 꼰대(?)들이나 사용하는 구시대적 용어가 된 것이다. 사회는 빠르게 앞서가는데 교회의 권위적인 지도와 감독이란 용어는 다음 세대들에게 불편함을 주고 있어 청산해야 하는 용어가 되었다.

시대적인 변화에 발맞춤인지 몰라도 유럽의 사회복지법 체계에서는 <지도와 감독> 대신 <지지와 지원>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사전적 의미로 “지지(支持)는 찬동하여 도와서 힘을 쓰다”와 “지원(支援)은 지지하여 도움”으로 정의되어 있다. 지지가 주로 정서적인 면을 강조한다면 지원은 물질적인 면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고도의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가 사용할 단어와 태도는 바로 지지와 지원이다.

사회적 흐름도 그렇지만 교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가 바로 지지와 지원이다. 성서엔 고아와 과부, 그리고 나그네를 잘 돌보는 것과 경건은 깊은 관련이 있다고 증언하고 있다. 이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들을 배제하지 않고 정서적으로 지지만 보내줘도 그들은 숨을 쉴 수 있다. 그렇게 지지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물질을 지원하게 되고 그러한 지원이 하나의 여론이 되면 제도적인 관습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다. 지난날 한국교회는 사회복지가 제도적으로 자리 잡기 전 노인과 어린이, 그리고 장애인들을 돌보아 온 자랑스러운 전통이 있었다. 고단한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이 한국교회를 도피성으로 여기어 문을 두드릴 때 한국교회는 바로 품을 내주어야 한다. 이때 우리가 보여주어야 할 자세가 바로 무조건적인 지지다.

정혜신 박사는 그의 저서 “당신이 옳다”에서 진정한 관계를 위해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충조평판’의 다른 말은 ‘바른말’이다. 바른말은 의외로 폭력적이다. 나는 욕설에 찔려 넘어진 사람보다 바른말에 찔려 쓰러진 사람을 훨씬 더 많이 봤다.” 욥이 당하는 고통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 욥의 세 친구는 ‘바른말’을 한다며 충조평판을 했다. 그들의 충조평판은 욥의 마음에 오히려 상처를 줬다. 예수님께서 인간의 몸을 입으시고 이 땅에 오셔서 하신 일은 <지도와 감독>이 아니라 우리의 슬픔과 고통을 친히 겪으시며 온전하게 <지지와 지원>으로 공감해 주신 것이다.
소금의 집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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