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수가 먼저 하나님 뜻 찾고 변화된 모습 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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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수가 먼저 하나님 뜻 찾고 변화된 모습 보여야”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2.07.13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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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상강연// CBS토론 ‘한국의 신학교육을 진단한다’(상)

CBS 특집 토론 2회 편성… 한국의 신학 교육의 현주소 진단
‘신학 사변화’ 문제 지목…‘개혁주의생명신학’ 대안으로 제시
CBS기독교방송이 지난 9일 ‘특집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의 신학 교육을 진단하는 시간을 가졌다.
CBS기독교방송이 지난 9일 ‘특집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의 신학 교육을 진단하는 시간을 가졌다.

영어의 언어적 구조에는 능통하지만 정작 대화는 한마디도 하지 못한다면? 이런 영어 교육은 분명히 실패한 것이다. 신학도 마찬가지 아닐까. 성경의 이론에는 통달했지만 정작 하나님의 뜻을 읽지 못하는 신학생, 예수를 배우지만 전혀 예수를 닮아가지 못하는 목회자만 배출한다면 그 신학교는 분명 문제가 있다. 이를 ‘신학의 사변화’라 한다.

CBS기독교방송이 최근 ‘특집 프로그램’을 통해 이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방송은 토론의 형식을 빌려 총 2편이 방영됐다. 박찬호 교수(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 회장)의 진행으로 한국중앙교회 담임 임석순 목사(백석대 신학대학원장)와 아신대학교 한상화 교수(조직신학), 백석대 장동민 교수(역사신학), 백석대 이경직 교수(조직신학)가 패널로 참여했다. 

지난 9일 전파를 탄 1부에서는 ‘한국 신학 교육의 장단점과 드러난 문제점’을 중심으로 다뤘다. 방송 내용을 토대로 한국 신학 교육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교수
사회자 박찬호 교수

신학 사변화의 원인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장동민 교수가 1893년 ‘감리교 신학반’에서 출발한 한국 신학 교육의 역사를 간략하게 정리했다. 1기는 목회자와 전도자를 양성하기 위해 선교사들이 세운 신학교를 말한다. 2기는 해방 후부터 1980년 무렵까지로 이때부터 교단별로 외부 사상에 대한 입장을 세우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교단 신학의 시대로 접어들게 되고 신학교와 교단이 동시에 분열되기 시작한다. 

“1980년도부터를 3기로 분류합니다. 이때부터 일부 신학교들이 교육부로부터 인가를 받게 됩니다. 교육부 인가로 공신력이 생긴 것은 장점이었지만 동시에 교육부 기준을 준수하기 위해, 혹은 외국에서 공부한 신학자들의 건의로 커리큘럼이 바뀌게 되면서 서구적인 학문 방법론이 그대로 도입되게 됩니다. 교회 현장과 괴리되기도 하고요. 신학의 전문화 혹은 파편화, 사변화가 일어나는 시기가 오늘날까지 계속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중앙교회 임석순 목사는 이 시기 ‘미국식 실용주의 노선’이 그대로 한국교회로 들어오면서 신학교에서도 기업인을 양성하듯 ‘지성주의’ 혹은 ‘성장주의’ 방법론을 주로 제시하는 상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성경반처럼 열심을 낼 때의 장점과 신학대학원이 생기면서 주어진 단점들을 보완할 수 있는 신학대학이 지금 절대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임 목사는 특히 백석대 신대원에서 강조하고 있는 ‘개혁주의생명신학’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개혁주의생명신학’은 또 다른 개혁주의가 아니라 개혁주의신학이 지성주의로 가지 않도록, 그리고 성경적으로 실천해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교수
아신대 한상화 교수

아신대 한상화 교수는 한국 신학교육이 풀어야 할 또 다른 숙제로 ‘이론신학’과 ‘실천신학’의 괴리를 지목했다. 그는 “졸업생들 사이에서 신학교에서 배웠던 것들이 막상 현장에서 별로 소용이 없다는 말이 많이 나온다”며 “현장성의 결여도 심각한 문제”라고 꼽았다. 이어 “물고기를 먹여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잡아서 먹을 수 있는 기술을 전수해야 한다”며 “이렇게 되려면 신학교육에서 이론과 실천이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석대 이경직 교수는 신학이 ‘너무’ 학문적으로 흘러간 까닭에 ‘사변화’가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지식을 추구하고 체계적이고 일관된 것을 추구합니다. 그런데 정보가 자신에게 완전하지 않으면 그 구멍을 메꾸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성경에서는 그걸 이야기하고 있지 않거든요. 왜냐면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나에게 지금 말씀하셨듯 내가 말씀에 순종하고 반응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그건 하지 않고 알고 싶어 하는 겁니다.”

교수
백석대 이경직 교수

백석대 설립자 장종현 박사의 책 ‘신학은 학문이 아닙니다’를 인용한 이경직 교수는 ‘신학’과 ‘일반 학문’의 결정적 차이로 ‘생명력’의 유무를 꼽은 뒤 신학이 ‘일반 학문화’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학이 하나님과의 구체적이고 인격적인 교제, 그리고 만남이 전제돼야 하는데 그게 빠져버리고 ‘테오리아(theoria)’라고 하는 이론학적인 요소를 갖게 됐습니다. 그리스어로 ‘테오리아’는 광장에서 경기를 볼 때 멀리서 객관적으로 본다는 뜻입니다. 일반 학문에서는 항상 거리를 둬야 객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신학은 그렇지 않거든요. 객관적이어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을 대상화하거나 객관화하고, 체계화하는 과정에서 생명력을 잃어버리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죠.”

 

교수
한국중앙교회 임석순 목사

예수를 닮게 하는 신학 

이날 토론에서는 ‘신학의 진짜 목적’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이어졌다. 임석순 목사는 “30여 년간 신학교에 있으면서 얻은 ‘신학의 목적’에 대한 답은 ‘예수 닮게 하는 것’”이라며 “예수를 닮게 하기 위해서는 결국 하나님의 뜻을 알아야 하는데, 그 하나님의 뜻을 알게 하려면 반드시 신학교가 필요하다. 지적인 욕구를 채워주기 위한 것이 아닌, 하나님의 뜻을 알게 하는 신학교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장동민 교수도 이 말을 거들었다. 예수를 닮기 위한 학문이 신학인 만큼, 세상적인 성공이나 목회적 성공, 학문적 성취가 신학의 목적이 될 수 없다는 것.

“저희 어렸을 적에 ‘신학 한다’는 표현을 썼지요. 학창시절, 제가 ‘신학 한다’고 말씀드렸더니 우리 집이 석 달 동안 초상집이 되었어요. 왜냐. 당시 ‘신학 한다’는 말은 곧 세상의 모든 것을 버리고 물질과 명예를 초월하고 주의 종이 되겠다는 뜻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이 말을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토론회 1부 막바지에선 신학 교육을 담당하는 신학교 교수들의 중요성이 중요하게 다뤄졌다.임석순 목사는 “신대원에서 제자들을 예수 닮게 하는 것이 교수의 역할”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교수님들이 먼저 학문으로만 신학을 하지 말고, 하나님의 뜻을 찾아서 본을 보여주는 모습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상화 교수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신학자가 변해야 신학교가 변하고 교회가 변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사람을 키우는 것은 말로 되지 않는다. 삶이 필요하다”며 “열정을 가지고 신학교에 입학한 사람이 커리큘럼을 마친 뒤엔 차갑게 식어버리고 마치 교수가 돼야 하는 것처럼 변하는 현실을 변화시킬 사람들은 우리 신학자들”이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교수
백석대 장동민 교수

장동민 교수는 “성령께서는 ‘성경’과 ‘사람’을 사용하신다. 그래서 신학교 혹은 신학 교육은 성령께서 각 신학 교수들에게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를 가르쳐 주신 것”이라며 “성경을 통해 신학 교수들이 자기 몸으로 체험을 하고 삶을 통해 보여주고 제자들이 그 안에서 성경도 발견하고 교수의 입에서 나오는 말과 삶을 통해 예수님을 보는 것, 그것이 진정한 신앙”이라고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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