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방 길에 받은 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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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방 길에 받은 은혜
  • 이복규 장로
  • 승인 2022.07.0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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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규 장로/서울 산성감리교회 장로·서경대학교 명예교수

얼마 전 새벽기도 마치고 담임목사님을 따라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환자 심방을 갔다. 한 달 전 오토바이 사고로 중상을 입어 의식불명인 분의 부인을 로비에서 만났다. 뇌는 살아 있으나 병원에서는 더 이상 해 줄 일이 없으니, 재활병원으로 데리고 가란다며 울먹인다.

“집사님, 아침식사는 하셨어요?”

“밥이 먹혀야 말이지요.”

아주 명랑한 집사님이었건만 청천벽력같은 사태 앞에서, 식욕도 잃은 채 병상을 지키고 있으니, 먹먹했다. 부부일심동체이니 어찌 그러지 않으랴. 밥맛을 잃을 만큼 육적으로는 말할 수 없이 힘들지만, 의식불명인 남편의 귀에다 수시로 성경말씀을 읽어주고, 아이들이 보낸 사랑의 메시지를 수시로 들려주고 있단다. 몸은 움직이지 못해도 다 들을 거라며.

“시어머님이 문제에요. 아직 모르고 계시거든요.”

거동은 불편하지만 의식은 또렷하다는 노모한테 차마 아들 소식을 알리지 못하고 있단다. 효자인 남편은 매일 어머니한테 들르거나 전화하며 잡술 것 사다 드렸는데, 갑자기 소식 돈절하니 무척 궁금해 하신단다.

“처음에는 미국에 출장 갔다고 둘러댔는데 연락 없이 한 달이 다 되어 가니 이제는 막 우셔요. 미국이라도 전화는 할 수 있을 텐데 뭔 일이냐며.”

이 말을 듣자니, 평소에 너무 효도해도 유사시에 어렵구나 싶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이 아들이 평소에 드문드문 연락을 드렸으면 한 달쯤 소식 없어도 그런가 보다 하실 텐데, 매일같이 안부하다 뚝 그치니 걱정하실 수밖에 없겠다. 여간해서는 안부하지 않는 우리 아들이 어쩌면 잘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집사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뭐라고 위로해야 하나? 잘 떠오르지 않는데, 집사님이 더 놀라운 말을 했다.
“가망이 없다는 말을 듣고 기도했어요.”

“하나님, 남편이 지금 천국에 갈 수 있다면 데려가세요. 아직 아니라면, 천국 갈 수 있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기회를 주세요.”

이렇게 기도했다는 것이었다. 내가 주일학교 교사일 때 초등부 학생이었던 남편이다. 그후로는 세상 친구들을 잘못 만나 어쩌다 창립주일에나 나타났으니, 그 남편의 영혼이 천국에 갈 수 있을지 믿을 수 없어 그런 것이다. 오직 천국! 이 신앙을 가졌기에 이런 기도를 드렸으리라. 천국에 갈 수 있다면 지금 죽어도 괜찮지만, 천국에 갈 수 없다면 100년을 살아도 의미가 없다고 여기는 절대 천국의 신앙을 집사님은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 신앙에 감탄하고 있을 때, 더 놀라운 간증이 그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래도 감사해요. 아이들이 어릴 때 이랬으면 저 혼자 어떡할 뻔했어요? 다행히 다 큰 다음에 이러니 얼마나 감사해요?”

아들만 셋인 가정이다. 첫째는 대학을 졸업하여 직장에 다니고 있고 막내가 중3이니 다들 어지간히 컸으므로, 설령 아버지가 잘못되더라도 집사님 혼자 꾸려나갈 만하니 다행이라는 말이었다. 생각해 보니 그랬다. 더 어릴 때 이랬다면 여자 혼자 먹이고 가르치기에는 과중한 부담이지 않겠는가?

“위로하러 왔다가 위로 받고 가네요.”

심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목사님이 나한테 이렇게 말했는데, 100% 공감이다. 우리의 위로가 필요 없는 분이었다. 이미 성령님의 도우심 가운데, 하나님이 기뻐하실 만한 믿음으로 위대한 기도를 드리며, 하나님만 의지하며 그 뜻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동안 목사님을 모시고 심방을 꽤 많이 다녔다. 개척교회라서 초기에는 더욱 더 많았다. 하지만 심방 길에 이런 감동을 받은 것은 처음인 듯하다. 위로하러 갔다가 위로를 받고 돌아오다니 은혜로운 심방이었다. 장로보다 목사보다 더 나은 우리 집사님의 그 믿음, 우리 하나님께서 보시고 달리다굼! 그 기적 제발 다시 한 번 일으켜주시길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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