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트렌드 ‘소울리스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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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트렌드 ‘소울리스좌’
  • 임주은 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
  • 승인 2022.07.0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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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리스좌 열풍
임주은 연구원
임주은 연구원

최근 들어 MZ세대가 가장 많이 따라 하는 ‘밈(Meme)’이 있다. 에버랜드 대표 놀이기구인 ‘아마존 익스프레스’를 탑승할 때 직원이 탑승자들에게 들려주는 안내사항에 음과 박자를 붙여 만든 멘트다. 그런데 왜 이 멘트에 대중들이 이토록 열광하게 된 것일까?
https://www.youtube.com/watch?v=ptCIhrBnWn8 <영상 출처: 유튜브 채널 ‘티타남’>

영상 속 주인공은 ‘아마존 익스프레스’에서 4년째 아르바이트를 해왔다는 김한나(23)씨다. 긴 멘트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비트에 맞춰 완벽하게 소화했다는 것도 놀랍지만, 진짜 관전 포인트는 아르바이트생의 ‘영혼 없는 눈빛과 몸짓’이다. 너무 열심히 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대충 하지도 않는 적당한 텐션. 기분을 파악할 수 없는 그냥 그런 표정. 그렇지만 할 일은 제대로 완벽히 해내는 모습이 인상 깊다.

이 영상은 유튜브에 게시된 지 2개월 만에 조회수 2000만을 기록했고, 사람들은 김한나 씨를 ‘소울리스좌(soulless座)’라 부르기 시작했다. 여기서 ‘소울리스’란 ‘영혼(soul)이 없는(less)’ 상태를 말하며, ‘좌’는 ‘최고의 경지(본좌)’에 오른 사람을 뜻한다. “노동자로서 영혼 없이 일하는 듯 보이지만, 최고의 경지에 올라 있는” 모습을 보며 ‘소울리스좌’라 일컫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모습은 2-30대 노동자들에게 폭발적인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영혼과 육체를 분리하는 청년 노동자들

“일이 힘든 게 아니라 사람이 힘들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자신의 적성에 잘 맞는 일이라 하더라도, 사람으로부터 오는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겪는다면 누구나 지치기 마련이다. ‘감정 노동’이 필요한 서비스직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무례한 고객들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날지 모르기 때문에 매 순간 전투태세가 되기 마련이다.

오늘날 청년들이 소울리스좌에게 공감했던 이유는 ‘주어진 업무는 능숙하게 해내지만, 감정과 에너지를 절제하는 모습’에서였다. 즉 청년 노동자들이 일을 할 때, 영혼과 육체를 분리하려는 이유는 자기 자신과 일을 분리해서 최소한으로 감정을 소모하되, 최대한의 효율을 내기 위함이 아닐까?

그런데 가장 슬픈 문제는, 영혼을 쉬게 해줘야 하는 교회에서도 ‘소울리스’로 앉아있는 청년들이 많다는 것이다. 사회 속에서 고군분투하던 그들의 긴장감은 교회에 와서도 조금도 사라지지 않는다. 조금만 마음을 열면 물밀 듯 밀려와 맡겨지는 봉사들, 당사자가 허용하지 않았음에도 서슴지 않고 행해지는 무례한 태도와 언행들, “라떼는~”으로 시작해서 정치·경제·문화 전반의 생각들을 주입하려는 어른들이 존재하는 한, 청년들은 주일에도 영혼을 집에 두고 교회에 올 수밖에 없다. 어쩌면 그러는 편이 신앙생활을 하기에 더 편하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좋게, 좋게, 은혜롭게, 시험에 들지 않도록.

‘청년의 영혼’ 지키는 교회 되어야

그러나 교회와 사회는 다르다. 달라야만 한다. 교회는 청년들에게 있어 소울리스로 존재할 때 더 긍정적인 효율을 낼 수 있는 일터가 아니기 때문이다. 교회는 청년들의 영혼과 마음을 편안하게 끌어내 주어 잠시라도 쉬어갈 수 있는 곳이 되어주어야 할 곳이다. 청년들에 교회 안에서 소울리스로 예배를 드리고, 교제를 하고, 봉사를 하고 있는 게 빤히 보임에도 불구하고, 모르는 척 가만히 두어서는 안 된다. 청소년의 때가 신앙을 배워야 하는 시기라면, 청년의 때는 신앙의 성숙을 위해 지속적으로 돌봄과 도움을 받아야 하는 시기이다. 청년들이 한 주간 동안 “인간적으로” 영혼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삶을 “신앙적으로” 영혼을 지키기 위한 삶으로 확장시킬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교회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런 교회가 되어주기 위해서는, 가르치고 주입하고 알아서 책임지게 둘 것만이 아니라, 하루에도 영혼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하며 살고 있는지 그 삶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여주어야 할 것이다.

“괜찮아, 해치지 않을게. 너의 영혼을 나에게 보여줘. 다치지 않도록 우리가 잘 보듬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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