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가 우리를 고급스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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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가 우리를 고급스럽게 한다
  • 김학중 목사
  • 승인 2022.06.2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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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중 목사 / 꿈의교회 담임

필자가 어릴 때부터 들어온 구호가 있었다.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들자.” 그래서 우리는 소위 선진국 대열에 들어가기 위해, 경제 발전에 힘썼다. 그 덕분에 한국전쟁 직후 최빈국이던 우리나라는 몇 년 전에 어느덧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는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 이제는 전세계가 인정하는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선진국일까? 우리는 그렇다고 자부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작은 일이 있었다.

작년에 장대비가 쏟아지던 때 찍힌 사진 한 장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가을장마로 폭우가 쏟아지는데, 그 비를 뚫고 오토바이로 배달을 가는 라이더의 모습이었다. 누가 보아도 너무 위험해 보였고,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측은지심’을 느낀다. 물론 배달 라이더들에게도 명암은 있다. 무리한 곡예운전을 하는 일부 라이더들로 인해, 도로 위의 무법자라는 질타를 받는 일도 수없이 있다. 깜짝 놀랄 만큼 높은 수익을 인증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시국에 애쓰는 그들에게 ‘배려’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일어났다. 하지만 그 공감대는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한다. 그냥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것으로 끝났다.

그럼 외국에서는 어땠을까? 사실 외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한 SNS에, 우리와 똑같이, 허리케인이 몰고 온 장대비를 뚫고 배달하는 라이더의 모습이 올라왔다. 역시 사람들 안에 측은지심을 담은 이야기가 오갔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본 미국 뉴욕에서, 모두가 외쳤던 ‘배려’를 진짜 법으로 담아냈다. 뉴욕 시의회가 통과시킨 법 안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담겨 있다. ‘배달기사는 배달 최대 거리를 설정할 수 있다.’ ‘배달기사는 다리, 터널 시설 통과를 거부할 수 있다.’ ‘배달기사에 지급되는 ‘보온가방’에 대해 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

여러 법안 중에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조항은 바로 ‘음식물 픽업을 위해 방문한 배달기사에게 화장실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말 작고,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그들의 삶의 현장에 깊은 관심을 두지 않으면, 결코 할 수 없는 ‘최고의 배려’이다.

이런 점에서 필자는 우리나라가 아직 선진국에 가기에는 멀었다고 생각한다. 경제적으로는 대국이 되었지만, 서로에 대한 배려와 시민의식이 부족한 이유로, 내심 대국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우리 옆의 나라처럼, 우리도 여전히 서로에 대한 배려나 의식을 보면 아직 선진국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국가적으로 큰 이벤트가 있을 때는 질서도 잘 지키고 서로 배려한다. 그러나 그럴 때만 나타나는 시민의식과 배려가 선진국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가장 일상적인 상황에서 만드는 시민의식과 배려가 선진국을 만든다.

그런 점에서 우리 교회는 무슨 역할을 해야 할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배려, 특별히 죄로 인해서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는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고, 우리의 가장 작고 연약한 삶의 자리에 공감하셨던 그 ‘배려’를 우리 삶에 먼저 구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현실에서 이것이 가능하며,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우리 사회 안에 무브먼트(movement)를 만드는 것이다. 더 한단계 올라가는 우리 사회가 되기 위해, 교회가 해야 할 역할이 많다. 지금부터라도 ‘세상의 빛’으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하는 교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학중 목사 / 꿈의교회 담임
김학중 목사 / 꿈의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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