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위로가 아닌, 하늘의 위로를 구하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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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위로가 아닌, 하늘의 위로를 구하는 노래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2.06.23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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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슬픔의 노래:세상의 모든 라헬을 위한 시편’ 발간

“큰 슬픔은 이 땅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끊임없이 생각나고 살아 있는 기억은 산자의 삶을 슬픔으로 적신다. 몇 마디 말, 희망의 약속, 약간의 시간으로 결코 해결되지 않는 슬픔이다.”

이 세상의 모든 라헬을 위한 탄식 시편이 나왔다. 세상에서 자녀를 잃은 고통 보다 더 큰 고통이 있을까.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고통 앞에 침묵하시는 하나님. 그런 하나님을 향해 탄식하고 부르짖는 라헬의 기도가 울려 퍼진다.

미국 장로교의 계관시인, 앤 윔즈(Ann Weems)의 책(원제:Psalms of Lament)을 장준식 목사(미국 프리몬트 세화교회)가 한국말로 번역해 책 ‘슬픔의 노래(바람이불어오는곳)’을 출간했다.

지난 17일 서울 양재동 벌떼교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장준식 목사는 “이 책은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탄식 시편이다. 미국의 저명한 시인 앤 윔즈는 아들을 불의의 사고로 잃고 나서 눈물로 통곡했다. 그러나 그는 무작정 울며 아파하는 대신 하나님 앞에 탄식하는 시편을 써내려갔다. 이 책은 아들의 죽음 앞에 부서진 마음을 신 앞에 토로하는 엄마의 눈물의 기도”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자녀를 잃은 어머니는 아들의 죽음을 묻고 따지고 저항했다. 이 땅에서 결코 위로받을 수 없는 슬픔과 탄식을 노래하는 50편의 탄식 시편은 우는 자들과 우는 자들과 함께 울며 우는 자들을 위로하는 슬픔의 노래”라고 설명했다.

장 목사는 그 어떤 말로도 위로받을 수 없는 아픔을 겪은 이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옮겼다. 성급한 위로의 몇 마디 말보다 동일한 아픔을 겪은 이의 눈물의 기도가 이들에게 더 힘이 될 수 있다는 것.

특별히 그는 2014년 생때와 같은 자녀를 잃고 슬픔에 잠긴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장 목사는 “세월호 1주기에 책을 출판하려 했지만, 어려움이 있었고 코로나가 풀린 지금에서야 책을 내놓게 됐다. 당시 자녀를 잃은 슬픔에 빠진 이들을 위로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하나님 앞에 기도했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접하게 됐고, 세월호 사건뿐 아니라 슬픔에 잠긴 모든 이들을 위로하는 글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앤 윔즈의 시를 성경(개역개정)의 시편 어투와 동일하게 번역했다. 하나님 앞에 매달리고 탄식했던 시편 속 다윗의 탄식 시의 연장선에서 글을 옮긴 것.

장 목사는 “앤 윔즈는 하나님 앞에 탄식하고 원망했지만, 마지막은 결국 하나님을 찬양하고 한다. 이해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도 끝까지 하나님을 향한 신뢰를 놓지 않는 그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책에서 가장 눈여겨볼 부분”이라고 전했다.

그는 목회를 하면서 이해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을 겪고 좌절하는 교인들을 많이 만났다. 정말 믿음이 좋은 크리스천이라고 자부했지만, 막상 고난 속에서 믿음을 잃어버리거나 가정이 파괴되는 이들도 보았다.

앤 윔즈(Ann Weems)의 책(원제:Psalms of Lament)을 장준식 목사(미국 프리몬트 세화교회)가 한국말로 번역해 책 ‘슬픔의 노래(바람이불어오는곳)’을 출간했다.
앤 윔즈(Ann Weems)의 책(원제:Psalms of Lament)을 장준식 목사(미국 프리몬트 세화교회)가 한국말로 번역해 책 ‘슬픔의 노래(바람이불어오는곳)’을 출간했다.

그는 그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동일한 아픔을 가진 이의 입술을 통한 위로밖에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장 목사는 “어려움을 당한 이에게, 어떤 위로의 말을 하기 보다 ‘함께 기도하고 있다’며 이 책을 건넨다면, 큰 위로가 될 것”이라며 “우리가 세상의 많은 문제에 몰두하며 살아가지만, 우리의 시선에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향해 빛을 비추고, 같은 아픔을 가진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교회가 알리면서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전했다.

책의 발문에서 미국의 저명한 신학자 브루그만 교수(컬럼비아 신학교)는 “이스라엘이 담대한 탄식을 통해 자기 자신을 표현했던 것처럼 우리도 윔즈와 함께 탄식하기를 통해 우리 자신을 표현할 때 우리는 거절한 사람이 아니라 담대하게 진실을 말하는 저항자가 된다. 그녀의 상처 가득한 탄식의 언어들 덕분에 우리는 치유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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