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파도 한가운데 군선교 돌파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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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파도 한가운데 군선교 돌파구 있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2.06.15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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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선교 50년, 위기인가 기회인가(2) 휴대전화, 악재에서 효자로

상상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사회와 철저히 분리된 군대를 당연히 여겼던 이들에겐 놀라서 펄쩍 뛸 만한 소식이었다. 20194월부터 군부대에 있는 장병들에게 휴대폰이 허용된 것이다. 휴대폰을 쓸 수 있게 된 군대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 저녁 이후의 휴식 시간과 주말 시간은 이제 휴대폰이 채워나갔다.

파격적인 조치에 의외의 장소에서 비상등이 켜졌다. 적색 경고를 띄운 곳은 다름 아닌 교회다.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 허가와 주말 외출 확대로 교회를 찾는 장병의 수가 급감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조치 이후 2년이 지난 지금, 군부대와 군인교회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코로나19 돌파구 된 휴대전화

악재다.”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 전면 허용을 앞두고 군 선교 사역자들이 내린 평가다. 주말에 교회에 출석하기보다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휴식을 취하는 장병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게 현장 사역자들의 주된 전망이었다. 원래 신앙이 있던 기독 장병들도 교회로의 발걸음이 무거워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상은 어느 정도 맞아 들어갔다. 군선교 현장 사역자들은 휴대전화 사용 허용 이후 실제로 예배 참석 인원이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답했다. 휴대전화 사용 허용 조치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었고 군선교 현장도 이에 대응할 변화가 필요했다. 고심이 깊어지던 찰나 예상치 못한 변수가 터졌다. 전 세계를 휩쓸고 지금까지도 위세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출몰이었다.

코로나19는 휴대폰에 대한 사역자들의 평가를 180도 뒤바꿔놨다. 백골부대 영광교회에서 사역했던 민간인 군선교사 전용만 목사는 휴대폰 허용이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라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민간인 군선교사들이 부대 안으로 출입조차 할 수 없던 시절, 장병들과의 유일한 연결고리는 휴대폰이었다. 휴대폰이 없었다면 장병들과의 소통이 일체 단절됐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전 목사는 단체카톡방을 만들어 장병들과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소통을 이어나갔다. 매일 말씀 묵상을 공유하며 장병들의 영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도왔고 주일엔 영상으로 설교를 녹화해 전송해서 목사 없이도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했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 바로 휴대폰이었다고 회상했다.

군종목사와 장병들 사이의 거리를 좁힌 것도 휴대폰이었다. 그전까지는 주일에만 만나 예배가 끝나고 나면 교류하기 힘든 단편적인 관계였다면 휴대폰이 허용된 이후 장병들과의 교류가 늘어났다. 신병이 들어왔을 때도 휴대폰 번호를 교환하고 생일을 챙겨주며 SNS로 소통을 이어나갔다.

예장 백석총회 군목단장 이규용 목사는 휴대폰 사용 이전에는 전역하고 다시 부대를 찾는 장병들이 드물었다. 그런데 요즘은 전역 후에도 목사님 이번 주에 교회 한 번 찾아 갈게요하고 따로 연락이 온다면서 20개월이면 장병들이 제대하는 군선교의 특성상 단편적인 관계가 이뤄지기 쉽다. 그런데 휴대폰을 쓸 수 있게 되면서 관계도 깊어졌고 전역 후에도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이 목사는 또 지금 입대하는 장병들은 1999년생부터 2000년생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한글을 배울 때부터 스마트폰을 쥐고 자랐다. 그런데 이들에게 무슨 군대에서 휴대폰이냐고 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생각이라면서 휴대폰 허용이 군선교 현장에 미친 영향은 긍정과 부정 모두 존재한다. 하지만 이왕 거스를 수 없는 변화라면 좋은 면을 찾고 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군선교도 이제 소그룹으로

코로나19가 들이닥치자 한국교회는 체질을 바꿔야 했다. 한국교회 특유의 대형집회와 규모 있는 이벤트가 불가능해지자 소그룹 목회가 활로를 열 키워드로 떠올랐다. 실제로 소그룹 공동체가 잘 운영되고 교제가 활발한 교회에서 성도들의 만족도가 높았고 신앙수준도 약화되지 않았다는 조사결과도 발표됐다.

군선교 현장도 마찬가지다. 비단 코로나19 뿐 아니라 휴대전화 허용과 인권의식 강화 등 높은 물결의 변화의 파도가 쉴 새 없이 밀려왔다. 이제 더 이상은 소위 군대식사역방법이 통하지 않는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군선교 현장도 달라져야 한다. 이규용 목사는 군선교 현장에서도 소그룹 목회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 목사는 예전에는 대규모 집단을 대상으로 벌이는 사역이 통했다. 거기엔 군대라는 조직의 특수성도 한몫했다. 하지만 이제는 인권의식이 달라졌다. 군대라고 해서 종교 활동을 강제할 수 없게 됐고 병사 개인의 자유와 선택의 폭이 훨씬 커졌다면서 군선교 현장엔 항상 젊은이들이 있다. 앞으로는 관계 중심, 소그룹 중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용만 목사 역시 변화의 흐름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하나님의 일하심과 섭리를 발견해야 한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환경에 적응하고 장병들의 시선에 눈높이를 맞출 때 군선교에 희망이 있다면서 시대가 변해도 군선교가 한국교회와 다음세대의 희망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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