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키온, 성경 일부만 인정하며 ‘잘못된 정경관’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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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키온, 성경 일부만 인정하며 ‘잘못된 정경관’ 드러내
  • 이상규 교수(백석대 석좌교수)
  • 승인 2022.06.1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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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100 - 초기 교회의 이단과 이설(12)

그렇다면, 마르키온의 주장은 어떠한가? 마르키온의 이단적 주장은 크게 3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두 하나님, 혹은 두 종류의 신을 주창했다. 영지주의적인 신론을 주장한 것이다. 마르키온은 구약의 창조주 하나님은 나쁜 신으로서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신 하나님과는 동일시 될 수 없다고 했다. 말하자면 그는 구약의 신과 신약의 신을 구분하였다.

그는 ‘신은 선해야’ 하는데, 구약에 묘사된 하나님은 그렇지 않다고 본 것이다. 구약의 하나님은 정의를 요구하며 복수하며 실수를 저지른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요구한다. 따라서 구약의 하나님은 선하신 신과 조화가 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그는 물질을 창조한 구약의 하나님을 거부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그의 이단 사상의 출발점이었다.

마르키온은, 물질은 악하기 때문에 천지를 창조한 신은 악한 신으로 보았으나,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은 ‘알 수 없는 아버지’로 선한 신이었다. 선한 하나님은 사랑과 자비와 용서를 가르치고 실천한다. 신약의 예수 그리스도는 선하신 알 수 없는 아버지로부터 온 계시라고 보았다. 결과적으로 그는 구약의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신 하나님을 구별하였다.

그래서 구약의 하나님은 분노에 가득 찬 존재이며 악의 창조자라고 정의하고, 이 하나님은 이스라엘만 사랑하고 다른 민족은 파괴하고자 했으나, 신약의 하나님은 모든 인류를 사랑하고 포용하는 은혜와 사랑의 근원으로서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자신을 계시하였다고 주장했다. 

이런 그의 견해는 불가피하게 이원론적인 성격을 지니게 되었고, 구약과 신약, 율법과 복음, 이스라엘과 교회 사이에는 절대적인 차이가 있다고 본 것이다.

둘째, 반유대주의적 성격을 지닌다. 마르키온은 기독교회의 모든 유대주의적 색채를 다 제거했다. 그는 신약성경에서 구약 인용은 다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유대교의 전통과 예식도 다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마르키온파에서는 자기들만의 특수한 예배의식을 개발했다. 마르키온은 바울만이 예수의 복음을 오염시키지 않았던 유일한 사도라고 보았다. 이들은 바울이야말로 율법의 대적자였고, 복음의 대변인으로 보아 그에 대한 존경은 숭배에 비견될 수 있다. 이런 반유대주의적 견해는 잘못된 정경관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마르키온의 세 번째 특징은 잘못된 정경관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마르키온은 신약의 정경성에 대해 최초로 언급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는 누가복음과 바울의 10서신 만을 정경으로 인정했다. 마르키온은 구약의 하나님은 오직 유대인만을 사랑한다고 보았으므로 구약 전체를 부인했을 뿐만 아니라 유대적 색채가 짙은 마태, 마가, 사도행전, 히브리서 등을 정경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자기들의 주장에 반대한다고 생각된 디모데전후서와 디도서 등 목회서신도 정경으로 볼 수 없다며 부인하였다. 다시 말하면 마르키온은 구약을 배격할 뿐 아니라 신약성경도 그리스도에 대한 순수한 교훈만을 간직한 책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거기에는 유대인들의 사상과 그 영향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 그런 책들은 정경에서 제외시킨 것이다.

이런 점들 외에도 마르키온 교회에서는 세례 후의 결혼 생활은 금지 되었으며, 물고기만 제외하고 모든 육류는 금기에 속했다. 이런 도덕적 엄격주의는 많은 광신적인 신봉자를 얻게 하였다. 이런 이단적 주장 때문에 하르나크는 마르키온의 가르침을 ‘악마의 복음’이라고 불렀다. 마르키온파는 막대한 금력으로 정통교회를 위협했고, 그 영향력은 2세기경에 절정에 달했다.  마르키온파는 아라비아와 아르메니아, 그리고 이집트까지 전파되었다. 이후 약 200년간 지속되었으나 점차 소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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