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이단, 기독교를 헬라철학과 혼합시키고 ‘이원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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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이단, 기독교를 헬라철학과 혼합시키고 ‘이원론’ 확산
  • 이상규 교수(백석대 석좌교수)
  • 승인 2022.06.1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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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110. - 초기 교회의 이단과 이설(13)

마르키온과 영지주의, 연속성과 불연속성: 앞에서 살펴본 바처럼, 마르키온파는 영지주의와 유사한 점이 있기 때문에 마르키온파를 영지주의의 일파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다수의 학자들은 양자 사이에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마르키온파는 영지주의 일파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즉 마르키온과 영지주의 간에는 연속성과 불연속성이 공존한다고 말한다. 이 점에 대해 몇 가지로 정리해 두고자 한다.

첫째, 영지주의와 마르키온파는 다 같이 이원론을 말하고 있고, 마르키온은 영지주의자들이 주장하는 ‘두 종류의 신,’ 곧 악한 구약의 신과 궁극적 선한 하나님을 구분하는 입장을 따른다는 점에서는 연속성을 지닌다. 그러나 영지주의자들은 두 종류의 신 개념을 물질과 영혼의 대립이라는 차원에서 말하지만 마르키온의 두 종류의 신 개념은 ‘율법과 복음’의 대립이라는 차원에서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르키온은 율법과 복음이라는 차원에서 대립을 말하기 때문에 구약의 신과 신약의 신을 구분하였고, 이런 차원에서 구약적인 것을 배격하고자 한 것이다.

둘째, 마르키온은 영지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육체적 부활을 부정하고 영혼만의 구원을 주장하는 면에는 양자 간의 연속성이 있으나, 마르키온은 영지주의자들처럼 영혼과 육체가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구분되어 있고, 또 영혼이 육체로부터 이탈하여 충만에 이르는 것을 구원이라고 보지 않았다. 마르키온은 인간에게 있어서 육체와 영혼은 본래부터 악했으나 그리스도의 구속을 믿음으로 구원을 얻게 되며, 이때 불완전한 육체는 소멸되고 영혼만 구원을 얻는 것으로 이해했다.

셋째, 마르키온은 영지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의 육체로 오심을 부인하고 영지주의자들처럼 가현설을 받아드렸다. 마르키온은 예수는 육신이 아닌 ‘구원의 영’이라고 보았다. 물질을 창조한 악한 신에게서 육신의 몸으로 오실 수 없다고 이해한 것이다. 그리스도의 육신이나 인성을 묘사한 것은 후대의 날조라고 보았다. 마르키온이 그리스도가 성육과 십자가와 부활을 부인한 것은 헬라의 물질, 육체 거부사상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구약과 신약의 분리라는 전재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영지주의자들과 달랐다. 그리스도의 육체적 고난을 거부하는 마르키온의 입장은 후에 성부 수난설을 주장한 사벨리우스 이단이나 단일신론자들과 유사하다.

넷째, 영지주의자들은 구원에 이르는 영적 지식을 말했으나 마르키온은 성경의 단순한 복음을 주장했다. 또 기독교를 교훈적이고 도덕적인 교리에 국한시키려는 율법주의적인 경향을 온전히 배제할 때만 복음의 진리가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마르키온은 율법과 복음의 대립이라는 차원에서 성경 전체를 이해하고, 이런 해석 법칙에 어긋나는 부분들이 있다면 이를 성경 목록에서 제외시키는 극단적인 입장을 취했다. 마르키온은 교회에 전해 내려오는 성경(신약)이 구약을 인용하고 율법과의 연속성을 주장하는 것은 율법주의적 성향을 가진 후대 교회에 의해서 변질되었기 때문이라고 보고 그리스도께서 직접 말씀하신 원시적 복음(the primitive Gospel)으로 복귀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리스도께서 전한 원시적 복음이 구약 율법을 완전히 폐하는 것이라고 보아 구약과 구약적인 성격이 강한 신약의 책을 폐기하고 누가복음과 바울의 10개 서신만을 정경으로 이해한 것이다. 이런 점들이 양자 간의 유사성과 상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마르키온의 사상은 기독교에 많은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는데, 한편으로는 기독교를 헬라철학사상과 혼합시켰고, 다른 한편으로는 교회내의 영육의 분리, 곧 이원론 사상을 유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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