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노인 진료, ‘의료협동조합’을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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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노인 진료, ‘의료협동조합’을 아세요?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2.06.1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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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25개 조합 운영, 존엄한 치료와 간병에 도움
방문간호는 무료… 노원구는 안심건강주택도 운영

지난 3월 발표된 ‘2021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의 기대수명은 83.5세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 건강수명은 66.3세로 기대수명보다 17.2년이 짧았다. 이 말은 실제 83.5세까지 살더라도 17년 정도는 건강하지 못한 삶을 산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수명이 길어진 만큼 건강하게 사는 것과 몸이 아프더라도 존중받는 진료와 돌봄을 받고 싶다는 노인들의 바람이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코로나로 인한 요양시설 격리와 요양시설에서의 환우 돌봄에 대한 여러 문제들이 불거지면서 가족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환우의 존엄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의료협동조합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존엄한 돌봄과 치료를 위해 팔을 걷어붙인 의료협동조합들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우와 가족들이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정리해보았다. 

와상환자 찾아가는 의료서비스

은평구 불광동에 거주하는 A씨(89세)는 파킨슨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상황이었다. 중증 욕창 증상이 있었고 연하장애로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요양병원에 입원했지만 사흘 만에 폐렴으로 병세가 악화됐다. 면회도 할 수 없는 가족들은 A씨를 집으로 다시 모셔 왔지만 입원하지 않는 상태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없어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때 A씨를 집으로 찾아와 방문진료를 해준 고마운 이웃이 있다. 바로 은평구에 위치한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조합이 운영하는 내과에서 주 2~3회 방문 간호사를 보내 욕창을 치료하고 환자상태를 체크해주었다. 덕분에 가족들은 요양시설이 아닌 가정에서 A씨를 돌볼 수 있었다. 

살림의료협동조합은 2012년 창립 후 내과와 치과, 한의원 등을 운영하며 지난 10년 간 건강 약자의 의료비를 지원하고 거동이 불편한 지역 내 와상환자를 찾아가는 방문간호를 실시했다. 소득에 관계없이 거동이 불편한 65세 이상의 노인은 방문진료 및 간호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간호 비용은 전액 무료다. 간호사의 방문치료와 재활치료 등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비용을 지원한다.

방문간호는 욕창치료 뿐만 아니라 소변줄 교체, 위루관(위장에 식사용 관을 삽입) 관리, 재활운동 등 다양한 영역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기본적인 혈액과 소변검사, 의사의 왕진도 가능하다. 단, 의사 왕진은 본인 의료급여에 따라 부담금을 내야 한다. 

살림의료협동조합은 의료와 돌봄의 공백을 메우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 2019년 1,100건이던 왕진 건수는 코로나 이후 두 배 가까이 늘어 2,000건에 달한다. 거동이 불편한 환우를 돌보는 것뿐만 아니라 치과와 한의원, 재택의료센터, 데이케어와 방문요양까지 사업을 확대했다. 

전국 25개 의료조합 운영

살림의료협동조합과 같은 의료조합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회장:경창수)에 따르면 전국에 의료조합은 총 25개로 2019년 기준 방문의료 2만 건을 달성했다. 경기도 안성과 인천, 안산, 성남, 수원, 시흥, 안양, 구리, 부천, 화성, 용인 등 11개 지역에 의료협동조합이 운영되고 있으며, 서울에서는 성북과 관악, 은평, 마포, 노원, 영등포 등 6곳이 있다.

이밖에 강원도 원주와 대전광역시, 전북 전주시, 전남 순천시, 충남 홍성군, 전북 익산시, 대구시 등에 각각 한 곳의 의료협동조합이 운영 중이다. 단, 조합의 규모와 사업에 따라 진료 혜택이 다를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의료생활협동조합은 안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다. 1987년 안성군 고삼면에서 주말진료소 활동을 시작한 마을 청년들과 연세대학교 기독학생회 의료인들이 지역주민들의 건강을 위해 1994년 협동조합을 창립했다.

조합 안에 안성농민의원, 안성농민한의원, 새봄치과의원, 우리동네의원, 서안성의원, 서안성한의원 등 총 6개의 의료기관이 협력하고 있고, 건강맞춤주간보호센터에서 노인방문의료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안성의협은 거동이 어렵거나 여러 사유로 인해서 병원 이용이 어려워 집에서 지속적인 의료 처치가 필요한 안성시민들에게 의사와 코디네이터를 보내준다. 아프다는 이유로 지역사회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다. 올 3월 처음 시작한 이 서비스는 ‘아름다운재단’이 예산을 지원한다. 

노원구에 위치한 함께걸음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지역주민의 건강을 위한 소모임을 운영하며 건강마을 만들기에 힘쓰고 있다. 특히 노원구와 함께 ‘건강안심주택’을 운영하며 주거와 의료, 돌봄사회서비스 프로그램을 연계 지원한다. 건강안심주택의 경우 총 5호의 주택 가운데 3호는 만성질환을 갖고 있거나 돌봄이 필요한 노인을 대상으로 입주자를 선정하며 방문진료, 가사도움, 위생, 일상편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비용은 보증금 200~350만원에 월세 20~35만원으로 주변시세보다 저렴하며 2년의 계약 후 2회 연장이 가능하다. 

이처럼 전국 곳곳에 산재한 의료협동조합은 인간의 존엄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며 취약계층과 의료사각지대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파킨슨과 치매, 뇌졸중 등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위한 의료 서비스를 통해 존엄한 노후와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협동조합의 확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연합회는 의료 서비스에 대한 요청이 높은 지역을 대상으로 조합 설립을 추진하고 지역사회 통합 돌봄 서비스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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