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그 자체로 신비한 능력… 세상 모든 곳에 성경반포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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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은 그 자체로 신비한 능력… 세상 모든 곳에 성경반포 해야”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2.06.08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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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성서공회 신임이사장 양병희 목사 / 영안장로교회

대한성서공회 신임이사장에 영안장로교회 양병희 목사가 선임됐다. 양병희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총회 소속으로, 백석총회가 성서공회 이사장을 배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31일 열린 이사회에서 취임식을 가진 양병희 목사는 “한국교회가 성경으로 돌아가도록 본질 회복에 힘쓸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 성경을 보급하는 일에 앞장서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신임이사장 양병희 목사를 통해 국내외 성서사업의 현황과 성서공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양병희 목사는 “하나님의 말씀을 머릿돌과 다림줄로 삼아야 한다”고 늘 강조한다. 성경은 그 자체로 신비한 능력을 발휘한다는 강한 확신이 있다.
양병희 목사는 “하나님의 말씀을 머릿돌과 다림줄로 삼아야 한다”고 늘 강조한다. 성경은 그 자체로 신비한 능력을 발휘한다는 강한 확신이 있다.

이사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예장 백석총회에서 첫 이사장을 배출하게 됐는데요. 먼저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 대한성서공회는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관이고,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번역하고 출판하고 배포하는 중요한 일을 감당하는 곳입니다. 이런 중요한 일에 책임을 맡겨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립니다. 기독교 신앙은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믿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성경에는 하나님의 창조섭리와 계시의 비밀이 담겨져 있으며, 우리 삶의 모든 해답이 들어있습니다.

성서공회가 전 세계로 성경을 반포하는 이유는 ‘성경’ 그 자체가 가진 능력 때문이며, 성경을 통하여 많은 이들이 하나님을 믿고 변화하여 새 삶을 찾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임기 동안 선배 이사장님들의 뒤를 따라 성경 반포에 힘쓰고 성경의 가르침이 우리의 삶에 실천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또한 백석총회가 성서 연합사업에 늦게 참여한 만큼 더욱 열심을 다해 섬기도록 하겠습니다. 

한국교회는 성경과 특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선교사보다 성경이 우리에게 먼저 들어왔기 때문인데요. 한글성경 보급의 역사를 간략히 소개해주시지요?

- 우리나라 성서공회가 처음 들어온 것은 1895년으로, 영국성서공회 알렉산더 켄뮤어가 조선지부를 설치하기 위해 입국하면서부터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앞선 1882년에 중국 심양에서 스코틀랜드와 영국성서공회의 지원으로 존 로스 선교사와 그의 매제인 매킨타이어 선교사가 최초로 <누가복음>과 <요한복음>을 한글로 번역하여 출간하였고 5년 후인 1887년에는 최초의 신약성경 <예수셩교젼서>가 발행되었습니다.

이때 만주를 오가던 한국인 서상륜이 한글성경 번역에 동참하고 성경을 보급하며 세운 교회가 한국 최초의 교회인 소래교회입니다. 알렌 선교사가 들어온 것이 1884년이니까 한국교회는 선교사보다 한글성경이 먼저 들어온 자랑스러운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우리 신앙의 선배들은 참 열정이 대단하신 분들입니다. 한국인 최초로 성경을 번역한 분은 이수정 선생인데, 1884년 일본에서 한문성서에 이두식 토를 다는 형태로 4복음서와 사도행전을 번역했고, 1885년에는 미국성서공회의 도움을 받아 국한문병용체인 <마가복음>을 번역 출간하여 조선에 보급했습니다.

이후 아펜젤러와 언더우드 선교사에 의해 1887년 ‘상임성서위원회’가 조직됐고, 국내 성서 번역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1900년에 신약성경이, 1911년에 구약성경이 번역되면서 신구약을 함께 묶어 최초의 완역인 <셩경젼셔>를 발간하게 되었지요. 이 <셩경젼셔>가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성경전서 개역개정판>의 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교사보다 먼저 들어온 한글성경, 복음 전파에 큰 기여
1973년 이후 해외에 1억8천여 만부 보급하며 지원 나서
전쟁·재난 지역에 보내진 성경은 사랑과 용서, 위로 전해


대한성서공회는 그동안 성경번역과 보급을 지원받는 수혜국에서 이제는 전 세계로 성경을 보급하는 일에 앞장서는 모범을 보이고 있는데요, 성서공회 성경 보급 현황은 어느 정도입니까?

- 그렇습니다. 대한성서공회는 1896년 영국성서공회 한국지부로 시작되었고, 1899년에는 처음으로 전국의 교회들이 성서공회주일을 지켰습니다. 성경을 위해 헌금을 하기 시작한 것이죠. 이듬해인 1900년부터는 성서주일을 지키면서 성경의 중요성을 성도들에게 각인시켜갔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904년에 영국과 스코틀랜드, 미국 등 3개국 성서공회 연합지부가 설립되어 조선에 성경을 보급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는데요. 1941년 일제의 압력으로 조선성서공회가 설립되었고, 같은 해 영국성서공회 한국지부가 모든 성경 재고와 재산을 조선성서공회에 인계하고 한국에서의 사업을 마감했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일제 치하에서 ‘성서 반포 중지령’으로 성서사업이 중단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다가 1945년 해방과 함께 성서사업이 본격화됩니다.

해방 후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24인의 성서위원회를 조직하고 1947년 문교부로부터 대한성서공회가 재단법인 인가를 받아 대한민국 이름으로 성서사업을 시작하며 1949년 세계성서공회연합회에 가입하여 당당한 회원이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성경반포와 공회자립에 힘썼고 1973년에는 해외에 40만부의 성서를 처음 수출하는 수출국으로, 1980년에는 세계성서공회연합회에 부담금을 지급하는 우수 공회로 활동을 하게 됐죠.

이사회에 보고되기로 1973년 이후 올 상반기까지 대한성서공회가 해외에 보급한 성서는 총 1억8천800여만 부에 이릅니다. 전 세계 150여 성서공회 중에서 자기 나라가 아닌 해외에 가장 많은 성서를 제작하여 보급하는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 대한성서공회입니다.

저는 우리 공회가 세계 어느 나라도 하지 못한 큰 결실을 맺은 배경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평생을 헌신하신 김호용 상임이사님과 권의현 사장님, 그리고 각 전문분야에서 애쓰고 수고하는 모든 임직원들의 땀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사장이라는 직함을 떠나 한국교회 목회자의 한 사람으로 참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꼭 드리고 싶습니다. 

최근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해서 고통받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성경보내기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성경 보급 현황, 그리고 어떤 나라에 성경이 무상 보급되는지 궁금합니다. 

- 우리 총회 우크라이나 선교사께서 전한 현지 소식을 보면 참혹한 전쟁의 고통 속에서 오히려 교회를 찾고 기도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합니다. 갑작스러운 전쟁으로 가족과 친지를 잃고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희망과 위안을 주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한성서공회는 우크라이나성서공회의 지원 요청에 따라 지난 3월에 후원 모금을 시작했고, 4월 말에 1차로 <우크라이나어 요한복음> 17만6천여 부를 발송하였습니다. 5월 말에도 2차 지원이 있었으며 이달 말에 3차로 <우크라이나어 성경> 2만 8천부를 발송할 예정입니다. 공회는 우크라이나처럼 테러나 전쟁, 또는 갖은 핍박으로 인해 스스로의 힘으로는 성경을 가질 수 없는 사람들에게 성경을 보급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자립성서공회를 중심으로 지원을 하고 있는데,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성경 기증사업을 시작해서 올 상반기까지 총 520만 부 이상의 성경을 미자립성서공회에 제작 기증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미자립성서공회는 전 세계 150여 곳의 성서공회 중에서 2/3 가량을 차지하고 있어서 한국교회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현실입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고난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주민들에게 '요한복음'이 전달됐다. 대한성서공회는 오는 6월 말 우크라이나 성경보내기 3차 지원에 나선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고난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주민들에게 '요한복음'이 전달됐다. 대한성서공회는 오는 6월 말 우크라이나 성경보내기 3차 지원에 나선다.

미자립성서공회 성경지원이나 재난 지역 성경보내기 같은 운동들이 실질적인 성과를 맺고 있나요?

- 한국교회 초기에 한글성경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는지 교회의 역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글성경은 조선의 언어를 문자로 정착시키고 한글사용을 확산시키는 일에 기여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인 경전으로 큰 의미를 갖지만 역사학자들은 한글성경이 서민들의 언어와 문화생활에 크게 영향을 미쳤고, 봉건적 사고를 바꾸는 데도 일조했다고 평가합니다. 우리가 기증하는 성경 역시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글을 배우게 하고, 믿음의 세계로 안내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폭력과 테러, 전쟁으로 인해서 쉽게 떨치기 어려운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하나님의 사랑과 용서,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놀라운 역사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우리도 1902년 한성감옥에 성경 무료 반포가 이루어져서 수감되었던 개화파 인사들이 성경을 읽고 기독교로 개종했다는 기록을 접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우리가 보낸 성경은 분쟁지역 뿐만 아니라 이슬람권으로 인식되는 중동지역, 아프리카 북부 등 다양한 곳에서 구원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해외 곳곳에 성서를 기증하는 사업과 소수부족의 언어로 성경을 번역하는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은 참 의미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국내 상황, 그것도 다음세대들의 성경 읽기는 점점 약화되고 있어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성서공회의 계획이 있는지요?

- 21세기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은 활자보다 영상에 더 친숙하고, 책보다는 디지털 미디어를 훨씬 많이 접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지난 2년여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 됐고, 교회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성서공회는 코로나 이전부터 청년 세대, 다음세대들이 어떻게 하면 성경을 효과적으로 읽고 가까이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왔습니다. 그 첫 번째 노력이 바로 <새한글성경> 번역입니다.

2012년부터 젊은이들을 위해 쉬운 현대의 언어로 새롭게 성경을 번역하고 있습니다. 각 교단의 40대 젊은 성서학자들과 국어학자들이 번역에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 연말에 <새한글성경 신약과 시편>을 발간하였습니다. 감사하게도 목회자들과 청소년들에게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내년에는 <새한글성경> 신구약 완역본을 출간하여 보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두 번째 노력은 <새한글성경>을 책으로 펴내는 것은 물론이고 디지털 매체로도 출시해 다음세대들이 스마트폰으로 성경을 소장하고 쉽게 접하고 읽을 수 있도록 준비한 것입니다. 한 문장이 16어절을 넘지 않도록 간결하게 번역했고, 작은 스마트폰 화면으로도 성경을 읽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했습니다. 그림과 사진, 지도와 영상 등 성경의 이해를 돕는 다양한 콘텐츠도 제공할 예정입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고난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주민들에게 '요한복음'이 전달됐다. 대한성서공회는 오는 6월 말 우크라이나 성경보내기 3차 지원에 나선다.
현재 전 세계 7,376개 언어 가운데 쪽복음이라도 번역된 언어는 3,524개에 불과하다. 사진은 니제르 여성이 성경을 받아들고 소리 내어 읽고 있는 모습. 

현재 한국교회가 사용하는 <개역개정판> 개정작업 소식도 들려옵니다. 

- 지금 한국교회가 사용하고 있는 <개역개정판>은 1911년 완간된 <셩경젼셔>가 모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이후 1938년과 1961년, 1998년 총 3번의 개정이 있었고, 개정 과정이 약 23~37년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난해 135회 이사회에서 <개역개정판>이 출간된지 24년이 지났기에 다시 개정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성서공회 앞으로 <개역개정판> 성경에 대한 수천 건의 질문과 의견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 준비를 시작해도 아마 10여년 후에나 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되면 35년 만에 새로운 개정판 성경을 선보이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 당부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 성경은 그 자체로 신비한 힘이 있습니다. 꼭 선교사가 들어가지 못해도 성경만으로도 회심과 변화의 역사가 일어납니다. 이미 성경을 통한 수많은 간증을 우리는 접한 바 있습니다. 대한성서공회는 한·중수교가 이루어지기 전에 이미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에 성경을 보냈고, 아직 갈 수 없는 동포의 땅 북한에도 성경을 보냈습니다.

세계교회가 함께 지금까지 여러 언어로 성경을 번역했지만 7,376개의 언어 중에서 3,524개로 아직 절반에 미치지 못합니다. 대한성서공회가 가능한 많은 곳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소수 언어로 번역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한 권의 성경이 보급되기 위해서 성경의 번역과 제작, 운송 등 각 과정에 돕는 손길이 절실합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절반 이상의 성서공회가 성경 보급에 심각한 어려움을 맞이한 것도 눈여겨 볼 과제입니다.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고, 생명이고, 복음입니다. 한국교회가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머릿돌 삼아 방향을 정하고 다림줄이 되어 기준을 세워가길 바랍니다. 임기동안 성경 보급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성경이 들어간 곳에서 놀라운 간증이 쏟아지도록 한국교회가 힘을 합해 기도하고 후원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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