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 꼼짝마!” … 콘텐츠로 이단 잡는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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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 꼼짝마!” … 콘텐츠로 이단 잡는 ‘청년들’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2.05.31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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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안교회 청년부 ‘이대위’, 영상물로 이단 정보제공
수원제일교회 청년부, ‘우리 동네 이단지도’ 제작해

대학생은 하루에 얼마나 많은 이단을 만날까. 영안교회 청년부가 운영하는 유튜브 ‘이대위’에서는 ‘현종이의 하루’라는 브이로그를 통해 캠퍼스에서 한 대학생이 이단을 만나는 과정과 상황을 상세히 묘사했다.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여성이 자신에게 식음료를 쏟아 연락처를 받아가기도 하고, 길거리에서는 자신을 심리학과 학생이라고 소개한 청년이 심리테스트를 명목으로 접근해 개인정보를 얻어가기도 한다. 이처럼 길거리에서 적극적으로 포교활동을 벌이는 이단 단체를 접하는 일은 일상다반사다. 영상 말미에는 한 청년이 하루 만에 10개의 이단을 접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이단별 핵심 포교방법을 요약해 알려준다.

영안교회 청년부 ‘이대위’는 이단의 포교방법을 알리는 영상콘텐츠를 제작해 유튜브를 통해 업로드하고 있다.
영안교회 청년부 ‘이대위’는 이단의 포교방법을 알리는 영상콘텐츠를 제작해 유튜브를 통해 업로드하고 있다.

“이단에 포교당하는 법 소개합니다”

이단에 빠지는 친구들을 보며 직접 대응에 나선 청년들이 있다. 영안교회(담임:양병희 목사) 청년부는 2017년 이단문제에 심각성을 느끼고 있는 청년 8명을 중심으로 ‘이단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지난 26일 오후 건대입구역 카페에서 만난 이대위 팀장 장혜민 청년(31)은 “이단에 대한 정보와 포교방법을 알려 이단에 빠지는 청년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싶었다. 특히 유튜브 영상물을 통해 이단 문제를 쉽고 재밌게 풀어내 청년들에게 이단의 심각성을 환기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대위는 ‘신천지 포교당하는 꿀팁’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유튜브에 처음 업로드했다. 캠퍼스 내 관계전도를 통해 접근하는 신천지의 포교방법을 청년의 시각에서 알기 쉽게 소개한 내용으로 조회수 27만회를 기록했다.

이단에 관심이 없던 청년들도 영상을 계기로 신천지 등 이단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다는 긍정적인 댓글들이 달렸다. 아울러 영상을 보고 나서 자신이 신천지의 포교대상이라는 것을 깨달아 이단의 꾀임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는 후기 글도 눈에 띄었다.

이대위 청년들은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유튜브 영상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 다양한 콘텐츠를 검토해 청년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찾는다. 특히 ‘이단은 나와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이단은 우리 가까이에 있을 수 있으며, 이미 우리의 삶 깊숙이 들어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 단체의 활동 목적이다.

장 팀장은 “이단에 대해 공부하면서, 이단에 대해 간단히 아는 것만으로 충분히 예방하고 분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단이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에 청년들이 웃고 공감할 수 있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입혀 청년들의 접근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첫 영상이 인기를 끌자 현대종교 등 이단전문사역단체의 조언을 얻어 체계적으로 영상을 제작하고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보니 영상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었고 청년들 스스로 이단에 대해 공부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영안교회 청년부는 2017년 이단사역에 대해 관심이 있는 청년 8명을 중심으로 ‘영안교회 이단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영안교회 청년부는 2017년 이단사역에 대해 관심이 있는 청년 8명을 중심으로 ‘영안교회 이단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청년들의 헌신과 열정 노리는 이단

이단사역 전문가들은 국내 이단 사이비 단체 신도 수를 약 200만 명으로 추정한다. 그들 대다수는 기성 교회 교인이며 청년들의 비중이 크다. 특히 청년들이 이단에 빠지는 이유로 경쟁사회에서 겪게 되는 불안이나, 사랑의 결핍, 교회 안에서의 소외감 등 심리·정서적 문제가 연관된 경우가 많다고 진단한다. 

현대종교 탁지원 소장은 “이단은 청년들의 열정과 헌신, 추진력을 노린다. 특히 친밀한 관계 형성으로 접근해 이단 교리를 주입하고, 이후에는 ‘종교적인 헌신’이라는 미명 하에 합법적인 착취를 시도한다”면서 “우리 사회의 미래이고 소망인 청년들을 이단의 미혹으로부터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수능을 치른 청년을 대상으로 상품권이나 영화관람권 등의 선물을 준다며 경품권 추첨에 응해달라고 접근해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사례도 늘어가고 있다. 탁 소장은 “설문조사나 심리테스트를 통해 개인정보를 요구하거나, 갑자기 호의를 베풀며 다가오는 인간관계가 있다면 한 번 더 검증하고 확인해 보는 것이 건강한 삶과 신앙생활을 영위하는 방법일 것”이라고 전했다.

우리 동네 ‘이단 지도’ 만든 청년들

지역 내 이단교회의 정보를 파악해 ‘우리 동네 이단지도’를 제작한 청년들도 있다. 수원제일교회(담임:김근영 목사) 청년부는 ‘이단계경보팀’을 만들어 교회가 속한 수원지역의 이단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우리 동네 이단지도’를 만들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교회 활동이 어려워진 청년들은 교회에서 진행된 이단 강연을 듣고, 수원지역의 이단 교회를 파악해보기로 했다. 팀원 6명이 속한 ‘이단계경보팀’은 지난 3월까지 9개월에 걸쳐 수원지역에 있는 교회를 전수 조사해 이단 교회를 파악했다. 수원지역의 이단을 파악하기 위해 팀은 먼저 지도 어플리케이션으로 해당 지역의 교회를 모두 조사했다. 또 ‘교회 어디가’ 어플과 각 교단 홈페이지를 통해 교단의 소속 여부를 확인했고, 이단 여부가 불명확한 경우에는 이단 전문기관에 의뢰했다.

마지막으로 빠뜨린 이단이 없는지 최종적으로 확인한 결과 수원지역 이단은 총 10개 종파 36곳인 것으로 확인됐다. 신천지가 10곳으로 가장 많았고, 여호와의증인이 6곳으로 뒤를 이었다. 다른 지역에도 같은 방식으로 이단들을 파악할 수 있도록 ‘이단 조사 매뉴얼’을 제작했다.
 
그동안 이단의 주된 포교대상이었던 청년들이 주도적으로 이단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유연철 박사(서울신학대 상담심리학 박사)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청년들은 이단 입장에서는 가장 ‘세뇌시키기’ 쉬운 대상”이라며, “이단에 노출되기 쉬운 청년에 대한 한국교회의 각별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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