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키온, 창조주 하나님은 나쁜 신으로 구약과 신약 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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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키온, 창조주 하나님은 나쁜 신으로 구약과 신약 구분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2.05.3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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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 초기 교회의 이단과 이설(11)

마르키온파: 어느 시대나 이단은 교회를 위협하지만 마르키온파는 교회에 해악을 끼친 대표적인 이단이었다. 교리적으로도 성경의 근본 진리를 왜곡했을 뿐만 아니라 막대한 금력으로 교회를 위협했기 때문이다. 마르키온파(Marcionites)는 마르키온(Marcion)이라는 인물로 시작된 이단이기에 마르키온 파라고 부르는데, 영어로는 말시온 혹은 마르시온이라고 발음하기도 한다. 이들의 주장은 영지주의와 유사한 점이 있어 영지주의와 동일시하거나 영지주의의 한 분파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나름대로의 독자적인 집단을 형성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역사가들은 영지주의와 구분하고 있다.

마르키온의 출생과 성장, 가정 배경, 그리고 그의 주장이 어떠했는가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알 수는 없다. 그의 생애나 이단 사상을 보여주는 원 자료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생애와 사상은 그를 반대하거나 비판했던 교부들의 문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문서가 유스티누스(Justin Martyr)의 ‘마르키온과의 논쟁’과 ‘모든 이교도들에게 보내는 글’, 이레나이우스(Irenaeus)의 ‘이교들에 대한 논박’이 있다. 또 히폴리투스(Hippolytus)의 ‘이교도들에게 보내는 글’과 테르툴리아누스의 ‘변증서 Apologeticum’ 등이 있다. 이들 초기 교부들이 마르키온의 주장에 대해 변박(辨駁)한 것을 보면 마르키온의 이단설을 알 수 있고, 또 그의 활동이 교회에 상당한 위협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마르키온은 85년 경 비두니아 지방인 본도(Pontus)의 해변도시 시노페(Sinope)에서 출생했다. 이레나이우스, 유세비우스, 그리고 테르툴리아누스에 의하면 그는 부유한 선주(船主)의 아들이었다. 그는 바실리데스와 발렌티누스 등 영지주의 사상에 매혹되었다가, 140년 경 혹은 150년경 상당한 재물을 가지고 로마로 갔다. 이 때 로마의 감독이 하이지누스(Hyginus)였다. 그는 138년부터 142년까지 로마의 감독이었는데 그가 보통 제9대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로마에서는 시몬 마구스와 메난데르의 제자였던 케린투스가 구약성경의 하나님을 부정하고 삼위일체의 하나님도 부정하는 교리를 가르치고 있었는데, 마르키온은 케린투스의 제자가 되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앞에서 소개한 바처럼 마르키온은, 마술사 시몬→영지주의의 아버지였던 메난데르→메난데르의 영향을 받은 케린투스로 이어지는 이단설을 계승하여 소위 마르키온파(Marcionites)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로마에서 활동해 온 마르키온은 144년 경 로마교회로부터 이단으로 정죄되었으나 165년까지 로마에서 가르치며 활동했다. 그가 로마에서 활동할 당시의 영지주의 지도자 발렌티누스는 동시대 인물이었으므로 상호 교류했을 가능성이 높다. 상당한 부를 소유했던 마르키온은 로마교회를 돈으로 매수하고자 했고, 마술사 시몬의 기념탑과 예루살렘 성문을 전부 순금으로 입힐 만큼의 돈이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실제로 그가 거금을 지불하고 로마교회를 사고자 했는데 그가 제시한 금액은 원형 경기장을 사고도 남을 정도의 거액이었다고 한다. 이는 과거 통일교가 금력으로 교회를 위협했던 경우와 비슷하다. 

그렇다면, 마르키온의 주장은 어떠한가? 마르키온의 이단적 주장은 크게 3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두 하나님, 혹은 두 종류의 신을 주창했다. 영지주의적인 신론을 주장한 것이다. 마르키온은, 구약의 창조주 하나님은 나쁜 신으로서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신 하나님과는 동일시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말하자면 그는 구약의 신과 신약의 신을 구분하였다. 물질은 악하기 때문에 천지를 창조한 신은 악한 신으로 보았으나,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은 ‘알 수 없는 아버지’로 선한 신이었다.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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