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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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들을 소개합니다’
  • 차성진 목사(글쓰기 강사)
  • 승인 2022.05.30 1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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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아이돌 그룹’ 하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잘생기고 훤칠한 몸매로 춤을 추는 꽃미남들이 떠오를 겁니다. 방탄소년단, 세븐틴 같은 팀들이 대표적이겠지요. 그런데, 2021년에 열린 가요 시상식 ‘멜론 뮤직 어워드’의 베스트 보이그룹 후보 중에, 아주 독특한 팀이 있었습니다. 21살의 남자 셋으로 이루어진 ‘호미들’이라는 팀이었는데요. 이들이 바로 제가 오늘 여러분들에게 소개해 드리고 싶은 가수입니다.

본인들에게는 애석한 말로 들릴지 몰라도, 호미들은 위에서 말한 ‘보이그룹’의 통념과는 거리가 많이 먼 모습입니다. 잘생기지도, 키가 크지도 않고, 그들이 걸친 명품 옷은 허수아비에 걸린 명품가방 마냥 어울리는 모습은 아닙니다. 그래서 오히려 다른 후보들 사이에서 호미들의 모습은 굉장히 도드라져 보입니다. 사실 이들은 힙합 그룹으로, 다른 아이돌 그룹과는 분류가 좀 다릅니다. 아이돌 그룹이 대형기획사에서 육성되고, 댄스 뮤직을 주로 부르는데 반해 이들은 직접 음악을 만들고, 랩 위주의 힙합 음악을 합니다.

상대적으로 외형적인 매력이 부족한 힙합 그룹은 아이돌 그룹보다 낮은 인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이 ‘호미들’은 높은 인기로 인해 다른 아이돌 그룹과 당당히 ‘인기 그룹’의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것입니다. 당시 안타깝게 베스트 보이그룹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노미네이트 자체로 의미가 있었고, 대신 같은 시상식에서 ‘베스트 뮤직스타일’을 수상했으며, 같은 해 ‘한국 힙합 어워즈’에서는 올해의 신인 아티스트, 올해의 뮤직비디오를 수상하고, 올해 2022년에는 올해의 아티스트를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높은 인기를 보여주는 결과물들입니다.

이 ‘호미들’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그 비결로 그들의 ‘이야기’를 말합니다. 호미들은 자신들의 가난하고 슬펐던 어린 시절을 가사에서 주로 언급합니다. 이들을 세상으로 이끌어 준 노래 ‘사이렌’의 가사 중 일부입니다.

울려댔어 사이렌 텅 빈 길거린엔

도망치다 흘린 칼자루와 피가 흥건해

우리 그때 어릴땐 뭘 몰랐었지 man

그냥 힘쎈 형이 제일로 멋졌었지 그땐

그래 우린 살아나왔어 지옥

이제 어딜가든 다 비옥

수도 없이 맛본 치욕

어릴때부터 입에 붙은 쌍욕

이들이 세상에 등장했을 때도 화려한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이들은 ‘슈퍼비의 랩 학원’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렸는데, 그때 당시 20살 어린 청년 셋이 단칸방에 모여 살던 시절이라, 아직 가난이 채 떨어지지 못한 남루한 행색으로 처음 세상에 등장했습니다. 그렇게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던, 아니 가진 것이라곤 악밖에 없던 동년배의 친구들이 자신의 노력과 의지로 삶을 바꿔나가고, 그 과정을 함께 지켜보고, 마침내 바뀐 삶을 노래하는 그 모습 속에서 청년들은 희열과 대리만족을 느낍니다. 이것이 ‘호미들’의 인기 비결이 아닐까 합니다.

결국 ‘호미들’의 인기에는 자수성가를 향한 청년들의 욕망이 담겨 있다고 봅니다. 열심히 노력하고 성공해서 지금의 삶을 바꿔야겠다는 의지가 요즘의 청년들에게 두루 있는 것이죠.

이 욕망을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의 문제는 우리 각자에게 달려있다고 봅니다. 긍정적으로 해석한다면 누군가의 도움이 아닌 스스로의 노력으로 자신의 삶을 바꿔나가겠다는 건강한 지향점으로 보일 수도 있고, 반대로 해석한다면 마치 태엽인형처럼 물질만능주의가 만들어 낸 폭주 기관차 같은 모습으로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즘의 청년들이 꿈꾸는 삶을 엿 보려면 ‘호미들’의 노래와 가사들을 주목해 보시기 바랍니다. 익숙한 사운드는 아닐테지만 전 세계적으로 트렌디한 사운드를 가장 빨리 캐치하는 것이 이들의 매력이기도 하기에, 아마 요즘의 음악 문화를 이해하시는데도 큰 도움이 되실 겁니다.

넉넉한 시간이 없으시다면 유튜브에서 ‘킬링벌스 호미들’을 검색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차성진 목사
차성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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