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은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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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은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선물
  • 김철수 목사 / 사랑마을교회 담임, 사랑마을이주민센터
  • 승인 2022.05.24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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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책]
「고통이라는 선물」 // 두란노 / 폴 브랜드·필립 얀시 저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 손양원 목사님의 순교 성지가 있는 애양원을 방문했을 때의 경험은 오늘날 내가 목회자로서 어떤 자세로 사역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분명한 이정표를 제시하였다. 온몸을 덮고 있는 나병을 믿음으로 이겨내면서 뜨거운 감사로 하나님께 예배하는 애양원 교회 성도들의 은혜로운 모습 속에 손양원 목사님의 헌신적인 사역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마치 기름 떨어진 차가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채우듯 나는 그 이후 방학이 되면 애양원을 자주 찾아가서 은혜를 채우곤 했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이제는 애양원 부흥회의 활활 타오르던 모닥불이 꺼져간 지 오랜 어느 날, 나는 내 인생의 새로운 심령대부흥회 같은 은혜를 경험하게 되었다. 바로 폴 브랜드와 필립 얀시의 저서 고통이라는 선물이 그것이다. 폴 브랜드는 외과의사로서 나병 감염자(persons affected with leprosy)들을 위해 인도와 미국에서 50년간 헌신한 선교사였다. 책을 읽는 동안 오버랩 되는 인물이 있다. 42년 전 내 어린 심령에 성령의 불을 지폈던 손양원 목사님이다.

그만큼 폴 브랜드는 나병 감염자들을 위해 헌신적인 삶을 살았다. 이 책의 제목처럼 과연 고통이 선물이 될 수 있을까? 세상 어느 누구도 이런 선물을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니 고통은 선물 그 자체가 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저자들은 고통이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애양원이나 소록도에는 아직도 음성 나병 감염자(negative leprosy)분들이 많이 살고 있다. 가끔 기독학생들이 그곳에 봉사를 하러 가면 전혀 생각지도 못한, 쥐 잡는 임무를 주었다. 잠을 자고 나면 손이 없어지거나 코가 없어지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나병 감염자의 증상 중 가장 심각한 부분은 고통이 없다는 것이다. 감각과 촉각과 통증이 없어서 한 밤 중에 잠을 자는데 쥐가 와서 살을 갉아 먹어도 이것을 감지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처럼 나병 감염자들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고통을 당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고통이 없다는 것은 형벌이다고 말한다. 이어서 고통에 적극적으로 접근해 본 결과 고통은 결국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살려 달라고 신호를 보내는 충성스럽고 소중한 존재라는 것이다.

특히 폴 브랜드가 인도와 미국을 오가며 오직 나병 감염자들의 치료를 위해 평생을 헌신적으로 살 수 있었던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선교사로서 인도의 산지에서 말라리아에 걸려 순교한 아버지, 그 아버지의 순교가 헛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여생을 그곳에서 바친 어머니에게서 희생적 사랑의 신앙을 유산으로 물려받았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나병 감염자들을 치료하기 위한 접근 방식은 전인적인 치료, 곧 질병이나 신체의 일부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저자는 절망의 상태로 버려진 수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었고 실제로 기적과도 같은 일상의 회복을 만들어 낸다.

뜨거웠던 나의 목회 열정은 어느새 식어가고 있었고 영혼을 향한 구령의 열정은 현실 문제에 부딪히면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기에 익숙한 모습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불길은 잦아들고 이미 한쪽에서는 매캐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부끄러운 나의 모습은 목회에 있어서 이미 탄력(Momentum)을 잃어버린, 진정한 의미에서의 고통이 시작되고 있었다.

김철수 목사
사랑마을교회 담임
사랑마을이주민센터

그러나 나의 사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는지 하나님께서는 내게 고통을 선물 하셨다. 목회자로서의 사명이 식은 것에 대한 고통, 목회자로서 영혼을 향한 고통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 고통을 느끼는 순간 나의 목회 현장은 다시 열정과 함께 불길이 타오르면서 매캐한 연기는 사라지고 있었다. 나는 고통을 느끼면서부터 행복한 목회자가 된 기분을 만끽하고 있다.

천형이라는 오명을 쓰고 버림받고 천대받는 나병 감염자들과 평생을 살아온 의료선교사 폴 브랜드의 감동과 눈물의 사역이 나와 같은 이 땅의 수많은 목회자들에게 새로운 사명의 불을 지필 것으로 확신하면서 선교현장의 일생을 담은 이야기 고통이라는 선물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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