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인생이 변한다
상태바
교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인생이 변한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2.05.18 09: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연중기획 - 한국교회, 미래를 품다⑭ 학원선교의 ‘열쇠’ 기독교사

학교 현장 변화 속에도 기독교사의 중요성 ‘여전’
‘교실 붕괴’ 심화 속에 교사 직무 만족도까지 하락
기독교사들과 동역하며 사역 활성화할 전략 필요
학교 현장이 변화하고 있지만, 기독교사의 역할과 존재가치는 여전하다. 이들이 마음껏 기독교사의 사명을 완수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동역의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학교 현장이 변화하고 있지만, 기독교사의 역할과 존재가치는 여전하다. 이들이 마음껏 기독교사의 사명을 완수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동역의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학교를 졸업하고 한참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름과 얼굴과 음성이 기억 나는 선생님들이 있다. 세상의 지식을 전수해 준, 그래서 어쩌면 입시에는 큰 도움을 준 선생님들보다 사람의 도리나 인생의 의미를 알려준 분들에 대한 기억이 더욱 강렬하게 남아 있다. 이런 분들이 크리스천이었음을 알게 된다면 다른 곳에서 복음을 접했을 때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은 자명하다.

그런데 최근의 교실 분위기에서는 교사들에게 이런 역할을 기대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 같다. 유초중고 현직 교사들로 구성된 기독교사단체 간 연합모임 좋은교사운동의 정병오 대표는 “과거엔 교사와 학생 간에 정(情)이 있었다면 지금은 일정 기간 아이들을 위탁받은 일종의 계약관계처럼 되어버렸다”라고 토로했다. 정 대표는 “예전엔 친구끼리 싸우면 선생님한테 혼나고 화해하면 해결이 됐지만, 지금은 학폭사안으로 넘어가 심하면 변호사까지 대동하는 일도 있다”며 “학교만의 특별한 변화라기보다는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에 학교 역시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런 추세 속에 교사들의 직무 만족도는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 11일 ‘교원 교직원 만족도 조사’(전국 초중고대학 및 유치원 교원 8천여 명 대상) 결과를 발표했는데, ‘다시 태어나도 교직을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교사는 29.9%에 불과했다. 교직 생활의 만족도에 대한 질문에도 33.5%만이 ‘만족한다’고 답해, 해당 조사가 처음 시작된 2012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조사를 주관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수업 방해 등 교권침해 학생에 대한 즉각적인 생활지도방안 부재, 정상적 교육활동조차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는 현실, 학부모의 무고성 민원과 명예훼손, 몰카 탐지까지 떠맡겨지는 등 과도한 업무에 사기와 자긍심이 무너지고 있다”고 조사 결과를 해석했다. 

이런 교사들의 업무 만족도 하락이나 ‘교실 붕괴’로 불리는 현 세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학교는 복음의 황금어장이며, 한 명의 기독교사가 학원선교의 열쇠가 되고 있다. 기독교사들이 학교 현장에서 위축되지 않고, 진정성 있는 사역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그들의 사역을 격려하고 발전시켜 나갈 한국교회 차원의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기독교사로 살도록 격려해주세요”

기독교사들의 사역을 응원하려면 먼저 그들이 누구인지를 알 필요가 있다. 

“그의 교사직 수행, 그것이 교과목을 가르치는 것이든, 학생을 만나고 상담하는 것이든, 학급을 경영하고 교무실에서 동료 교사들을 만나는 것이든, 학교 행정이나 교육개혁에 관련된 이슈들을 대할 때 기독교적 관점으로 그것을 바라볼 뿐 아니라 기독교 정신과 마음으로 행동하고 실천하는 사람이다. 그의 신앙고백과 예배행위는 교사직과 분리된 것이 아니라, 교사직을 통해 나타나며, 교사로서의 삶 자체가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이며 헌신이다.”

1998년 8월 강원도에서 열린 ‘제1회 기독교사대회’에서 박상진 교수(장신대 기독교교육학)가 내린 기독교사의 정의다. 한마디로 ‘기독교사’란 ‘기독’과 ‘교사’가 분리되지 않고, 서로에게 스며들어 통합된 존재다. 24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큰 틀에서 기독교사의 의미와 역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변한 것은 학교 현장의 분위기다.

좋은교사운동의 정병오 대표는 “예전에는 선생을 떠받들어주던 시대였다면 지금은 그런 기회가 자동으로 주어지지 않는다”면서 “교사의 전문성을 인정받아야 하고, 또 한편으로는 일반적 계약관계를 넘어서는, 학생과 학부모가 자발적으로 ‘이 선생님은 다르다’고 할 정도의 영성, 사랑 실천의 탁월성이랄까, 감동을 주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더 나아가 “지금은 교사의 탁월성이 없으면 그야말로 월급쟁이 교사가 되기에 십상이다. 학교를 사역지로 생각하고 아이들의 인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기독교사 개개인의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면서도 “이들 스스로가 기독교사 정체성을 인식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한국교회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이들이 교회에 잘 오지 않는 시대입니다. 믿는 집 아이들의 신앙도 잡아주기 힘들다고 합니다. 이런 가운데 아이들이 모여서 사회성을 키우고 영향력을 주고받는 유일한 장소가 학교에요. 기독교사들은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보내기에, 그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한국교회가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함께 동역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 주면 좋겠습니다.”

 

학교 현장의 선교사로 파송하라

2006년 교사로 임용된 후 14년간 재직하다, 3년 전 장학사로 전직한 전북교육청의 채수복 장학사는 주변에서 소문난 ‘기독교사’였다. 대학 시절 캠퍼스 선교단체에서 훈련을 받은 그는, 교사 재직 시절 제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복음을 전했다. 

그러나 채 장학사는 직접적인 복음전도가 오늘날 학교 현장과 아이들의 문화 속에서 최선은 아닐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독교사의 가장 큰 존재가치는 ‘기댈 수 있는 한 사람’이 되어주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코로나 기간 더욱 확실하게 드러났지만, 지식적인 부분은 학생 스스로 공부하거나 인터넷으로 배우는 것이 더 나을지 모릅니다. 아이들에게는 자신에게 관심을 두고,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물어봐 주고,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잘못했다고 말해주는 좋은 어른이 필요합니다. 더 나아가 이것이 기독교사가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가장 선한 방법일 것입니다. 교사 한명이 30년 동안 500~600명의 학생을 만난다고 합니다. 기독인의 삶, 참된 어른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 아이들이 훗날 어떤 곳에서 복음을 듣더라도 훨씬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의 이종철 부소장은 한국교회를 향해 “기독교인으로서 교사직을 수행하고 있는 성도들에게 두 정체성을 통합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과 양육을 시행해야 한다”고 당부하면서, 이들을 ‘교사 선교사’로 한국 교육계에 파송할 것을 제안했다. 

한편 이 부소장은 기독 교사들을 향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특히 ‘균형’을 강조했다. “어떤 이는 ‘기독’만 강조되어 ‘교사’로서의 정체성이 부족하고, 어떤 이는 ‘교사’로서의 정체성은 있으나 ‘기독’의 정체성이 거의 없어서 일반 교사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 이 부소장은 기독교사들을 향한 당부를 네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성화의 명령’입니다.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삶을 살며, 영성을 기르는 일에 게으르지 않아야 합니다. 둘째는 ‘선교의 명령’으로 기독교사는 늘 복음으로 충만하여 복음을 전하는 사명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즉 ‘학원선교’의 사명을 수행해야 한다는 뜻이죠. 셋째는 ‘문화명령’입니다. 기독교사는 하나님의 통치가 이 땅 가운데 이루어지는 일에 늘 관심을 갖고, 자신이 가르치는 교과를 중심으로 기독교적 가르침을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마지막 네 번째는 ‘이웃사랑의 명령’으로 기독교사는 학생들을 사랑하여, 생활지도 및 학생 상담에도 탁월해야 합니다. 또한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은 교육을 위해 교육정책의 변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