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사 시몬, 스스로를 ‘메시아’라고 부른 첫 이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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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사 시몬, 스스로를 ‘메시아’라고 부른 첫 이단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2.05.1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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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 초기 교회의 이단과 이설(9)

시몬 마구스와 그 후계자들: 사도행전 8장 9절 이하에서 언급되고 있는 시몬 마구스(Simon Magus)는 ‘마술사 시몬’(Simon the Sorcerer)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성령의 능력을 금품으로 매수하려고 했던 마술사였다. 교부들에 의하면 그는 교회사에 나타난 최초의 이단으로 시몬파(Simonians, Simonianism)의 창시자로 간주되고 있고, 또 영지주의 이단의 대부(代父)로 언급되고 있다.

마구스라는 말 자체가 ‘마법’이라는 의미가 있는데, 라틴어 마기(magi) 혹은 마구스(magus)는 그리스어 단수형 마고스(μάγος)와 복수형 마고이(μάγοι)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본래 마구스란 메디아 왕국에서 종교 의례를 주관했던 페르시아계 제사장 계급의 호칭이었는데, 이 말은 ‘사람의 영역을 넘는 지혜나 힘을 가진 존재’라는 의미가 부여되었고, 이 단어가 마법이라는 의미로 발전했다. 마구스를 영어에서는 단수형으로 메거스(magus)로, 복수형으로 메이지(magi)로, 형용사로 메이전(magian)으로 표기한다. 우리가 흔히 쓰는 자석(magnet)이나 마그네슘(magnesium)의 어원이 되었고, 마법을 뜻하는 매직(magic)의 어원이 된 것은 당시 마기 혹은 마구스들이 행한 기적이나 마술 등이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런데 사도행전 8장 9절에서 시몬이라는 자가 마술을 행하였기 때문에 ‘마술사 시몬’이라고 말하게 된 것이다. 시몬 마구스에 대한 기록으로는 사도행전 8장 9~24절이 유일하고, 그의 이단 사상이 어떠했는가에 대해서는 초기 교부들의 간접적인 기록을 통하여 알 수 있을 뿐이다. 대표적인 기록이 유스티누스의 기록이다. 그러나 그의 기록도 시몬 마구스가 죽고 약 100년이 지난 후의 기록이라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유스티누스에 의하면, 마술사 시몬은 사마리아 근교 깃타(Gitta)에서 출생하였고,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연구하였다고 한다. 알렉산드리아에 유학하여 마술을 배운 후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후 사십일 동안에 이미 사마리아에서 독자적인 활동을 전개했다. 그는 모세오경을 통달했는데, 사마리아에서 제일 처음으로 전도를 시작한 사도 빌립의 설교를 듣고 또 그의 이적을 보고 그에게 세례를 받았다고 한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는 사도 빌립의 전도활동의 첫 열매였던 샘이다.

그런데 얼마 후 그곳에 베드로와 요한이 나타나 권능의 안수를 행했을 때, 마술사 시몬이 이를 보고 돈을 주며 그 권능을 사고자 했다(행 8:18~19). 이런 연유에서 시몬이라는 이름을 형용사화한 Simony가 성직매매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돈으로 성령을 사고자 했던 시몬은 베드로에게 책망을 받았다(행 8:20).

그 후 종적을 감추었다가 로마에 나타나 자신을 ‘하나님’이라 칭하면서 이단적인 활동을 전개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자신을 메시아라고 칭했는데, 교회 역사상 자신을 메시아라고 칭했던 첫 인물이었다. 후에는 자신은 신으로부터 유출된 최고의 신적 능력의 소유자요, 신의 능력 자체, 곧 하나님이라고 주장했다. 이레니우스에 의하면 그는 많은 이들에 의해 신으로 추앙받았고, 그의 제자들은 그 자신으로부터 유출되었다고 주장하였다고 기록했다.

이레나이우스는 자신의 이단논박((Adv. Hæreses,” i. 23, § 1)에서, 시몬 마구스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신으로 경배를 받았다”고 했다. 또 유대인들 가운데서는 아들(예수)로, 사마리아에서는 아버지로, 다른 이들로부터는 성령(Holy Ghost)으로 불렸다고 한다(Tertullian, De Anima, xxxiv). 그가 하나님으로 불린 증거로 유스티누스는 당시 로마에 세워진 마술사 시몬을 위한 기념탑을 예로 들었다. 거기에는 “거룩한 하나님(Ad sanctum Deum) 시몬에게”라고 라틴어로 기록되어 있었다고 한다.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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