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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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이의용 교수
  • 승인 2022.04.27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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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용의 감사행전⑦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아니하니 내가 그를 위하여 돕는 배필을 지으리라.”(창 2:18) 창조주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혼자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 지으셨다. 정호승 시인은 그의 시 ‘사랑’에서 사람이 결코 혼자 살 수 없음을 이렇게 그려준다. 

꽃은 물을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합니다.

새는 나뭇가지를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합니다.

달은 지구를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합니다. 

나는 너를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합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수없이 강조하신다. 이웃 사랑이 곧 하나님 사랑이라고도 말씀하신다.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아가려면 어떤 사람을 만날 것인지, 그들과 어떻게 좋은 관계를 지켜나갈 것인지, 관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하며 회복할 것인지를 배우고 익혀야 한다. 그래야 하나님 말씀대로 이웃을 사랑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 

정채봉은 그의 시 ‘만남’에서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5가지로 나눠 설명한다. 

가장 잘못된 만남은 생선과 같은 만남입니다. 만날수록 비린내가 묻어오니까.

가장 조심해야 할 만남은 꽃송이 같은 만남입니다. 피어있을 때는 환호하다가 시들면 버리니까.

가장 비참한 만남은 건전지와 같은 만남입니다. 힘이 있을 때는 간수하고 힘이 닳아 없어질 때에는 던져 버리니까.

가장 시간이 아까운 만남은 지우개 같은 만남입니다. 금방의 만남이 순식간에 지워져 버리니까.

가장 아름다운 만남은 손수건과 같은 만남입니다. 힘이 들 때는 땀을 닦아주고 슬플 때는 눈물을 닦아주니까.

 

만남의 3단계

-지우(知友), 친우(親友), 신우(信友)

청년 시절, 바쁘게 골목길을 지나다가 앞에서 오는 어떤 분을 만나게 됐다. 아는 사람인 것 같아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면서 지나쳤다. 그 분도 반갑게 인사를 받아주었다. 한참 후 생각해보니 당시 코미디언 구봉서 씨였다. 나는 그 분을 잘 알지만, 그 분은 나를 알 턱이 없었다. 우리는 운전을 하면서 아파트 정문에서 경비를, 도로에서 교통경찰을 자주 만나지만 그 분들에 대해 아는 것은 별로 없다. 그 분들도 나에 대해 알지 못한다. 뉴스 앵커도 그렇고 연예인도 그렇다. 사실 아무 관계도 아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대략 3단계로 발전한다. 지우(知友)에서 친우(親友)로, 친우에서 신우(信友)로. 지우란 아는 사람이고, 친우는 친한 사람이고, 신우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다. 가장 이상적인 인간관계의 모습을 함석헌 선생은 ‘그 사람을 가졌는가’라는 시에서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과연 나는 ‘그 사람’을 가졌는가? 

만리 길 나서는 길 / 처자를 내맡기며 / 맘 놓고 갈만한 사람 /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不義)의 사형장에서 /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 일러줄 /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 '저 하나 있으니' 하며 /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 '아니' 하며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 알뜰한 유혹 물리치게 되는 /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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