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도 안 돼 사라진 ‘메타버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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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도 안 돼 사라진 ‘메타버스’ 이야기 
  • 차성진 목사(글쓰기 강사)
  • 승인 2022.04.27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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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메타버스를 향한 관심은 뜨거웠습니다. 비대면 시대를 맞이하여 대면 만남이 불가능해졌으니 가상공간에서의 만남이 주목 받기 시작했고, 그 만남의 장이 되어주는 ‘메타버스’에 이목이 끌렸습니다.

그리고, 2021년 11월 초거대 SNS 기업 페이스북이 메타버스 산업으로의 진출을 선언하면서 회사명을 ‘메타’로 변경했습니다. 그러자 ‘야.. 이거 긴가민가했는데 저 거대 기업이 회사명을 메타로 바꿀 정도면…’ 하는 생각 속에 메타버스를 향한 관심은 폭발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기독교계에도 ‘메타버스 사역’이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다음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선 메타버스를 이해해야 한다며 관련 세미나, 강의들이 쏟아졌습니다. 그러나 그 열풍이 채 반년도 지나지 않은 현재 메타버스 이야기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메타버스’에 대한 네이버 검색 트렌드를 보면 작년 11월 17일의 검색량을 ‘100’으로 잡았을 때 지난 한 주간의 평균 검색량은 ‘10’이었습니다. 국내 외 언론들도 뚝 떨어진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도를 말합니다. 이유는 뭘까요?

사실 메타버스란 개념은 너무 모호했기 때문입니다. 가상공간에서 사람을 만나는 건 이미 20년 전부터 등장한 온라인게임이 제공하던 경험이고 재화가 거래된다는 건 역시 아이템 거래소가 이미 20년 전부터 존재하고 있었고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건 zoom과 같은 간편한 화상채팅 프로그램만으로 충분히 구현 가능한 특징이었습니다.

굳이 메타버스 관련 어플, 게임을 깔아서 복잡한 구동법을 익힐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죠. 그래서 심지어 메타버스와 가장 근접하게 있다는 게임 업계에서조차 메타버스에 대한 평이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세계 최대 게임 플랫폼 마켓, 스팀의 회장인 게이브 뉴웰 회장도 “메타버스는 이미 10년 전에 등장한 개념에 새로운 단어를 붙인 것에 불과하다”고 혹평했습니다.

이런 상황임에도 한국 기독교계에는 “메타버스가 사역의 미래다”를 부르짖는 사람들이 등장했습니다. “보다 많은 영혼들을 만나기 위해 메타버스를 알 필요도 있다” 정도의 수준을 넘어서 “메타버스를 이해하지 못하면 다음 세대를 이해할 수 없다”처럼 듣는 이들의 두려움을 유발하는 극단적인 모토를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대면 예배가 재개되며, 메타버스에 대한 교계의 관심이 거의 제로가 되자 이분들의 활동 소식은 현재 확인해 보기 어렵습니다. 이 분들이 메타버스에 섣불리 강한 의미를 부여했던 이유에 대해 부정적인 추측을 할 수 밖에 없지 않나 생각하게 됩니다.

저는 기독교계에서 이런 류의 <신조어 마케팅>이 이제는 사라지면 좋겠습니다. 비슷한 사례를 너무 많이 봤습니다. 4차 혁명 시대의 사역 AI를 활용한 주일학교 사역 드론을 활용한 학생회 사역 등등…. 다음 세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어른 목회자들에게 '이 흐름에 올라타지 않으면 당신은 도태된다'와 같은 말을 하며 공포 마케팅을 합니다.

물론, 사역의 방향성이 다양해야 한다는 점에선 동의합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본질을 다양한 통로로, 다양한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어야겠지요. 그러나 변치 않는 사실은, 그 사람들에게 전달할 ‘본질’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아무리 다양한 통로를 활용한다 하더라도 소용이 없다는 겁니다. 면대면 사역으로 학생들에게 복음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이 메타버스를 활용하면 전도할 수 있다? 어불성설이라는 겁니다.

우리의 가장 강한 무기는 복음입니다. 본질이 바로 선다면 어떤 통로든 의미가 있겠지만 그냥 통로 자체에만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이 등장한다면 한 번쯤 의심의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차성진 목사(글쓰기 강사)
차성진 목사(글쓰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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