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아이들 스스로 사역하고 교회는 지원 사격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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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아이들 스스로 사역하고 교회는 지원 사격 나서야”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2.04.27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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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기획 - 한국교회, 미래를 품다⑫ 학교 기도모임 사역의 실제

청소년들 가능성 제한 말고 사역의 주역으로
아이들에게 눈높이 맞추고 충고보단 공감으로
이서중앙교회 청소년들이 등교 전 큐티모임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 안에서도 별도 기도모임을 열고 있다.이서중앙교회는 청소년들이 학교 안에서 당당한 믿음의 용사로 설 수 있도록 교회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서중앙교회 청소년들이 등교 전 큐티모임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 안에서도 별도 기도모임을 열고 있다. 이서중앙교회는 청소년들이 학교 안에서 당당한 믿음의 용사로 설 수 있도록 교회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다윗이 골리앗과 싸울 당시 우리 나이로 몇 살 정도였을까? 많은 신학자들은 중학생쯤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성경은 다윗이 이새의 여덟 번째 아들이었다고 기록하는데, 당시 20세가 되지 않은 넷째 느다나엘부터 여덟째 다윗까지 군대에 가지 않고 아버지 집에 머물렀다. 느다나엘의 나이를 군 입대의 마지노선인 19살이라고 가정하고, 연이어 한 살 터울이었다고 계산했을 때 고작 15살이 나온다. 많아야 15살이다. 중학생이 거인 골리앗을 쓰러뜨리고 이스라엘을 구했다.

우리 역사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1919년 아우내 장터에서 만세운동을 이끌었던 유관순 누나. 그도 겨우 17살이었다. 어쩌면 우리가 청소년들을 마냥 불완전한 존재로 바라보며 그들이 활약할 기회를 차단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학교의 주인공은 누가 뭐라 해도 학생이다. 학교 안 사역의 주역 또한 결국은 청소년 자신임을 잊어선 안 된다.

 

핵심은 자발성

코로나19가 시작되고, 학교 안 기도모임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 어렵게 생겨난 여러 모임이 사회적 거리두기와 학년별 또는 격일 등교 시스템 아래 속수무책으로 타격을 입었다. 지역 교회 목회자를 비롯한 어른 사역자들의 학교 출입은 사실상 원천 봉쇄됐다. 외부 지원이 끊긴 것이다. 그뿐 아니다. 등교 요일이 다르다 보니 선배들은 신입생을 만나기가 힘들어졌다.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자연스럽게 대물림 되며 이어졌을 모임들도 사라지고 말았다. 

‘스탠드그라운드’의 나도움 목사는 “학교 안 기도모임을 세우는 사역의 성패는 ‘학생들의 자발성’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나 목사는 올해로 10년째, 아이들이 부르면 어디든 달려가는 사역자다. 

“어른들의 지원이 필요하지만, 결국엔 학생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없으면 아무것도 안 됩니다. 코로나에도 살아남은 기도모임들을 보면, 어른들이 애쓴 결과가 아니라, 역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은 놀라운 소수의 학생들 덕분이더군요.”

그러면서 나 목사는 수원의 한 특성화고등학교의 사례를 소개했다. 

“2019년에 시작한 모임이었는데, 코로나가 시작된 후에 한 번도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모임이 살아 있을지 궁금하던 차에 연락이 왔습니다. 살아 있다고요. 비결은 한 사람이었습니다. 남학생 한 명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매주 목요일 아침 8시에 변함없이 정해진 장소에서 예배를 드렸다고 합니다. 혼자서 1년을 버텼더니 이듬해 신입생이 10명 이상 들어오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핵심은 자발성입니다.”

자발성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정형화된 시스템을 주입하는 방식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는 게 나 목사의 조언이다.

“요즘 아이들이 어디 ‘하라’ 해서 하는 아이들인가요. 제가 먼저 나서서 무언가를 제시하기보다 자연스럽게 기회와 문화를 만들고 그것이 아이들에게 스며들어 가도록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말을 할 때도 ‘이렇게 해’라고 하기보다 ‘이런 것도 있어’ 정도로 표현을 아낍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자신들만의 방식을 만들어 가죠.”

 

이것만은 주의해야

나 목사는 아이들을 대할 때, 어른의 언어가 아닌 ‘아이들의 언어’를 사용할 것을 권장했다. 나 목사가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그곳에 아이들의 문화가 있고, 아이들을 만날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을 만나보면 어떤 의미에서 소극적이라거나 무기력하다는 인상을 받기 쉽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주로 활동하는 SNS를 보면 어른들은 흉내도 내기 어려운 창의성을 보여주곤 합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오프라인에서의 모습만 보고 무턱대고 다가가 충고를 한다거나 하면 마음의 문을 더 단단하게 닫아버릴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아이들을 기다려주고, '베푼다'는 느낌보다 '함께 한다'는 느낌을 전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 말로 ‘꼰대’여선 안 됩니다. 뭔가를 가르치려고 해도 ‘내적 친밀감’ 필요하죠. 그 안에서 아이들과 어울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진심이 전달된다고 믿습니다.”

나 목사는 카카오톡 오픈채팅이든, 틱톡이든, 인스타그램이든, 유튜브 쇼츠 등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도구라면 무엇이든 도전해볼 것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플랫폼 자체에 매몰되기보다, 유행이 바뀌면 과감하게 변화를 따를 것을 조언했다. 그가 수많은 팔로워를 보유한 페이스북에서의 활동 비중을 확 줄인 것도 그곳에 아이들이 없기 때문이다.

나 목사는 끝으로 한국교회를 향해 당부의 말을 전했다. 

“청소년 사역은 기다림과 인내가 필수입니다. 그리고 공교회적 가치를 요구하는 사역입니다. 투자한 만큼 당장 열매를 맺지 않더라도, 그 열매가 우리 교회로 돌아오지 않더라도, 한국교회의 미래를 생각하며 믿고 씨를 뿌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서중앙교회 청소년들이 등교 전 큐티모임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 안에서도 별도 기도모임을 열고 있다.이서중앙교회는 청소년들이 학교 안에서 당당한 믿음의 용사로 설 수 있도록 교회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서중앙교회 청소년들이 등교 전 큐티모임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 안에서도 별도 기도모임을 열고 있다.이서중앙교회는 청소년들이 학교 안에서 당당한 믿음의 용사로 설 수 있도록 교회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당장 시도해 보라

전라북도 완주군에 위치한 이서중앙교회(담임:주성철 목사)는 매일 아침 큐티모임을 연다. 교회 주변 3~4개 학교 학생들 10여 명이 모여서 삼십 분 가량 말씀 묵상과 기도를 한다. 청소년부 사역자는 아이들과 함께 이 시간을 나눈 뒤 아이들을 학교로 ‘파송’한다. 이 모임이 시작된 지도 벌써 4년이 흘렀다. 

“아침에 모여서 기도한 학생들이 학교로 들어가 별도의 기도모임을 엽니다. 다른 교회 학생들도 함께하면서 확장되기도 하죠. 지난해 중학교 3학년이던 아이들이 모임을 키우고 전주의 고등학교로 진학했습니다. 이후에 후배들이 이를 물려받아서 기도 운동을 이어가고 있죠. 아이들의 활약에 교인들과 교역자들이 놀라곤 합니다.” 담당 교역자인 서문철 목사의 말이다.

교역자는 아이들을 위한 간단한 말씀을 준비하고, 새벽기도를 마친 권사들이 식사를 준비해 아이들을 먹인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믿음의 용사로 살아갈 수 있도록 전 교회가 지원 사격에 나선 셈이다. 

그런가 하면 군산 지역의 한 교회는 최근 교회에서 청소년들을 학교 전도자로 파송하는 발대식을 열었다. 아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반별로 ‘전도 포스터’와 ‘엠블럼’을 제작하기도 했다. 올림픽에서 각국 선수단이 입장하듯 학교별 대표선수단을 구성해 입장하는 특별한 세리머니도 했다. 해당 행사에서는 나도움 목사가 강사로 나서 학교 안 기도모임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 목사는 “기획성 행사이긴 하지만 아이들에게 전도자의 정체성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교회가 학교 안 사역에 관심을 가지면 얼마든지 시도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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