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복음의 ‘황금어장’으로 바라보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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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복음의 ‘황금어장’으로 바라보고 계십니까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2.04.20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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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기획 - 한국교회, 미래를 품다⑪ ‘학원 복음화 인큐베이팅’ 운동

2009년 시작…기독 교사와 함께 동아리 결성하는 방식
아이들 있는 학교 놔두고 ‘교회 안’에만 집중해선 안 돼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학원 복음화 인큐베이팅’ 사역의 열매는 계속 이어졌다. 최새롬 목사는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학교의 허락을 받고 예배를 세우는 이 운동이야말로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한 필수적인 사역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학원 복음화 인큐베이팅’ 사역의 열매는 계속 이어졌다. 최새롬 목사는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학교의 허락을 받고 예배를 세우는 이 운동이야말로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한 필수적인 사역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학교를 선교의 ‘황금어장’이라고 말하던 때가 있었다. 교육부서에서 행사를 개최하면 지역의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오던 때가 있었다. 믿지 않는 아이들도 특별할 것 없이 교회 문턱을 넘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교회에 잘 출석하는 크리스천 청소년들의 신앙생활을 잡아주기에도 벅찬 현실이다. 어떻게 하면 한국교회가 다시 학교 현장의 청소년을 품을 수 있을까.

지난해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실시한 ‘크리스천 중고생의 신앙의식 조사’에 따르면 크리스천 청소년(교회 출석 중고생 500명)의 60%는 자신이 “모태신앙”이라고 답했다. 2년 전 한국교회탐구센터가 실시한 조사에서 모태신앙 비율이 51%였던데 반해 9%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두 통계는 한국 개신교가 빠르게 가족종교화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런가 하면 청소년들의 하루 중 신앙생활 시간을 묻자 “하지 않는다”가 28%, “5분 이내”가 24%로 크리스천 청소년의 52%, 즉 절반 이상이 거의 신앙생활에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크리스천 성인과 비교(2020년 예장통합, ‘코로나19 이후 교회생태계 지형변화조사’ 결과) 했을 때, 크리스천 청소년들이 신앙생활에 훨씬 소극적임을 알 수 있다. 

또 한가지 충격적인 통계는 크리스천 청소년 가운데 “학교에서 크리스천임을 드러낸다”는 비율이 52%에 불과하다는 대목이다. 또한, 5명 중 1명이 “기독교인이라는 것에 대한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해, 크리스천 청소년들의 건강한 신앙 자화상 확립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알을 품듯 학교를 품다

‘학원 복음화 인큐베이팅 운동’이 태동한 것도 이같은 위기의식 때문이다. 닭이 알을 품듯 지역교회가 학교를 품어야 한다는 취지의 이 운동은 지난 2009년 할렐루야교회 부목사로 재직중이던 최새롬 목사(백석신대원 09학번 / 서울강남노회)가 시작했다. 

“하루는 새벽기도를 마치고 돌아가려는데 고등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시는 집사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기도 가운데 하나님께서 학교에서 예배를 시작하라는 마음을 주신다는 겁니다. 예배를 인도해달라고 부탁하셔서 학교를 찾아갔던 것이 첫 출발이었습니다.”

이 사역의 특징은 한 개인이나 단체가 아닌 여러 주체가 연합하여 다음세대에게 복음을 전한다는 점이다. 교회의 청소년과 크리스천 교사가 함께 학교 내에 동아리를 개설하고, 지역교회 사역자는 외부 강사로 들어가 아이들의 신앙을 지도할 수 있게 연계한다. 이후 학교에서 예배가 이뤄지고, 새롭게 예수를 믿은 아이들이 지역교회로 들어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이 사역의 목적이다.

최 목사는 이 모든 과정이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타 종교와 이단 단체들이 치밀한 전략과 과감한 투자를 통해 보편적인 용어와 이름을 가지고 학교로 침투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금이라도 한국교회가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것. 

타 종교와 이단들은 1년에 수십, 수백억의 예산을 다음세대를 위해 투자하고 있습니다. 사단법인을 조직하여 교육부와 여가부, 문체부 등 공공기관과 MOU를 체결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플랫폼을 구축해 공교육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교회는 ‘교회 안’에 있는 청소년을 위주로 대부분의 사역이 진행됩니다. 청소년들은 아침부터 새벽까지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주중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데 말이죠. 이들을 만나려면 ‘학교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물론 과감한 투자와 전략이 함께 동반돼야 합니다.”
 

학교 선교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최새롬 목사는 교회에 사역을 알리는 길이 열리길 바랐다.
학교 선교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최새롬 목사는 교회에 사역을 알리는 길이 열리길 바랐다.

답은 ‘학교 안’에 있다

최 목사가 이 사역을 시작한지도 벌써 10여 년이 지났다. 최 목사는 점차 사역에 베테랑이 됐지만, 현장의 여건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고 했다. 

“처음 학교에 가보니 교회 다니는 친구들이 그래도 절반 정도는 됐어요. 그런데 지금은 학교에 가보면 거의 대부분이 비기독교인입니다. 예수 믿는 아이들은 한 반에 한 명 있을까요? 실제로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기독 선생님들이 조사를 했는데, 3학년 전체에서 기독교인이라는 학생이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지만, 한국교회는 그다지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는 게 최 목사의 솔직한 고백이다. 

“주일에 대형교회에 가면 출석한 성도도 많고, 아이들도 꽤 많죠. 그런데 그런 숫자는 교회 안에서만 보이는 숫자입니다. 막상 학교에 들어가 보면 기독교인은 극소수가 되어갑니다. 왜 이렇게 됐는지 아이들과 이야기 나눠보면, 요즘 아이들은 교회 자체를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저희 자랄 때만 해도 ‘문학의 밤’이다 크리스마스다 해서 안 믿는 아이들도 교회 올 일이 많았는데, 요즘엔 그런 기회 자체가 사라진 거죠. 심지어 아이들 머릿속에 ‘목사’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서 놀라곤 합니다.”

예수를 믿지만, 정체성을 숨기는 친구들도 적지 않다. 

“기독교는 이미 학교 현장에서는 소수의 종교가 되어버렸습니다. 또 한가지 이유는 언론에 비치는 기독교의 이미지 때문입니다. 아이들의 눈에 기독교는 ‘데모하는 집단’이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또 하나는 코로나 초기 교회가 확산의 진원지인 것처럼 비친 것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최 목사는 학교 안 크리스천 청소년들이 혼자가 아님을 알게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학교 현장에서 ‘복음의 전달자’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훈련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아이들 대부분이 올바른 모델을 본 적도 없고, 선교 훈련을 받은 적도 없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갑자기 ‘기도 모임’을 하자고 하면 당황하기 마련입니다. 강단에서 전도에 대한 메시지를 강화해야 합니다. 실질적으로 학교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알려줘야 합니다.”

한편 학원 복음화 인큐베이팅 운동을 통해 2020년 기준 50개의 학교에서 예배가 진행되고 있다. 모임에는 교회를 믿지 않는 학생들이 80% 이상 자발적으로 참석했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20곳의 학교에서 새롭게 예배가 세워졌다. 열악한 후원 상황 가운데 일궈낸 보석 같은 성과다. 최새롬 목사는 “이 사역의 성패는 결국 담임목사님들의 의지에 달려있다”며 “금요 철야나 주일예배 시간을 통해 교회에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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