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긍휼히 여기는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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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를 긍휼히 여기는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됩시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2.04.19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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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난민구호 이끄는 한국교회봉사단 대표단장 김태영 목사 (백양로교회 담임)

효율적인 지원 위해 체코와 헝가리 교단과 협력 구축
“중복 구호 막기 위해 한국교회 ‘라운드 테이블’ 필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50일을 훌쩍 넘겼다. 강대국 러시아에 풍전등화 같았던 우크라이나는 끝까지 저항하고 있다. 전쟁의 참상은 역시나 심각했다. 수많은 남성들은 고국을 지키겠다며 전장으로 향했고, 부녀자들은 험하고 기약 없는 피란길에 올라야 했다. 집은 처참히 무너졌고 누군가는 어느 길가에서 목숨을 잃었다. 
다행히 동유럽 국가들이 국경을 열어주었고, 전 세계에서 구호물자를 보내주고 있으며, 국경에서 많은 이들이 피란민들을 품어주고 있다. 한국교회봉사단 역시 한국교회를 대표해 한인 선교사회와 현지 교회와 협력하면서 피란민들을 따듯하게 보살피고 있다. 
한교봉 대표단장 김태영 목사는 지난 2~8일 우크라이나와 국경이 접한 체코와 헝가리를 방문해 피란민 현실과 현지 사역을 점검했다. 특히 현지 교단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속가능한 구호사역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대표단장 김태영 목사로부터 한교봉의 난민구호 사역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어봤다. <편집자 주>

한교봉 대표단장 김태영 목사는 “한국교회와 국민들이 슬픔을 당한 우크라이나를 위해 기도해야 하며, 바로 지금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최근 현지를 방문하시고 우크라이나 참상 여파를 직접 확인하셨습니다. 어떠셨습니까?

우크라이나 내부의 전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동유럽으로 나온 피란민들은 서유럽으로 많이들 건너가고 있었고, 동유럽에 남은 피란민들은 정부와 교회, NGO들이 제공하는 생활 거처에서 언어를 배우며, 자녀의 교육 기회를 찾고, 직업을 구하는 등 정착을 시도하는 단계입니다. 
6.25 전쟁으로 우리나라도 전쟁의 비극을 겪었습니다. 지금도 유일한 분단국으로 비무장 지대를 중심으로 남북한의 중무장한 20대 군인 약 100만명이 언제 촉발할지 모르는 전쟁을 대비하고 있습니다. 국가 지도자들은 정권 쟁탈전에만 온 힘을 쏟고 안보를 등한시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 생각났습니다. 다시는 전쟁이 없도록 지도자와 국민이 깨어 있어야 하고, 한국교회와 국민들이 슬픔을 당한 우크라이나에 관심을 갖고 전쟁이 속히 끝날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 목사님께서는 헝가리와 체코 교단과 네트워크를 결성하고 구호 기반을 확보하셨습니다. 이들 교단과 협력이 왜 중요하고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체코 형제복음교단이나 헝가리 개혁교단은 정부와 협력하며 우크라이나 현지 구호에 앞장서고 피란민들을 체계적으로 돌보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나 동유럽에서 개혁교회 전통의 교단들과 협력하는 것은 개인적인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보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피란민들과 현지인들을 도울 수 있습니다. 
체코는 종교 개혁자 얀 후스의 후예인 ‘체코형제복음교단’ 소속의 130개 교회가 1,200여명의 피란민에게 숙소를 제공할 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유치원과 초등학교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헝가리 개혁교단은 칼빈의 교리를 따르는 동유럽 개혁 교단의 중심 교단으로, 헝가리뿐 아니라 폴란드,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우크라이나에도 개혁교회를 세워서, 국가는 1차 시계대전 후 강제 분할되었지만 하나의 교단으로 5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국경뿐 아니라 우크라이나로 사역자들을 보내서 피란민을 돕고 지금까지 우크라이나로 240톤의 식량과 생필 물자를 보내었습니다. 이들과 협력해 우크라이나를 돕는 것이 아주 효과적입니다. 

김태영 목사는 지난 2~8일 동유럽 국가를 방문해 현지 교단과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돌아왔다. 

- 피란민들이 무수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한교봉은 현지 한인선교사회와 협력하고 있는데, 난민들을 위한 현재 사역은 무엇인가요? 또 우크라이나 내부를 들어가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는데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한교봉은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첫째, 한인선교사 네트워크, 둘째 동유럽 현지 교단, 셋째 유엔 세계식량계획(WFP)과 유엔 난민기구(UNHCR)와 협력하는 방향으로 구호와 재건 사업을 진행하려 합니다. 현재 정부의 방침으로 우크라이나 내부로 들어가지 못해 주변국으로 피난 온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우선해서 돕고 있지만, 한인선교사나 현지 교단, 교회를 통해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도 돕고 있습니다. 종전이 되고 나면 우크라이나 현지로 들어가 구호와 재건 사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특히 헝가리 정부(오르반 빅토르 총리)는 친러정책을 펴고 있지만, 헝가리 개혁교단은 정교분리 원칙에 따라 구체적으로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돕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국내에 헝가리 개혁교단 교회가 108곳 있어서 그 목회자들을 통하여 해외로 피난 가지 못한 성도들과 주민들에게 빵과 돼지고기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서부지역 봉사단장인 너지 밸라 장로님을 이번에 만나 면담하여 아픔의 소식을 생생하게 청취하였습니다.

- 한교봉은 긴급구호실사단을 파견하고 구호금도 전달했습니다. 이제 중장기 계획도 같이 수립해서 추진해야 할 것 같습니다. 목사님께서는 전후 복구사업을 위한 ‘라운드 테이블’을 제안하셨습니다. 

한교봉은 3월 8일부터 14일까지 루마니아에서 1차 구호, 그리고 4월 2일부터 8일까지 체코와 헝가리로 2차 구호활동을 진행했습니다. 1, 2차 구호 활동을 통해 구축한 한인 선교사, 현지 교단 등의 네트워크를 통해 지속적으로 난민들과 현지인들을 도울 것입니다. 그리고 종전이 되면 우크라이나 내부의 구호와 재건에 전념할 것입니다.
한국교회가 우크라이나를 위해 기도하며 많은 구호 활동들을 진행하고 있지만 개별적으로 진행되어 서로 어떤 구호를 하는지, 중복되지는 않는지 논의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개별적으로 구호 활동을 하더라도 ‘라운드 테이블’을 구성해 서로의 활동을 공유하고 효율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한인 선교사들이 대부분 철수하면서 우크라이나 사역 기반이 크게 위축됐습니다. 향후 복음에 대한 갈급함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앞으로 한국교회가 어떻게 사역 방향을 세워야 할까요?

전쟁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가 종전 후 현지로 들어가 복음을 전한다면 우크라이나 사람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크라이나 인접국 등에서 할 수 있는 한 피란민들과 현지인들을 도와야 할 것입니다. 우크라이나의 고난과 함께 할 때 이후 선교의 문도 자연스럽게 열릴 것입니다.

- 한국교회 연합봉사단체로서 한교봉의 위상과 역할을 말씀해 주신다면?

2007년 서해안 기름유출 사태가 발생했을 때 한국교회는 저마다 서해안으로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교단별로, 단체별로 텐트를 치고 각자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혼선이 빚어지고 효과적이지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한국교회봉사단이 이러한 한국교회의 참여를 돕기 위해 조직되어 80만 기독교 자원봉사자들을 섬겼습니다. 
이번 전쟁도 비슷한 양상입니다. 각 교단마다, 기독교 단체마다 개별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뛰어들고 있습니다. 한교봉은 한국교회총연합과 협력해 ‘섬기면서 하나되는’ 교회의 연합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모금을 하고 지원 사역을 하되 종전 후에는 한국교회 이름으로 서로 소통하면서 협력하면 효율적인 봉사의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 한교봉은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한 모금 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 성도들을 향해 당부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400여만명에 이르는 피란민들이 발생했고 전쟁이 끝나더라고 우크라이나를 재건해야 합니다. 교회를 다시 세우고 피란민들이 고국으로 돌아와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 필요합니다. 한국교회 성도들의 지속적인 기도와 모금 캠페인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기도도 중요하고 절기 헌금이나 특별구호 헌금을 통하여 신뢰할 만한 곳에 교회와 성도들의 마음을 전달해 주님과 함께 우크라이나의 눈물을 닦아 주었으면 합니다. 누구든지 긍휼의 대상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국가 상황이나 개인 사정으로 완벽하지 않은 존재이기에 긍휼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음을 알고 ‘긍휼히 여기는 자가 긍휼히 여김을 받는다’는 산상수훈의 교훈을 새겼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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