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간담상조(肝膽相照)
상태바
[목회단상] 간담상조(肝膽相照)
  • 강신창 목사
  • 승인 2022.04.19 1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신창 목사 / 검단중앙교회 담임
검단중앙교회 강신창 목사는 “목회는 기도”라고 말한다. 위기 때마다 기도로 돌파했고, 그때마다 성령의 도움을 입었다.<br>
검단중앙교회 강신창 목사

중국 당나라 시대, 깊은 우애를 자랑하던 유종원과 유몽득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하루는 유종원이 나라의 부름을 받아 유주지사로 발령을 받게 됐다. 그 당시 지방으로 발령을 받았다는 것은 그가 좌천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유몽득 역시 파주지사로 발령을 받게 된 것이었다. 뒤늦게 이 소식을 들은 유종원은 현재 자신도 좌천된 상황에서 유몽득에 대하여 무척이나 안타까워하면서 자신이 대신 “파주지사로 가겠노라”며 상소를 올리기까지 하였다고 한다.

당시 한유라는 당나라의 문장가는 유종원의 이런 의리에 감복하여 직접 유종원의 묘비에 ‘간담상조(肝膽相照)’라는 제목과 함께 다음의 글귀를 남기었다고 한다.

"간담상조(肝膽相照) : 아! 사람은 곤란할 때에야 비로소 참된 절의가 나타나는구나. 평소에 무사히 마을에 살고 있을 때에는 서로 그리워하고 반가워하며 함께, 우스운 소리도 하고 서로 사양하며 간담을 내 보이기도 하고, 해를 우러러 눈물로 맹세하며 죽어서도 배반하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단 한 번의 작은 문제가 생기면 서로 눈길을 돌려 모르는 사람처럼 대하는구나. 함정에 빠져도 손을 내밀어 구해주려 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빠진 사람을 더 밀어 넣고 위에서 돌을 던지는 시늉을 하는 자가 세상에는 너무 많구나."

제 삼자가 보기에도 유몽득과 유종원의 우정은 실로 대단하였던 것 같다. 비록 그 둘이 나라의 부름을 피할 수는 없었으나 그 일을 통하여 서로의 진실된 우정을 재차 확인함과 좋은 친구가 옆에 있는 것에 대하여 한 편으로는 기쁜 마음도 가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간담상조(肝膽相照)의 유래를 통하여 초대교회가 오늘까지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성도들 간의 간담상조(肝膽相照)에 있었다는 생각을 가져보았다. 초대교회는 수많은 성도들이 흘린 피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로마와 유대인들의 핍박이 지나치게 가혹하고 잔인하였기 때문이다. 당시 기독교인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하여 어두운 카타콤으로 숨어들어야만 했으며 믿음의 사람을 만났을 때에도 마음껏 반가워 할 수 없었다. 그저 그들만의 암호인 익투스(ΙΧΘΥΣ)를 바닥에 적으며 서로를 확인하는 것이 반가움을 나누는 표현의 전부였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이처럼 모진 핍박과 신앙을 자유롭게 표현하는데 있어서 제한적인 시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역사는 초대교회가 핍박을 받을수록 더욱 강력하게 결집하였음을 증언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그 이유를 초대교회의 본질과도 같았던 그리스도의 사랑(섬김, 나눔, 돌봄)을 실현하는 그들의 삶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혹자는 초대교회를 일컬어 자조집단(自助集團;Self help group)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본래 자조집단이란 표현은 심리학과 상담에서 사용하는 표현으로 집단으로 심리치료를 할 때 비슷한 아픔을 가진 사람들을 그룹으로 모아놓은 것을 말한다. 마치 유종원과 유몽득이 피차 좌천의 아픔을 가지고 서로에게 힘이 되었던 것처럼 작은 불씨와도 같았던 초대교회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꺼지지 않고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성도 간에 깊은 사랑(섬김, 나눔, 돌봄)때문이었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