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선교의 황금어장…전인적 치유사역 벌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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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은 선교의 황금어장…전인적 치유사역 벌여야”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2.04.18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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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 노년 건강관리 돕는 시티병원 원목 손덕식 목사

통합적 준비로 품위있는 노년 맞이하길
목회자에 “환자들 위한 영적 돌봄” 당부

“많은 이들이 젊고 잘나갈 때 노년을 준비하지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노년을 맞이 하는 것이 아니라, 노년을 당하게 됩니다. 경제와 건강, 심리적 문제를 아울러 준비할 때 죽음도 품위 있게 맞을 수 있습니다. 평생을 하나님을 섬긴 목회자와 선교사들이 노년의 시기를 준비하며, 영광스럽게 세상을 떠나길 바랍니다.”

의료인은 아니지만, 24시간 환자의 삶과 함께 호흡하며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이가 있다. 환자의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영적인 어려움까지 케어하며 일평생 원목으로 병원 선교를 위해 헌신해온 손덕식 목사(의왕시티병원 원목실장)가 바로 그다.

지난 14일 의왕 시티병원에서 만난 그는 “병원을 선교의 황금어장이자, 오늘날 땅끝 선교지”라고 표현하며, “평생을 하나님을 섬긴 목회자와 선교사들이 노년의 시기를 위해 건강과 심리적 안정, 재정적 준비를 통해 통합적으로 노년을 준비하고, 품위있는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치유 목회사역에 아쉬움을 표한 그는 “한국교회는 고통받는 이들에 다가가는 성경적 노하우가 너무 미숙한 것 같다. 그렇다 보니 본의 아니게 환자와 가족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는 경우가 있다”며 환자 상담과 병원 심방을 위한 노하우도 전했다.

일평생 원목으로 병원 선교를 위해 헌신해온 손덕신 목사(의왕시티병원 원목실장)를 지난 14일 의왕 시티병원에서 만났다.
일평생 원목으로 병원 선교를 위해 헌신해온 손덕식 목사(의왕시티병원 원목)를 지난 14일 의왕 시티병원에서 만났다.

전도의 황금어장, ‘병원’

손덕식 목사는 18년 동안 아주대병원 원목으로 섬겼으며, ‘한국목회자건강연구소’를 설립해 30여 년간 건강의 사각지대에 있는 미자립목회자와 선교사들의 건강과 삶을 케어하는 일에 앞장서 왔다.

손 목사는 “20대 후반, 장폐쇄증으로 10년간 119에 실려 다녔던 때가 있었다. 그때 기도하기를 하나님이 나를 고쳐주시면 평생 무소유로 살고, 제왕적 목회가 아니라 세상의 버림받은 이들을 위해 목회하겠다고 다짐했다. 어린 시절부터 목사가 되길 서원했는데 ‘왜 이런 시련이 오나’ 속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성경에서 예수님은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나에게 한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이 떠올랐다. 오늘날 세상에서 버림받은 자가 나에게는 병상에 누워 질병으로 고통당하는 자들”이라며 원목으로 섬기게 된 배경을 밝혔다.

그가 18년간 사역하고 2016년 퇴임한 아주대병원은 예배를 드릴 공간도 전무했다. 하지만, 그의 부임 후에 200명이 수용 가능한 24시간 예배실이 갖춰졌다. 더욱이 원목은 병원에서 받는 사례비가 없어 평생을 후원에 의존해야 하지만, 죽음을 앞둔 환자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를 고백했다.

손 목사는 “당시 아주대병원 같은 초대형 종합병원은 비자가 안 나오는 타문화권 선교지보다 더 교회가 들어서기 어려운 곳이다. 하나님의 은혜로 원목실장으로 들어가게 됐고, 병원 지하에 마련된 공간에서 매일 예배를 드렸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아주대병원에서는 열악한 환경인데도 예배의 감격이 있었고 하나님의 은혜가 넘쳤다. 암으로, 희귀병으로, 교통사고로, 답답함과 우울함에, 상실감과 배신감으로 자살 충동에 시달리다가 예배와 상담으로 회복된 사례는 지난 18년 동안 부지기수였다”고 전했다.

3년 전, 의왕 시티병원에 처음 왔을 때도 주차요원과 미화원 들을 모신 후 식사를 대접하고 첫 예배를 드린 그다. 손 목사는 ”그들에게 청소를 하고 주차관리를 하는 것도 의료활동을 하는 것만큼이나 똑같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면서 직업에 대한 소명을 일깨웠음을 전했다.

“영적 상태 살피며 심방해야”

그는 원목의 역할로 “호스피스사역을 비롯해 응급실이나 집중치료실 등을 돌며 수술을 앞둔 환자들을 심방하며, 기도해준다. 장례가 필요할 경우 장례를 집례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24시간 환자의 삶을 지켜봤기에 누구보다 환자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그다. 안타까운 점은 환자들을 위로하러 심방 온 목회자들이 오히려 아픈 환자들에게 더 큰 상처를 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손 목사는 “세상에서 가장 서러운 것이 몸이 아픈 것이다. 날마다 살 수도 죽을 수도 없이 병마와 싸움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은 지칠 대로 지쳐 있다”며 심신이 지쳐있는 환자를 만나러 오는 병원의 심방 과정에서 더욱 조심스럽고 유의해야 함을 전했다.

먼저는 심방에 대한 한국교회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의사가 청진기로 환자의 신체를 살피듯 목회자는 환자의 신체 너머에 존재한 그들의 심리와 영적 상태를 진단하고, 올바른 처방을 제시해 회복시켜 주어야 한다는 것. 그는 목회자들이 심신이 지친 환자들이 영적으로 지치지 않도록 별도로 병원 심방이나 환자 상담에 대해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손 목사는 “교회의 환자 심방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목회자들의 꾸준한 관심과 돌봄이 다른 어떤 곳보다 필요한 곳이 환자들”이라며 “목회자들의 병원 심방이 환자들을 위로하는 정도로만 그쳐서는 안되며, 영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적인 의료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의료선교의 중요성을 알려온 손 목사는 미자립교회 목회자와 선교사들이 다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팔을 걷고 치료를 도와왔다. 그는 한국목회자건강연구소를 통해 목회자 노년의 삶을 건강하게 돕는 사역을 힘이 닿는 데까지 해나갈 예정이다.  

끝으로 그는 “한국 기독교 역사는 병원 선교의 역사다. 병원 선교야말로 땅끝 선교”라며 “목회자들은 병원 심방을 갈 때 함께 울어주고, 그들의 아픔을 이해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함께 울어줄 때 환자들은 그 어떤 위로와 격려보다 큰 은혜를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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