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도덕이 무너진 이스라엘, 책임은 지도자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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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도덕이 무너진 이스라엘, 책임은 지도자에게 있다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2.04.13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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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 - “이스라엘의 파수꾼들은 맹인이요 다 무지하며 벙어리 개들이라” (사 56:10)

이사야서 40장 이후 내용은 대체로 포로기 이후 유대공동체를 위한 예언입니다만, 56~57장의 예언은 이스라엘이 배교행위를 그치지 않아 하나님의 진노를 부르던 포로기 이전 시대를 향해 주신 말씀으로 보입니다. 66장에 걸친 이사야서의 내용은 전적으로 시대 순서를 따르지도 않고 특정한 주제별로 짜여 있지도 않습니다. 학자들은 이사야서의 복합성을 설명하기 위해 주전 8세기의 예언자 이사야의 원작에 포로기 이후 제2 혹은 제3의 예언자가 쓴 내용들을 편집한 결과물이 오늘날 이사야서라는 설명을 고집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사야의 구성만을 놓고도 한 세대의 합의물인 ‘정설’이 다음 세대에서는 새로운 학설에 의해 설득력을 잃어가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에게 전수되어 온 그대로의 성경의 의미를 찾고 설명하는 것이 성경연구의 과제임을 재확인하게 됩니다.

이사야 57장이 묘사하는 이스라엘의 모습은 참담합니다. 신앙과 도덕은 무너지고 영적 어둠이 사회를 뒤덮고 있습니다. “의인이 죽을지라도 마음에 두는 자가 없고 진실한 이들이 거두어 감을 당할지라도 깨닫는 자가 없도다 의인들은 악한 자들 앞에서 불리어가도다 그들은 평안에 들어갔나니 바른 길로 가는 자들은 그들의 침상에서 편히 쉬리라”(57:1~2) 악한 자들이 득세하여 진실을 가리고 의인을 핍박하는 시대가 있게 마련이지만, 그런 시절에도 사람들은 선과 악을 구분할 줄 압니다.

“의인이 형통하면 성읍이 즐거워하고 악인이 패망하면 기뻐 외치느니라”는 말씀대로입니다(잠 11:10). 사람들이 악인에게 분노하고 의로운 사람의 희생에 비통해하는 것만으로도 악에 맞서고 악을 무너뜨릴 힘을 축적하고 있는 것입니다. “의인이 악인 앞에 굴복하는 것은 우물이 흐려짐과 샘이 더러워짐과 같으니라”(잠 25:26)라는 말씀에 공감하는 한 그 공동체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고 하겠습니다. 이사야는 그 마지막 보루마저 무너져버린 이스라엘의 비참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이 이렇게 된 책임을 그 지도자들에게 물어 꾸짓으십니다: “들의 모든 짐승들아 숲 가운데의 모든 짐승들아 와서 먹으라 이스라엘의 파수꾼들은 맹인이요 다 무지하며 벙어리 개들이라 짖지 못하며 다 꿈꾸는 자들이요 누워 있는 자들이요 잠자기를 좋아하는 자들이니 이 개들은 탐욕이 심하여 족한 줄을 알지 못하는 자들이요 그들은 몰지각한 목자들이라 다 제 길로 돌아가며 사람마다 자기 이익만 추구하며 오라 내가 포도주를 가져오리라 우리가 독주를 잔뜩 마시자 내일도 오늘 같이 크게 넘치리라 하느니라”(56:9~12)

우리말에도 사람을 개에게 비교하는 것은 욕설입니다만, 히브리인들이 사람을 개에 빗대는 것은 극한의 모욕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지도자들을 가리켜 이처럼 험한 욕설을 퍼붓는 광경이라니, 두렵고 두렵습니다. 오늘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먼저 믿은 우리가 바로 자신과 공동체를 깨워 신앙을 지켜야 할 지도자요 파수꾼인 것입니다. 파수꾼이 깨어 있으면 공동체가 안전합니다. 파수꾼이 잠들면 공동체가 위험에 빠집니다. 영적인 어둠이 짙어만 가는 이 시대, 하나님께서 에스겔 선지자를 이스라엘의 파수꾼으로 세우시고 주셨던 엄중한 말씀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파수꾼이 칼이 임함을 보고도 나팔을 불지 아니하여 백성에게 경고치 아니하므로 그 중에 한 사람이 그 임하는 칼에 제함을 당하면 그는 자기 죄악 중에서 제한바 되려니와 그 죄를 내가 파수꾼의 손에서 찾으리라”(겔 33:6)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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