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현설은 예수님이 육체를 가지지 않았다며 ‘인간성’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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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현설은 예수님이 육체를 가지지 않았다며 ‘인간성’ 부인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2.04.1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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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 초기 교회의 이단과 이설(5)

가현설(Docetism) : 초기교회에는 ‘가현설’이 교회를 위협했다. 신약교회시대만이 아니라 그 이후 교회사에 간헐적으로 등장했던 가현설은 오늘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이단은 결코 새로운 그 무엇이 아니다. 초기교회에 나타난 이단과 이설은 그 이후 나타난 이단 운동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거짓 가(假) 나타날 현(現)으로 표기하는 가현설(假現說)은 영어로 도시티즘(Docetism)이라고 부른다. 이 말은 그리스어로 ‘…로 보인다’(to seem)는 의미의 도케인(δοκεῖν) 혹은 유령, 환영(apparition, phantom)을 뜻하는 도케시스(δόκησις)에서 유래했는데, 어원은 ‘…보이다’는 의미의 도케오(δοκέω)이다. 어원이 암시하듯이 가현설이란 예수님의 몸(육체)는 실재가 아니라 환상일 뿐이라는 주장으로서 예수님의 육체적 실제를 부인하는 이단이다.

그러나 성경에는 예수님은 육체를 가지셨다는 점을 보여주는 많은 사례들이 기록되어 있다. 예컨대, 예수님은 밀밭 사이를 지나시다가 시장하여 밀을 잘라 먹으신(마 12:1, 막 2:23, 눅 6:1) 경우나 예루살렘을 향하여 우셨다는 기록(눅 19:41)이나 나사로가 죽었을 때 애통히 여기는 마리아를 보고 우셨다는 기록(요 11:38)은 예수님께서 육체를 가지셨음을 보여준다. 이보다 더 분명한 사실은 예수님의 성육신과 지상에서 생애, 그리고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이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몸은 무엇인가? 

이것은 실제의 육신이 아니라 환영(幻影)이라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마치 육신을 가졌던 것처럼 보였을 뿐이라고 말한다. 이런 주장이 바로 가현설이다. 가현설은 후에 소개할 ‘영지주의(靈知主義)’ 교리이기도 한데,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 그리스도는 참된 인간의 몸을 가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즉 예수의 인간성(humanity)을 부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예수는 십자가에 달리고 고난 받은 실제가 아니라 환상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가현설은 예수의 육체적인 죽음과 부활도 부인하게 된다.

예수님의 육체로 오신 성육신과 지상사역, 그리고 십자가와 부활을 부인하는 가현설은 근본적으로 물질(육체)은 악하다는 전재 위에서 대두된 이단 사상인데, 이런 생각은 소아시아 일부 지방에서 성행했는데, 일부 기독교인들이 예수의 신성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발생한 극단적인 교리라는 주장도 있지만, 신약성경에서 이 가현설을 부정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적어도 기원 50여년 경부터 회자된 것으로 보인다.

요한복음 서두에 보면 말씀이 육신이 되셨다는 성육신(成肉身)에 대해 증거하고 있는데, 특히 1장 14절에서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신다”는 말씀은 당시 회자되던 가현설에 대한 반박이라고 볼 수 있다. 또 기원 90년 전후 기록된 것으로 보이는 요한2서 7절에서, “미혹하는 자가 세상에 많이 나왔나니 이는 예수의 육체로 오심을 부인하는 자라. 이런 자가 미혹하는 자요 적그리스도니”라고 경고하고 있음을 볼 때 가현설이 초기 기독교 공동체에 위협이 되고 있어 이를 경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요한복음에서는 십자가 사건을 통해 예수님이 육체를 지니신 분임을 강조하였다. “그 중 한 군병이 창으로 옆구리를 찌르니 곧 피와 물이 나오더라. 이를 본 자가 증거하였으니 그 증거가 참이라. 저가 자기가 말하는 것이 참인 줄 알고 일 너희로 믿게 하려 함이니라”(요 19:34,35). 요한복음에서 이런 진술은 가현설에 대한 의식적(意識的) 거부라고 저명한 신약학자인 프레드릭 브루스(1910~1990)는 지적하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당대와 브루스 이후 시대의 저명한 신약학자들인 뉴질랜드의 블레이록, 미국의 얼 엘리스, 스코틀랜드의 하워드 마샬, 호주의 레온 모리스 등도 의견을 같이 한다.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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