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중 대부분 시간 보내는 ‘교실’ 품어야 다음세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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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중 대부분 시간 보내는 ‘교실’ 품어야 다음세대 산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2.04.13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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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기획 - 한국교회, 미래를 품다⑩ 부산에서 일어난 바람 ‘학교기도 불씨운동’

한국 중학생, 평균 일주일 40시간 학교에서 보내
부산서 시작, 전체 학교 386개 중 절반 모임 세워
‘더웨이브’ 집회는 ‘학교기도 불씨운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을 격려하고 불씨를 키우기 위해 시작했다. 지난 2016년 시작해 2019년까지 12회의 집회가 열렸고, 모임마다 학교에 기도모임을 세우겠다는 결신자들이 속출했다.
‘더웨이브’ 집회는 ‘학교기도 불씨운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을 격려하고 불씨를 키우기 위해 시작했다. 지난 2016년 시작해 2019년까지 12회의 집회가 열렸고, 모임마다 학교에 기도모임을 세우겠다는 결신자들이 속출했다.

예배당에서 두 손 들고 통성기도를 드리는 모습만 보고 ‘믿음의 용사’인 줄로만 알았던 우리 아이, 정작 학교에서는 식기도 조차 하지 않는다면 어떨까.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평균 등하교 시간을 기준으로 살펴보니 초등학생은 하루 6시간, 중학생은 8시간, 고등학생(인문계)은 12시간을 학교에서 보낸다. 일주일로 환산하면 중학생 때 이미 법정 근로시간인 40시간을 넘어서고, 고등학생의 경우 하루의 절반을 학교에서 보내는 셈이다. 

그에 반해 교회에서 보내는 시간은 일주일에 2시간 남짓에 불과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리 아이들의 신앙생활에 있어서 학교는 매우 중요한 장소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교실에서 만나는 친구들은 교회를 다니지 않을 확률이 높다. 타종교이거나 아예 교회를 싫어하는 친구일 수도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신앙을 드러내고, 믿음을 키워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청소년 사역 전문가들은 또래 집단의 영향이 막대한 청소년 시기를 고려할 때, 학교 안에서 크리스천 청소년들의 모임을 형성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진단한다. 

이런 가운데 우리 땅 남쪽 부산에서 놀라운 이야기가 들려왔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하기 직전, 무려 174개 학교에 ‘기도모임’이 조직됐다는 소식이었다. 부산 전체 학교 수가 386개인데 그 가운데 절반 가까운 학교에 기도모임이 세워졌다니 가히 놀랄 만한 일이다. 

코로나로 현재는 주춤한 상태이지만, 점차 일상이 회복됨에 따라 다시 한번 불씨를 일으키겠다는 사역자들의 각오가 예사롭지 않다. 최근에는 각 학교 기도장들을 모아 격려하는 기도집회도 열렸다. 부산에서 시작해 서서히 번져 나가고 있는 ‘학교기도 불씨운동’에는 현재 7개 지역 45명의 사역자들이 느슨한 관계성의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 부산 외에도 양산, 창원, 남해, 대구, 김포 등에서도 기도모임을 세우기 위한 기도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학창시절의 신앙 경험이 평생 간다. 우리 아이들이 청소년 시기를 믿음 안에서 잘 보낼 수 있도록 특별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학창시절의 신앙 경험이 평생 간다. 우리 아이들이 청소년 시기를 믿음 안에서 잘 보낼 수 있도록 특별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학교기도 불씨운동 불붙다

‘학교기도 불씨운동’은 지난 2016년 3월 부산의 지역교회와 선교단체가 각 학교에 기도모임을 세우는 사역을 하던 중, 연합의 필요성을 느낀 사역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시작됐다. 학생들을 돕기 위해 어른들이 만들었지만, 운동의 주역은 학생이다. 이 원칙을 지키기 위해 별도의 조직을 구성하지 않았다. 재정 관리를 위한 회계 담당 사역자만 뽑았을 뿐 대표도 세우지 않았다. 

운동을 시작하고 학기 중반쯤에 이르렀을 무렵 기도모임에 참석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힘들다’ ‘지친다’는 공통된 반응이 나왔다. 그래서 사역자들은 1년에 두 번, 5월과 10월에 모든 학교의 기도모임 구성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집회를 열기로 했다. 학교마다 성령의 물결이 출렁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더 웨이브’라는 이름도 붙였다. 신부산교회에서 열린 첫 번째 집회에는 무려 700여명의 학생들이 모였다. 사역자들은 고무됐고,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홀로 외롭게 신앙생활을 하던 학생들은 집회 현장으로 발을 옮겼다. 

행사에서는 학교마다 기도모임 정보를 공유했고, 한 학교 안에 중복되는 기도모임은 하나로 통합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곳곳에서 연합이 일어났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열기가 더해갔다. 수영로교회에서 열린 4차 집회에는 무려 4,500명의 학생들이 운집했다. 이때부터는 아이들의 역할 비중을 대폭 늘렸다. 기도자와 간증자 모두 학생이 맡았다. 교역자는 가능한 강단에 서지 않았다. 아이들이 이끌었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이날 하루에만 자신의 학교로 돌아가 기도모임을 세우겠다고 결단한 인원이 2,000명에 달했다. 

‘학교기도 불씨운동’에서 회계를 담당하고 있는 홍정수 목사(참사랑교회)는 “어른들의 집회에서는 순서자를 누구로 정할지부터 은근한 긴장감이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에 반해, 더웨이브에서는 아이들이 중심이 되기 때문에 그런 볼썽사나운 모습은 연출되지 않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순수성과 연합이 원동력

‘더웨이브’에는 마커스나 아이자야씩스티원, 제이어스 등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유명 찬양팀들이 집회를 이끈다. 무대나 음향, 조명 등도 전문 업체가 붙는다. 세상의 방법으로 계산하면 어마어마한 비용이 드는 규모다. 그런데 각 분야의 참여자 대부분이 무보수에 가깝게 일한다. ‘다음세대’를 품는다는 마음으로 기꺼이 손을 보태고 있는 것. 

홍 목사는 “어떤 분들은 저희의 취지를 알고 참여수준이 아닌, 관계자로 섬기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며 “조직을 만들지 않고, 순수하게 학생 위주로 진행한 것이 동참을 이끌어 낸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운동이 계속해서 외연을 넓혀올 수 있었던 건 부산이라는 지역 특유의 좋은 토양도 한몫을 했다. ‘부산성시화운동’과 이를 중심으로 잘 형성된 부산 특유의 연합 분위기가 운동을 더욱 힘 있게 이끌었다. 홍 목사는 “학교기도 불씨운동은 고 정필도 목사님(수영로교회 원로, 전 부산성시화운동 본부장)이 일궈온 부산성시화운동의 네트워크를 그대로 활용한 사역”이라며 “교회의 연합이 사역에 좋은 토양이 된 긍정적인 사례”라고 소개했다. 

이밖에 부산지역 기독교 학교에서도 적극적으로 운동을 돕고 있다. 교목들이 발 벗고 나섰다. 그 결과 19개 학교에서 운동에 참여하는 사역자들을 교사로 초빙해 정규 수업에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부산지역 크리스천 부모 모임인 ‘마마클럽’은 재정 지원에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아이들과 더욱 폭넓게 소통하기 위해 집회에서 이따금 대중 가수를 초청하기도 했는데, 여기 필요한 비용은 주로 ‘마마클럽’에서 후원한다. 이밖에 지역의 대형교회들도 책임감 있게 운동을 돕고 있다. 

홍 목사는 “운동이 더욱 역동적으로 퍼지려던 차에 코로나가 닥치면서 제동이 걸렸다. 사역자들도 아이들도 그 점을 많이 아쉬워한다”며 “이제 슬슬 모임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부산과 근처 도시를 넘어 이 운동이 전국으로 퍼져나가길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학교기도 불씨운동’은 ‘학교에서 당당한 크리스천으로 살아가는 다음세대’ ‘학교 안의 학생을 지역교회 안으로’ ‘다음세대에게 신앙의 광장을’이라는 세 가지 슬로건을 가지고 있다. 이밖에 ‘학생 자발운동’, ‘연합운동’, ‘지역교회 중심운동’이라는 원칙을 준수한다면 누구나 운동의 포맷과 이름을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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