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 딛고 생명을 지켜낸 이곳, 매일 부활의 은혜 경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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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 딛고 생명을 지켜낸 이곳, 매일 부활의 은혜 경험합니다”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2.04.12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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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자 공동생활가정 꿈나무// 박미자 원장

예수 그리스도 부활은 구원의 생명과 은혜를 나누는 절기다. 죽어야 할 우리를 신해 친히 고난 당한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를 사망에서 생명으로 어둠에서 빛으로 옮기심으로 그의 완전한 사랑을 확증하셨다.

예수 부활의 소식이 온 인류에게 구원의 복된 소식이 되어준 것처럼, 여러 난관을 딛고 생명을 지켜내기로 마음먹은 미혼모들을 위해 아름다운 사랑과 나눔을 펼치는 곳이 있다. 미혼모자공동생활가정 ‘꿈나무’ 박미자 원장은 사회의 편견 속에서도 생명을 지켜낸 미혼모들의 이야기와 함께 그들이 세상에 건강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도울 것을 요청했다.

꿈나무 박미자 원장은 “사회적 편견에도 불구하고 어린 생명을 지켜내고 훌륭한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보며 대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꿈나무 박미자 원장은 “사회적 편견에도 불구하고 어린 생명을 지켜내고 훌륭한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보며 대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미혼모의 성공적 자립 기대”

부활절을 앞둔 지난 7일 구로구 오류동의 ‘꿈나무’ 사무실에서 만난 박 원장은 “‘꿈나무’는 각자 다른 환경에서 힘든 사연을 가지고 온 엄마들의 제2의 삶이 시작되는 곳”이라며, “미혼모자가정의 안정적이고 성공적 자립을 돕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설장으로 갖는 보람에 대해 그는 “크리스천으로 하나님께 받은 사랑을 이 땅의 소외된 이웃을 위해 나누고 싶어 이 길을 선택했다. 특히 사회적 시선과 편견에도 불구하고 어린 생명을 지켜내고 훌륭한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보며 대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꿈나무’에는 미혼모자 공동생활가정, 5세대 10명의 모자가 각 가정시설에서 분리돼 생활하고 있다. 예전에는 ‘그룹홈’ 형태로 2~3개 가정이 함께 모여 생활했다면, 지금은 3세 미만의 영유아를 양육하는 미혼모가 2년 동안 입소해 자립을 돕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처음 시설에 입소한 아기 엄마들은 심리·정서적으로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다. 아기를 낳기 전 아빠와의 관계에서 상처를 입은 경우가 많고, 홀로 아이 양육을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데서 오는 심적 부담감도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미혼모의 경우 임신을 하면, 아기 아빠뿐 아니라 원가족에게 소외되고 인정받지 못한 채 시설에 입소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이 경우 아이를 키우면서도 불안해하고 시설에 입소해서도 자살을 시도하는 안타까운 케이스도 있었습니다.”

‘꿈나무’는 이들의 심리·정서적 지원을 위해 전문가를 투입해 양육 전반과 심리상담에 대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박 원장은 “다행히 꿈나무 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위기를 딛고, 자립에 성공하고 자녀를 성공적으로 양육하고 있는 엄마들도 많다”며, 그간의 활동을 소개했다.

‘생명’을 지켜낸 엄마에게 위로를

여러 부담감 속에서도 ‘생명’을 지키기로 결정한 미혼모는 두 가지 큰 갈림길에서 선택해야 한다. 자신이 낳은 아이를 계속 키울 것인지, 다른 시설이나 기관에 입양을 보낼 것인지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나무’에 입소한 엄마들에게 희망이 있다면, 자신에게 잉태된 생명을 어떻게든 살리고 지켜내기 위한 선택을 했다는 점이다.

박 원장은 “미혼모가 아이를 출산하게 되면, 일주일간 숙려기간을 갖는다. 입양을 할 것인지 자신이 아이를 키울 것인지 고민하다가 양육을 선택한 부모들이 우리 시설에 입소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감사하게 지금까지 시설에 입소한 엄마들이 중도에 포기해서 아이를 다시 입양을 보낸 케이스는 없었다”며 “자신의 환경과 상관없이 생명을 선택했고, 아이를 버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칭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 원장이 미혼모자 가정을 만나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입소한 아기들의 건강에 대한 부분이다. 미혼모가 임신 사실을 늦게 알게 된 사례가 많고, 그 과정에서 충분한 영양 섭취를 하지 못해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이들이 많다는 것. 미혼모들이 지적장애나 경계선 인지장애가 있을 경우 문제는 더욱 크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사례는 날 때부터 심장판막증과 항문폐쇄증, 척추측만증 등으로 큰 수술을 앞둔 아기가 온 것이었습니다. 아기 엄마는 유흥업소에서 일하면서 자신이 임신한 줄도 모른 채 이런저런 약을 먹었다고 해 더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기를 키우겠다고 결심한 그는 여러 미혼모 시설을 전전했지만, 아이의 건강문제로 받아주는 곳이 없어 큰 난항을 겪었다. 다행히 ‘꿈나무’에서 이 모자를 받아주게 됐고, 대학병원과 연계 치료과정을 도움으로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

박 원장은 “그 아이가 자라서 지금은 초등학교 2학년이 됐다. 아이 엄마는 퇴소를 앞두고 아이가 있어서 너무 행복하고 살아갈 이유가 있다고 전해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아기도 수술 과정을 잘 견뎌냈지만, 엄마도 포기하지 않았기에 생명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이라고 회고했다.

“미혼모가정이 계속 꿈꿀 수 있도록”

‘꿈나무’는 미혼 엄마와 아기의 건강한 성장과 안정적 자립을 돕기 위해 생활지원 사업으로 기본적인 생계나 의료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직업훈련 교육프로그램을 비롯해 양육교육, 경제교육, 부모교육, 성교육 등의 자립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미혼모들이 ‘꿈나무’를 퇴소한 이후에도 지속적인 사후관리를 통해 사회 속에 나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사실, 처음엔 엄마들이 퇴소 이후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습니다. 하지만 퇴소 이후 엄마들이 생각보다 잘 자립하고, 똑소리 나게 아이를 키우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낍니다. 힘든 사례도 많았지만, ‘꿈나무’를 통해 삶의 희망을 얻게 됐단 말 한마디에 어려웠던 마음이 녹아내립니다.”

최근 저출산 문제와 혼인율 저하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한국교회는 정부의 저출산 대책을 촉구하며, 교회 공간을 돌봄을 위한 인프라로 활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정부의 다양한 출산장려정책도 중요하지만, 이미 태어난 생명을 지키고 보호하는 것도 한국교회가 감당해야 할 중요한 사명이다.

부활절을 앞둔 지금, 박 원장은 한국교회가 미혼모 모자들이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펼치길 기대했다. 박 원장은 “많은 엄마들이 자녀를 키우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키울 여건과 능력이 되지 않아 입양과 유기를 선택한다. 적어도 미혼모들이 자녀들을 중·고등학교 때까지 걱정 없이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미혼모 시설이기에 적극적인 홍보는 어렵지만, 큰 시설뿐 아니라 우리와 같은 작은 미혼모 시설에도 관심을 기울이길 부탁드리며, 아이를 유기하거나 버리지 않고 생명을 지켜낸 엄마들을 기도로 격려해달라”고 요청했다.

끝으로 박 원장은 “앞으로도 하나님이 주신 천하보다 귀한 생명을 살리고 보호하는 일에 마음을 다하고 쏟고 싶다. 이 땅의 미혼모자가정이 희망을 얻을 수 있도록 격려하며, 위로함으로 하나님이 맡겨주신 작은 책무를 감당하고자 한다”며 미혼모가정을 향한 소명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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