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주의 이단은 ‘예수의 신성’ 부인하고 바울서신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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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주의 이단은 ‘예수의 신성’ 부인하고 바울서신 부인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2.04.0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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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 초기 교회의 이단과 이설(4)

그런데 이런 결정에 반대하면서 초기 기독교회 안에서도 유대적 전통의 고수를 주장하는 의견들이 대두되었다. 이들은 여전히 모세 율법을 준수해야한다고 믿었다. 이들의 주장은 기독교의 유대주의화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집단이 바로 에비온파(Ebionites)였다. 에비온이라는 말은 ‘가난’(poor, 눅 6:20 참고)이라는 히브리어(אביונים, haebyonim)에서 유래하였다. 이런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은, 이들은 주님의 참 제자로서 주를 위해 가난한 삶을 이상으로 살아가는 무리라고 자처했기 때문이었다.

에비온파라고 불린 이들의 주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유대주의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모세의 율법을 강조하고, 안식일제도, 할례 의식, 레위기에 나타난 음식규례를 여전히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둘째, 유일신 사상에 근거하여 독특한 기독론을 주장하였다. 이들은 여호와 하나님 이외의 어떤 존재에도 신의 지위를 부여하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독특한 기독론을 주창하였다. 이들은 예수의 동정년 탄생과 신성을 부인하고 예수를 신이 아닌 단순한 인간으로 인식한다. 예수는 요셉과 마리아의 아들로 출생했을 뿐이지만 그가 세례를 받은 후 성령이 임할 때 하나님의 양자로 택정되었다고 주장한다.

셋째, 정경관의 문제인데, 이들은 바울서신을 부인하였다. 또 마태복음 외의 다른 복음서들을 부인하거나 경시했다. 이들은 『히브리인들에 의한 복음서』(Gospel According to the Hebrews)라는 책자를 편집하여 주된 경전으로 삼았다. 이 책이 요단강 서편지역과 이집트에서 널리 보급되었다.

넷째, 이들은 엄격한 금욕을 강조하여 금욕주의적 성격을 띠고 있었다. 이런 점에서 어떤 학자들은 에비온파와 에세네파와의 관련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이 에비온파가 바로 유대교적 배경에서 유래한 이단이었다. 이들은 예수의 메시야성은 인정한다하더라도 예수의 신성은 부인하였다. 에비온파가 큰 세력을 형성한 것은 아니었지만 교회 내의 분열을 초래하였고, 기독교의 전파과정에서 혼란을 초래하였다. 그러나 60년 이후 기독교 복음의 이방세계로의 진출로 이방인 수가 급격히 증가하게 되자 자연히 소멸되었다. 

에비온파 외에도 이와 비슷한 주장을 펴는 나사렛파(Nasarenes), 엘 케사이파(El Kesaites)가 있었다. 이런 이단들이 유대교에서 기원한 이단들인데, 나사렛파는 에비온파와 다른 집단이라기보다는 다른 지역에서 불린 별칭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엘케사이파는 유대교와 기독교, 그리고 이방사상을 혼합한 엘 카이(El Kai)를 따르는 집단을 의미하는데 이 역시 유대주의적 성격이 강했다.

이런 유대주의적 이단이 교회에 큰 영향을 기친 것은 아니었으나 기독교회가 형성되어 가는 과저에서 발생했던 이단운동이었고 이런 이단의 출현은 진정한 복음이 무엇인가를 보다 선명하게 깨닫게 만들어 주었다.

참고로 부연한다면, 당시 세계로 전파된 복음이란 무엇이었는가? 복음을 뜻하는 그리스어 ‘유앙겔리온’(εὐαγγέλιον)은 ‘좋은’ 혹은 ‘나은’이란 의미의 접두어 유(εὐ)와 사자, 천사, 전령, 혹은 보냄을 받은 자라는 뜻을 지닌 ‘앙겔로스’(ἄγγελος)의 합성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유앙겔리온’은 ‘기쁜 소식’(Good News)이다. 유앙겔리온은 라틴어로 에방겔리움(evangelium)이라고 불렸고, 이 말은 고대영어 Godspell로 불렸는데, 이의 축소형이 영어의 Gospel이 된 것이다.

하나님을 떠난 인간을 향한 끝없는 사랑, 우리를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능력, 곧 십자가와 부활이 사도들이 전파한 복음의 핵심이었다. 이 복음 정신을 다시 유대교 전통에 묶어둘 수 없는 것이었다. 죄 가운데 절망할 수밖에 없는 우리를 향한 구원의 기쁜 소식은 유대주의에 매여 있을 수 없었다.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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